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황에게 평화 그림 건넨 고권일 제주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교황 프란치스코는 바티칸으로 돌아갔고,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 위원장도 강정마을로 돌아왔다. 기대했던 교황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광화문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주일 동안 동조 단식을 하면서 손수 그린 그림은 교황에게 전할 수 있었다. 그는 "실망 대신 큰 울림을 받고 왔다"고 했다.
22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 위원장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했다. 18일 교황집전으로 명당성당에서 열렸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강정마을 주민 등이 앉을 것으로 알았던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앉아버렸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측은)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강정마을 주민과 밀양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가족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각각 3명씩 12명이 앉을 자리 배정해준다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제대와 멀지 않은 사제단 바로 뒤쪽 자리로 'C2' 구역이라고 했다. 이 자리는 교황이 입장과 퇴장을 하는 동선의 귀퉁이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위치였다.
미사가 열리던 날, 우리들은 오전 7시에 입장했다. 통보받았던 자리에 가 앉으려 하니 못 앉게 하더라. 이 자리로 통보 받았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되더라. 여기는 C2 구역이 아니고, A구역이며, C2 구역은 저 뒤에 있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그들이 말하는 자리에 가 앉았는데 원래 우리가 앉을 것이라고 알고 갔던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앉더라. 처음부터 우리 자리는 저 뒷자리였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그렇게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한 장의 메모지를 보여주었다. 메모지엔 육필로 명당성당 미사 진행시 좌석배치와 강정마을 주민 등이 앉을 자리에 대한 표시가 되어있었고, "*C2 배정받음. 제대와 멀지 않음. 교황 행렬을 바로볼 수 있는 자리. 입장이나 퇴장시 꼭 지나가는 경로라 함." 등이 적힌 5개의 문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