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장 고마운 배려는 뒷사람을 위해 앞선 사람이 미닫이문을 살짝 잡아주는 모습이다
그 찰나에 무언의 인상으로 오고가는 대화도 무척 친절하게 느껴진다
대놓고 "고맙습니다" 하지 않아도
간단한 고갯짓만으로도 왜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생판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안전한 보호를 받는다는 착각일지라도
혹여 그문에 밀려 다칠까 신경쓰는 마음이 너무 고맙다
가끔 쏜살같이 제 혼자 들어가 버리고 마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당하는 입장에선 기분이 안 좋다기보다는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런 경우 반드시 뒷사람 생각해서라도 조심해야 겠구나..하고
또 하나는
만원인 지하철에서 내리려는 순간 조심조심 자신의 몸을 비켜주는 사람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누구나 동의하는 규범이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개중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나대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배려를 알고 있고 행동한다
응큼하고 불온한 아저씨들 사이에는 다소곳?하고 점잖은 아저씨들도 있다
행여 옆자리 여성에 몸이 닿을까 뻣뻣하게 허리를 곳게 편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어 그랬겠지만 무릎 붙이고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모습도 배려다
쩍벌남의 망측함은 여전하지만...
요즘 우리집 앞에 몰래 쓰레기 투척하는 이웃이 있다
공고도 해보고 협박도 해봤지만 끄떡도 않는다
쓰레기봉투 살 돈이 없는 건지, 분리수거 할 상황이 안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욕을 한사발 하려다 "쓰레기 봉투 드릴게요"..라고 써 붙여놨더니
웬일?!...
안 버린다..그 후부터
양심을 건드린 건 배려였다
속이 있으니 부끄러운 걸 아는 사람이 왜 그랬나 모르지만
암튼 이웃 지간에 얼굴 안 붉히고 끝나 기분이 좋다
내 마지막 카드는 CCTV설치한다는 엄포였는데...
안 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