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결혼한 친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전화통화도 어쩌다 한번
남편, 아이, 기타등등의 역할이 끝이 없다
그래서인지 먼저 만나자 연락이 오면 더 반갑고 보고 싶은 바람도 크다
명절 끝...
대충 짐작은 했다
결혼 6년차로 접어들면서 드문드문 외로움을 얘기했다
경복궁을 무수리들처럼 이리저리 헤맸다
결혼도 아이도 낳아보지 않은 내가 이러쿵 저러쿵 토 다는 건 빈말에 지나지 않을 터
듣고 또 듣고 하다가 갑자기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다 한다
먹으면서 왜 고통을 느껴야 하나 회의가 들 만큼 맵다
그런데도 친구와 나는 젓가락을 놓을 줄 모른다
친구는 향초를 좋아한다
남편은 아이가 어리고 위험하다며 불을 켜는 걸 못마땅해 한다고 한다
그 한 마디에 친구가 느끼는 질식할 것 같다가 뭔지 단박에 들어온다
만난지 2시간여 만에 벌써 남편의 전화가 수어 통...
매운기도 식힐 겸 아이스크림으로 향하려던 우리의 발길은 중도에 멈춰야 했다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친구 남편에 대한 객기인지 근처 가게에서 작은 향초를 사 가방에 넣었다
혼자 있을 때 잠깐이라도 분위기 내라고 ...
사실 만난김에 영화 한편 보고 헤어질라 했지만 권하지 않았다
괜히 더 속상할 것이다
유일하게 결혼한 친구 중에 내 후회와 외로운 얼굴을 보일 수 있다
잘 살고 있지 못해라고 말해도 꺼림칙하지 않은 사이...
갑자기 친구 남편을 소개 받고 저녁을 먹던 지난 일이 떠오른다
자기가 바라는 건 살림 잘하는 여자라 했고 친구는 직장 그만두고 쉴 수 있다며 만족해 했었다
우라질..너무 일찍 시집 갔다
때마침 영화는 20대의 우정과 일에 대한 치열함을 담았다
흑백필름이다
이상하다
밤늦게 들어오는 길 오늘 낮에 있었던 경복궁에서의 뜨거운 볕이 먼 일처럼 느껴진다
냉동실에 먹다 남은 투게더 아이스크림이 있다
명절 음식 한상 눈앞에 놓고도 참았던 식욕이 터졌다
밤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최고다
친구의 향초엔 언제쯤 불이 들어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