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발바닥 빳따와 가짜 소원수리/문재인

공감요 조회수 : 735
작성일 : 2014-09-04 22:04:37
이런 군필한 경험자가 국군통수권자였으면
군대가 이따위로 개판이진 않을텐데요 ...
-----------

문재인

군대의 추억
- 발바닥 빳따와 가짜 소원수리

나는 1975년 사병으로 입대해서 1978년 병장 제대했다. 군대에서 매년 1,500명씩 죽어나가던 시절이었다. 그 숫자는 민주정부에 와서야 십분의 일로 줄어들었다. 민주주의가 곧 국민의 생명이요 안전임을 말해준다. 계속 줄어가야 할 군내 사망자 수가 노무현 정부 때 최저에 이른 후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입대해서 훈련소에서 신병 훈련을 받고 있을 때 군내 구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때도 구타 근절이 전군에 하달됐을 것은 당연지사. 그 조치의 하나로 불시점검이란 것이 있었다. 불시에 상급부대에서 나와 사병들의 옷을 벗겨보고 구타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물론 제일 먼저 벗겨보는 곳이 엉덩이였다. 그러자 한동안 엉덩이 빳...따가 싹 사라졌다. 그 대신 유행한 것이 발바닥 빳따였다. 불시점검 때 신발과 양말을 벗겨 발바닥까지 살펴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체 기합도 엎드려뻗쳐를 시켜 엉덩이를 때리는 대신, 내무반 침상 끝에 맨발을 나란히 내밀게 하여 발바닥들을 때리는 식이었다. 나 혼자 발바닥 빳따를 된통으로 맞은 적도 있었다. 나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우리 훈련소대가 잘못한다는 이유로 훈련병 가운데 선임 분대장이었던 내가 대표로 맞은 것이었는데, 아픈 정도가 엉덩이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유신시위로 제적·구속됐다가 강제징집 당한 처지였고 지지 않겠다는 오기 같은 것이 있어서 엉덩이 빳따 수십대 정도는 끄덕없이 버티곤 했다. 그런데 발바닥 빳따는 불과 몇 대에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터져나오고 다리가 저절로 오무려졌다. 그렇게 수십대 맞고 나니 두 발바닥이 퉁퉁 붓고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고, 훈련화에 발이 들어가지 않아 신발을 신을 수도 없었다. 별 수 없이 다음날 하루 종일 훈련과 일과에서 빠지고 내무반에서 다른 훈련병이 갖다주는 밥을 먹으며 넘겼다. 조교들도 모른체 해주었다.

그때도 신병 훈련을 마칠 때 소원수리가 있었다. 훈련소에서 겪었던 구타나 비리, 고충들을 무기명으로 적어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이 다가오자 조교들은 노골적으로 겁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삐딱한 내용 적어내면 죽을 줄 알아!”
“무기명으로 해도 누가 쓴 건지 다 확인할 수 있어!”
“한 놈만 잘못 써도 연대책임이야!”
팽팽하게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상급부대에서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소원수리를 받는다고 들이닥친 것은 퇴소 3일 전이었다. 물론 소원수리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조교들이 조성해놓은 공포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소원수리팀의 지휘자가 간곡하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된다… 조교들이 겁을 줬을텐데 모두 거짓말이다… 내일 모레면 수료고 조교들은 소원수리서를 아예 볼 수가 없는데 어떻게 불이익을 줄 수 있겠는가?… 여러분이 쓰지 않으면 후배들이 똑같은 일을 겪게 된다… 여러분은 끝났지만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 군대의 발전을 위해 여러분이 겪은 부당한 일을 빠짐없이 써다오.”

한편으로는 창 밖에서 엿보는 조교를 붙잡아 훈련병들 앞에서 크게 야단쳐서 혼쭐을 내기도 했다. 그런 말과 모습에 설득되어 결국 꽤 많은 훈련병들이 열심히 소원을 적어냈다. 그런데 소원수리가 끝난 얼마 후 조교들이 몽둥이를 들고 “동작 그만!”하며 들이 닥쳤는데…… 우리가 적어낸 소원수리서가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었다.
“뭐 어째, 구타?”
“이거 쓴 놈 어느 새끼야?”
“지금 필적 조사하고 있는 밝혀지면 죽을 줄 알아!”

그 날 일과 끝날 때까지 몇 시간동안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지옥같은 단체 기합을 받았다. 훈련소 입소 이후 최장시간, 최고강도의 단체 기합이었다. 진짜 소원수리팀이 온 것은 퇴소 전날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신기하게도 지난번과 단어 하나 틀리지 않게 똑같은 말로 간곡하게 당부했다. 이번에는 전원이 끝까지 아무것도 쓰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 후 소원수리는 순진하게 임하다간 더 큰 화를 입게 된다는 것이 군복무동안 상식이 됐다. 자대배치 후에도 제대할 때까지 몇 번 소원수리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야! 야! 쓰지마, 쓰면 더 괴로워져.” 라는 말들로 넘어가곤 했다.

40년 다 되어가는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다. 그러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는 우리 군의 모습이다. 우리 세대가 겪은 군대를 우리의 아들들이 그대로 겪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군내 자체 감시체계와 고충처리체계가 구타 근절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군내 구타 근절을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윤일병 사건 같은 구타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말단 지휘관부터 국방장관에 이르기까지 지휘계통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구타 근절 대책이 꾸준히 시행될 수 있다.

둘째, 고통 받는 병사들이 가족이나 친구, 스승 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통신의 자유를 허용해야하고, 가족도 그 소통을 통해 아들의 안녕과 건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활용할 수 있는 외부 소통의 수단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과 후의 자유시간 내무반에서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다. 한꺼번에 전면 허용이 어려우면, 최소시간부터 시작하여 점차 시간을 늘려가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병사들의 군내 PC방 사용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시간당 500원씩 유료로 사용하게 하는데, 일정한 기본시간의 사용은 무료로 하고 초과 사용시간만 유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본 사용시간에 미달하는 병사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확인하고, 적어도 기본 사용시간만큼은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독려해야 고참들의 위압 때문에 PC방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모병제로 전환될 때까지 우선 시행해야할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한다.


IP : 39.7.xxx.2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군대 악습 타파
    '14.9.4 10:32 PM (203.226.xxx.106)

    좋은 의견이네요 문재인이 다시보입니다

  • 2. 11
    '14.9.4 11:15 PM (121.162.xxx.100)

    군대가 아니라 수용소네요 끔찍해요 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4204 권리만 누리고 의무피하는 남자형제 두신 분들께 추천하는 경제정의.. 1 책추천 2014/09/05 1,201
414203 가계-기업 벌어지는 소득격차…한국만 유독 심한 이유? 1 멍멍 2014/09/05 898
414202 허벅지 둘레 53cm..어때요? 9 허벅 2014/09/05 19,445
414201 8만원대 선물했는데 적당한건가요? 어느정도 2014/09/05 906
414200 이제서야 운전 면허증 따고 싶어요 5 사십대중반 2014/09/05 1,389
414199 자존감 형성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6 자존감 2014/09/05 3,240
414198 제주도 관광 중 우도& 아쿠아플라넷 중 택일? 5 선택 2014/09/05 1,820
414197 앨범 만들어 주는 곳 어디가 좋을까요 1 앨범 2014/09/05 694
414196 인스타에서 파는 음식 샀다가 실망만 나오네요 6 ..... 2014/09/05 2,534
414195 몰려다니면서 텃세 형성하는거는 5 ㅁㅁ 2014/09/05 1,961
414194 사회생활 인간관계에서 회피하는 버릇. 8 다짐글 2014/09/04 4,436
414193 추석 당일 오후 에버랜드 사람 많을까요? 6 2014/09/04 2,430
414192 아시아인권위, 박근혜 정권 비밀스런 역사전쟁, 가짜 역사로 인식.. 1 홍길순네 2014/09/04 847
414191 직장에서 이런일 어찌 대처해야할까요? 3 ..... 2014/09/04 1,442
414190 배가 고픈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qor 2014/09/04 863
414189 경북대랑 아주대 공대 어찌할까요? 49 애타는 맘... 2014/09/04 18,353
414188 세월호2-42일) 실종자님들! 추석전에 돌아와주세요. 15 bluebe.. 2014/09/04 466
414187 9월 4일자 괜찮아 사랑이야. 보셨나요? 32 2것이야말로.. 2014/09/04 4,156
414186 수퍼스타 k 실시간 어디서 볼 수 있나요??? 2 99 2014/09/04 1,073
414185 PT하면 확실히 느나요? 너무 비싸요, 한달 100만원에 육박.. 9 고민중 2014/09/04 5,354
414184 상사분께서 선물받고 고맙다고하면요 1 바닐라 2014/09/04 641
414183 도와주세요) 새끼고양이를 구조했어요 18 새끼길냥이 2014/09/04 1,870
414182 저 아이라이너 인생템(?) 찾았어요 58 완전지성 2014/09/04 20,914
414181 샘 스미스라는 가수 아세요? 노래 진짜 잘하네요. 유이 2014/09/04 686
414180 바끈해 페북 가관이네요 ㅋㅋㅋ 3 2014/09/04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