저 밑에 유기견을 데려오려한다는 글이있어 마침 컴퓨터로 82에 접속한 김에 글을 써보려합니다.
댓글로 남기기엔 긴 글이 될것 같아서요..^^
우선 요즘은 유기견을 데려와 기르려는 분이 많아져서 애견인의 한 사람으로 정말 기쁩니다.^^
저또한 유기견을 한마리 기르고 있거든요. 종은 푸들입니다.
저는 대학 마지막 학기 때 유기견센터에서 지금 기르는 푸들을 입양해 왔습니다.
지금은 아주 발랄하고 예쁜 강아지지만 그 때 당시만해도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두번이나 파양이 되서 사람에게 마음을 못열고 제가 3번 정도 찾아갔었는데 다른 강아지들은 제 곁에 서로 오려고 난리인데 혼자서 구석에 가만이 앉아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3번째 갔을 때 데리고 왔습니다.
데리고 온 첫날 대소변을 정확하게 가리더군요. 그래서 아 똑똑하구나~ 내심 기뻤습니다.
그런데 문제는...이 녀석이 분리불안이 너무 심하더군요ㅜㅜ
강아지에게 분리불안이란 단순히 주인과 떨어져 있어서 싫다 정도가 아닌 극도의 공포에 가깝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나는 이미 주인에게 두번이나 버려졌는데..세번째 주인따라 왔는데 주인이 집을 나가고 나는 혼자 남겨져있고..그런데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고..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공포..
그래서 제가 수업을 가거나 나가기만하면 아주 심하게 짖거나 하울링을 했습니다.
강아지도 힘들지만 이웃집에도 피해가 갈 것 같아 빨리 고쳐야겠다고 마음먹고 훈련하는 기관에 전화를 하니 교정하는데 최소 3달 이상이 걸리고 한 달에 80만원 금액을 얘기하더군요.
학생 신분에 너무나 부담되는 금액이라 훈련을 받을 수는 없고 인터넷에 이것저것 찾아봐서 셀프 훈련을 하기로 했습니다.
훈련방법은 한번에 5분, 10분, 20분, 30분 이렇게 시간을 늘려가며 주인이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주인이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주라고 하더군요.
휴대폰을 집에 두고 강아지가 제가 나간 후에 어떻게 하는지 동영상을 찍어야되기 때문에 휴대폰도 없이 5분씩, 10분씩..30분씩 나갔다가 들어오는 훈련을 3달 했습니다. 한번하면 2시간 이상, 적어도 주 5일 이상요. 주말은 거의 내내ㅜㅜ
짧은시간 나갔다가 들어오는걸 반복하는것이라 커피숍에 들어가있을 수도 없고 길바닥에서 기다리고..하필 겨울이라 저는 3달의 훈련후 그 해 가을까지 1년 내내 감기를 앓았죠ㅜㅜ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분리불안도 완전히 고쳐졌고 저와의 애착관계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3달간의 훈련기간 동안..처음 한달은 훈련을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더군요.
이대로 나아지지 않는건 아닐까..얘가 계속 이러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하나..
얘를 두고 학교가거나 회사가면 계속 짖을테니..
무엇보다 제가 이렇게 사랑을 쏟는데 전혀 변하지 않는 강아지가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부어도부어도 끝이없는..밑빠진 독에 물붓는 기분..그게 정말 저를 많이 지치고 힘들게 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아주 친밀한 애착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요.^^
요즘 저를 보고 꼬리흔들며 뛰어오는 모습, 볼을 부비며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면 아주 녹습니다.
(이렇게 꼬리 흔들어주기까지도 1년반은 넘게 걸렸네요..^^;;)
모든 유기견들이 저희 강아지 같지는 않을겁니다. 오자마자 적응하고 얌전히 말 잘 듣는 강아지들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어느정도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기에 어떤 분야에서든 크고 작은 문제점은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분리불안이든, 건강문제든, 밥을 잘 안먹는다든가, 대소변을 못가린다든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러니 입양하지 마시라는 것이 아니라
입양하기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를 놓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데려와 주십사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아이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함에 있어 내가 많이 힘들수도 있지만 인내하고 지켜봐 주겠다는 마음가짐.
왜 그렇게 해야하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고생을 상쇄할만큼 사랑스럽거든요.^^
유기견을 입양하고자하는 마음 따뜻한 이웃님^^
그 따뜻한 마음 그대로 상처입은 영혼을 끝까지 보듬어주시길.
다들 복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