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를 배양해서 고기를 인공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라서 동물을 죽이고 도축할 필요가 없다네요.
그런데 부작용은 없을까요?
좀 전에 루리웹에서 미래의 고기에 대한 글을 보고 그냥 상상해서 지어낸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인공 고기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벤처기업에서 인공고기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나봐요.
인공고기라는 말을 처음 접했는데 앞으로는 진짜 별일을 다 볼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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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근 지구촌 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60억 명을 돌파한지 12년 만에 10억 명이 늘어난 것이다. 사실 사람 정도 크기의 중형 포유류가 지구에서 수십 억 마리나 살고 있다는 건 자연 생태계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비정상적인 과잉이 사람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전 세계의 소는 14억 마리로, 숫자로는 사람의 20%지만 덩치가 훨씬 크므로 총무게로 따지면 사람을 능가할 것이다. 돼지와 양도 각각 10억 마리나 된다. 닭은 무려 190억 마리로 덩치가 작은 게 그나마 위안이다. 이렇게 엄청난 수의 동물들이 살아가는 건 물론 사람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동물들을 도축할 때까지 키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곡식과 물, 땅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들 가금의 곡물 소비량은 사람의 소비량을 훌쩍 뛰어 넘은지 오래다. 우리나라만 해도 사람들이 1년 동안 먹는 쌀이 420만 톤 정도인 반면 사료로 쓰이는 곡물은 1,700만 톤이다. 또 세계 경작지의 24%는 소들의 차지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가금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 높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곡식을 고기로 바꿔 먹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고기 1kg을 얻으려면 곡물이 12kg 이상 들어간다. 돼지고기는 6~7kg, 닭고기는 2~3kg로 좀 덜하지만 에너지 낭비인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들이 내보내는 분뇨의 양도 상상을 초월한다. 또 소가 트림을 할 때 나오는 메탄은 지구온난화의 주역으로 지목 받은 지 오래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있다.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에 비해 식사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40% 수준이고 물의 소비량도 35% 수준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한 사람이 먹는 고기의 양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는 사람들이 고기 맛을 포기하지 않고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포스트 교수는 원래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조직공학자였는데, 이를 의학에 이용하는 것보다 스테이크를 만드는데 써먹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돼지나 소의 근육에서 줄기세포를 얻은 뒤 적절한 조건에서 배양해 고깃덩어리를 얻는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왕성한 세포분열 능력을 지녔으니 이론적으로 불가능할 게 없다. 그는 돼지에서 얻은 근위성세포(근육 성장과 재생에 관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 증식시켰다. 그 뒤 세포 덩어리를 틀에 고정시켜 전기충격을 줘 실제 근육 같은 조직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그냥 세포 덩어리는 ‘씹히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살코기는 결국 동물의 근육이다).
이처럼 세포를 배양하는 장치에서 얻은 고기를 ‘시험관 고기(in vitro meat)’라고 부른다. 시험관 고기는 콩 단백질을 가공해 만든 인조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축을 도축해서 얻지는 않았지만 진짜 고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험관 고기’ 연구는 네덜란드 정부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200만 유로(약 30억 원)를 지원한 ‘진지한’ 프로젝트다.
2012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 포스트 교수는 최근 시험관 고기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들은 현재 소의 줄기세포에서 시험관 고기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2012년 올해 가을에 시험관 소고기를 다져 만든 햄버거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현재는 시험관 고기를 만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시험관 소고기로 햄버거 하나를 만들려면 33만 달러(약 3억 7,000만 원)가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포스트 교수는 프로세스가 개선되고 대형화되면 승산이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돈을 대줄 투자자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포스트 교수는 시험관 고기가 친환경적이고 인도적이라 채식주의자들도 죄의식에서 벗어나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험관 고기 생산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고기를 키울(?) 때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량이 소를 키울 때의 절반 수준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10% 미만, 물 사용량은 5% 수준, 땅은 1% 정도다. 또 시험관 고기는 근육세포 덩어리일 뿐 신경이 없기 때문에(설사 있다고 해도 연결된 신경중추가 없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라는 단체는 지난 2008년 2012년 6월까지 상용화 수준으로 시험관 닭면조 고기를 만드는 연구자들에게 100만 달러를 준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PETA는 올 4월 정례 모임에서 기한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험관 고기가 상용화되는 건 생산비가 기존 고기와 경쟁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므로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물론 당사자인 포스트 교수는 충분한 연구비만 있다면 10년 뒤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험관 고기는 어떤 맛일까. 수년 전 포스트 교수의 실험실을 찾은 러시아의 방송 저널리스트가 고기를 집어 먹는 돌발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먹어보고 나서 “육질은 괜찮은데 맛은 없네(It is chewy and tasteless)”라고 평가했다. 실제 시험관 고기는 노란빛이 도는 옅은 분홍색이라 보기에도 별로 먹음직스럽지 않다. 색이 옅은 이유는 혈관이 없는데다 근육에 있는 미오글로빈 단백질의 양도 적기 때문이다. 포스트 교수는 현재 근육 내 미오글로빈의 양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복제가축의 고기도 (시장에 나올 경우) 먹을까 말까 고민해야하는 마당에, 시험관 고기라니 너무 앞서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시험관 고기가 상용화 된다면 지금은 필요악인 사육과 도축, 역병이 돌아 가축 수십만 마리를 땅에 파묻어야 하는 곤혹스러움도 피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글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http://www.hidoc.co.kr/Hidoc/News05.aspx?Mode=View&ModuleID=410&srno=20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