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씨 개에게 일부러 먹이는 사람은 없겠지만...
지난 일요일에 저희집 개가 복숭아씨 먹고 이번주 아주 개고생했어요..
저희 개도 개지만... 제가 더 개고생을.. ㅠㅠ
지난 일요일에 집에 친구가 와서, 복숭아 하나를 통째로 주고 씨 담으라고 그릇을 줬어요~
저는 부엌에서 볼 일보고, 그릇 가지러 왔더니... 그릇만 있는 거에요!
친구는 못봤다고 하고.. 저희 개가 두 마리 중 한 녀석이 먹은 거 같은데..
둘 중에 좀 더 먹을 것에 집착하는 녀석이 의심스러웠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서...
그리고 복숭아씨 삼킨 것이 그렇게 심각한 것이었는지도 와닿지 않았었어요..
혹시 몰라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헉쓰~~~ 복숭아씨 먹고 수술한 개들이 좌라락..
걱정스럽고 원망스러운 마음에 친구에게 왜 그걸 그냥 바닥에 뒀느냐고.. 했더니..
개가 먹을지 몰랐다고.. 먹으면 안되는 걸 왜 자기에게 미리 말 안했냐고.. 그러더라구요~
똥으로 나올 거다.. 이러면서요... @.@
그래도 그렇게 무심하게 바닥에 내려놓고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미리 경고하지 않은 제 탓을 하니, 애초에 복숭아를 준 제가 잘못이지만... 친구가 너무 밉더라구요..
어쨌든, 다음날 강아지 다니는 병원 의사샘과 통화해보니..
위장에 남아 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소장으로 넘어가면 보통은 통과시키지 못하고 막힌다고 수술해야 한다고..
(특히 소형견들은 더 그런데, 저희 개들은 둘 다 5kg대 시츄입니다~)
구토를 유도해보는 건 어떠냐고 해서..
의사샘 말대로 약국에 가서 과산화수소수를 사다 3배 희석해 먹이고, 기다렸는데.. 이것도 소용이 없었어요~
다시 의사샘과 통화했는데, 증상(구토나 식이거부)이 없으면 위장에 있을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하더라구요..
위장에 남아있다가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고, 소장으로 넘어가서 장이 막힐 수도 있다는데..
몇 달전 ~ 수년전에 먹은 복숭아씨 때문에 수술한 개도 있대요..
아, 그리고 먹은 게 확실하지 않으면 엑스레이를 찍어도 복숭아씨같은 건 잘 안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안먹은 것일 수도 있지 않냐, 일단 지켜보라고 하는데..
온 집안을 찾아도 없고.. 10년동안 개들 해온 걸 봤을 때.. 제 생각엔 99% 먹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한 녀석이 더 의심스러웠구요..
비용 생각에.. 그냥 놔뒀다가 언젠가 증상이 나타나는 한 녀석 데려가서 수술할까..
아니면 어떻게든 찾아서 빨리 해결을 해야할까.. 머리 속이 복잡복잡... 다른 일들도 손에 안잡히고..
개들 둘 다 나이가 많아서 (12세 이상으로 추정) 몇 년 뒤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 때 수술은 더 위험할 것 같고..
고민고민하고 의사샘과 상의해서, 결국은 내시경이 있는 좀 큰 병원을 찾아서 복숭아씨를 찾아보기로 결정내리고..
집근처에는 내시경 있는 병원도 없어서 두 마리 데리고 택시타고, 병원 찾아 왔다갔다 하면서..
맘도 몸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ㅠㅠ
먼저 더 의심되는 한 녀석을 검사했는데...
엑스레이와 초음파.. 이 과정에서 이물로 의심되는 것이 발견됐고.. 결국은 내시경으로 확인, 제거..까지..해서..
ㄷㄷㄷ... 70만원짜리 복숭아씨를 가져왔습니다...
이 녀석들 길에서 만난지 10년이 넘어가고...
사고없이.. 자연사할 때까지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 지키지 못하게 될까봐... 너무 무거웠던 마음이... 이젠 좀 괜찮아졌네요..
친구를 원망했던 마음도 좀 수그러들고...
(혹시 강아지가 어떻게 되면 이 친구 다시는 못볼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래도 아주 멀지 않은 곳에서 내시경이 있는 큰 병원을 찾아낸 것도..
다행히 일이 덜 바빠서 병원에 데려갈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
3개월 무이자할부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가 있었던 것..
처음 검사한 녀석에게서 찾아낸 것... 불행 중 다행이고.. 또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아... 어쨌거나.. 좀 더 조심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애꿎은 복숭아도 싫어지네요..
냉장고에 하나 남아있는데... 빨리 먹어서 치워버려야겠습니다.. --;
지금까지 폭풍의 한 주간의 사연이었습니다~ ㅠㅠ
(다 쓰고 나서 보니, 엄청 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