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버스든,지하철이든 대중 교통을 타면 늘 불안함을 느껴요.
제가 조그맣고 인상이 순해보이니 만만해서인지 빈자리가 많이 나도 꼭 제 옆에 앉고 어르신들은 더 젊은 애들 놔두고
제가 자리 양보하길 바라시죠.
한번은 잠이 깜빡 들었다가 깼는데 하필 그순간 할머니 한분이 제 앞에 딱 서시더니 요즘 젊은 것들은 양보를 모른다느니
하면서 뭐라고 하시는데 잠결인데다 인상도 무섭고 사람들이 쳐다보는것 같아서 창피하길래 얼른 자리를 비키고 다른 칸
으로 옮겨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 옆에는 저보다 더 젊은 애들이...ㅠㅠ
암튼 이런 일을 겪다보니 차라리 서서 가는게 편하다 싶어서 왠만하면 맘편하게 서서 가요.
그런데 오늘 언니랑 오랫동안 걸어다녀서 발도 아프고 해서 자리가 났길래 얼른 앉았어요.
몇 정거장을 편하게 갔는데 제 앞에 서있는 언니 뒤로 머리가 고운 백발의 할머니가 손잡이를 잡으시고 주위를 둘러
보시는게 보이는거에요.
백발의 머리칼을 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동으로 일어섰어요.
앉으시라고 하니 고맙다고 하시며 앉으시는데 제가 갖고 있던 종이 가방을 들어주시더군요.
무거우니 그냥 바닥에 놓고 다리 사이에 놔두시면 된다고 했는데도 굳이 손으로 잡고 계셨어요.
그리고 자리가 나나 않나나 주위를 자꾸 둘러보시는데 저한테 미안해 하시는게 느껴지는거에요.
자리가 나기 무섭게 저보고 앉으라고....
내리실때도 다시 한번 고맙다고 하시면서 내리시는데 제가 더 감사하더라구요.
머리도 곱게 백발이 되셨고 인상도 아주 좋으셨고 정말 곱게 나이드신 분이구나 알겠더군요.
저런 분이라면 내 다리가 아무리 아파도 백 번,천 번 양보해 드릴 수 있어요.
젊은것들이 양보를 모른다고 큰소리 치던 할머니는 인상도 참 입처럼 거칠고 사나웠는데 고맙다고 하시던 할머니는 마음
씨처럼 인상도 좋고 고우셨어요.
나도 저렇게 곱게 늙어야겠다 생각했네요.ㅎ ㅎ
오랫만에 기분 좋은 분을 만나서 정말 마음 따뜻한 하루가 될것 같아요.
이런 분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