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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갱스브르 조회수 : 2,185
작성일 : 2014-09-18 22:44:56

배경이 된 스위스 베른이나 리스본에 가고 싶다는 바람보다는

깊게 패인 주름과 조금은 흐려진 안광 사이로 여전히 멋진 제레미 아이언스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원작을 영화화 할 때 대부분 그 오리지널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글에는 관념적 언어가 가능하지만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생략되거나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대부분의 원작을 가진 영화가 그랬지만 이번 리스본행 야간열차 만큼은 의외다

소설보다 영화가 더 감흥을 주고 몰입하게 만든다

음울한 미스테리가 한 편의 그림 같다

화면 마다 구도며 빛이며 그 전체를 아우르는 풍광이며 감독의 시선이 촘촘하다

작가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은 고요하지만  어긋난 퍼즐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숨막히는 압박이 있다

영화에 있어 왜 편집이 중요한지 이렇게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교차된 영상은 오랜만이다

이야기의 뿌리에는 혁명이 있지만 사랑과 신에 대한 부정과 확신이 철학적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그래서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대부분 영화의 프리뷰들은 힐링이 되는 감성 여행이나 용감한 일탈이 주는 인생의 변화를 말하지만

보는 내내 가끔씩 올라오는 질문은 평범한 삶에 대한 지루한 물음이 왜 필요한지를 느끼게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기할 필요도 없는 구차한 습관들이 실은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된다는 것...

살면서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지루함이었다

마음에서부터 올라오는 한기가 참을 수 없는 강박으로 이어지다

결국엔 자신 만의 세계에서 순응하며 무탈하게 습관적으로 사는 삶...

주고받지 않으면 그런 순환하는 고통에 시달리지 않을 거란 교만한 확신

영화 속 제레미 아이언스의 모습에 밀착될 수 있었던 데는 별로 유익하지 못한 나의 경험이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던져진다는 건 선물이다

내 생각의 탄력과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영화의 첫인상을 보면 대개 끝이 어떨지 답이 나온다

밤새 주거니 받거니 혼잣말 하며 체스를 두는 주인공

마른 빵에 전날 먹다 버린 티백을 재활용하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모습부터

 새벽의 잿빛 구름과 비바람 ... 난간에 서있는 빨간코트를 입은 여자...

빨려들어가는 건 대사 한마디 없는 제레미아이언스의 표정이면 충분했다

이 배우는 참..중후하다라고 하기엔 찬사가 부족하다

저 나이에...

관능이 아직도 유효하다 못해 다른 차원의 것으로 빛을 낸다

애매한 연기를 가장 분명하게 연기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다

IP : 115.161.xxx.20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알리자린
    '14.9.18 10:54 PM (49.1.xxx.187)

    어제 다 읽고 도서관에 반납한 후.. 알라딘에서 주문 했네요.

    영화도 꼭 보고 싶어요...

  • 2. 리스본은 못 봤는데
    '14.9.18 10:57 PM (211.207.xxx.143)

    데미지에서 아이언스 아저씨
    이 아저씨는 그럴 수도 있어도 될 것 같았;;ㅋ

  • 3. 리스본은 못 봤는데
    '14.9.18 10:58 PM (211.207.xxx.143)

    꼭 봐야겠습니다, 소개 감사요~

  • 4. 글을
    '14.9.18 11:18 PM (14.52.xxx.251)

    참 잘쓰시네요. 쉬지않고 술술내려간 느낌... 저도 꼭 봐야겠어요.
    좀 있으면 남편 오는데 어여 받아 달라고 해야겠어요.

  • 5. 정말 좋았어요
    '14.9.18 11:55 PM (61.253.xxx.47)

    올해 본 영화중에서 최고였어요.
    제레미아이언스땜에 보러 갔는데, 가슴이 먹먹해서 나왔어요.
    독재에 항거하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사랑,이별이 우리나라 80년대를 많이 닮았어요.
    리스본 풍경도 아름답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어요.

  • 6. 하늘바다
    '14.9.19 12:22 AM (112.152.xxx.230)

    영화를 보고도 딱 꼬집어 뭐가 좋은지 표현을 못했는데
    기막히게 잡아주시네요

  • 7. 파아란2
    '14.9.19 8:01 AM (182.220.xxx.52)

    같이 보러간 친구가 어느 한장면도 놓칠수 없다던...
    어떤이가 감미로운 사랑 이야기 인줄 알고 보러 갔더니 혁명이야기 더라고 불평을 했어
    저는 혁명 이야기 인줄 알고 보러 갔더니 오히려 사랑이야기 더라고요
    혁명은 양념이었고요
    어쨌던 80 년대에 20대를 살아온 제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 였어요

  • 8. 빌어거스트 감독
    '14.9.19 9:58 AM (210.125.xxx.85)

    빌 어거스트 감독이 만든 영화였군요!
    감독의 첫작품 정복자 펠레 좋아합니다.

    작품에 흐르는 긍정적인 기운은 물론,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의 미묘한 분위기까지 덤으로 알게 되어 좋았어요.^^

  • 9. 제일 관능적인 남자
    '14.9.19 3:32 PM (121.140.xxx.47)

    제레미 아이언스, 그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그 배우 출연한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그의 관능적인 매력때문에 영화마다 한숨을 한보따리씩 늘어놓으며 감상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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