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피를 유난히 좋아한다
더 정확하게는 향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적부터 사탕도 계피 사탕만 먹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이 빵을 먹는다
한 주먹만 하게 말아 생크림에 각종 견과류... 속을 가르면 빵 켜켜이 계피 시럽이 발라져 있다
마지막 밑바닥은 흥건하고 짙다
그 종이까지 싹싹 핥는다
우유랑 궁합이 좋다 했는데 홍차랑도 맛이 깔끔하다
되도록이면 빵을 삼가고 있는데 이 빵 앞에서는 자제가 안 된다
동네 빵집이라 그런지 제빵사 컨디션에 따라 시럽의 음양이 다르다
비닐에 싸여진 외관만 봐도 그 양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리면 빵이 윤기있고 찰지게 뜯어진다
녹아내린 각종 내용물이 범벅이 돼 못난이 빵같이 퍼지지만 식감은 그만이다
쵸코렛 다음으로 먹고나서 절대 후회하지 않는 음식이다
이건 포만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한 입만 먹어도 흡족하고 바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맛있으니 더 오래 씹고 생각한다
아예 가루를 사다 커피 마실 때 살살 뿌린다
빵의 묵직함만은 못하지만 향으로도 충분하다
어쩜 이런 향이 있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없앴다
이 정도면 치유라 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