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대형 의자…청와대에선 총 든 군인 사열
공항에서 영접한 화동도 소외계층 아이들이었다면…
공항에서 영접한 화동도 소외계층 아이들이었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서울공항 영접 행사에서 세월호 유족을 만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튿날 유족한테서 받은 ‘세월호 노란 리본’을 방한기간 내내 가슴에 달아 진심을 보여줬다.하지만 교황과 함께선 한국 주교들의 가슴에서는 노란 리본을 찾을 수 없었다. 통역을 맡은 정제천 신부만이 리본을 달았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 미사에서도 노란 리본은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의 가슴에만 달려 있었다. 한 천주교 사제는 19일 “반드시 노란 리본을 달아야 세월호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의 어른들이 그동안 교황님만큼 세월호에 관심을 표현한 적이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교황은 4박5일 짧은 방한 기간 동안 ‘프란치스코 현상’이라 이를 만큼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민들은 익숙한 지도자상과는 크게 다른 그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진정성에 감동했다. 그 때문일까. ‘성과 속’ 모두에서 기존 ‘문법’대로 교황을 이해하고 맞으려한 탓에 권위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이 도드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16일 오후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마중나온 수도자 3명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인사하자 크게 당황해 하며 그들을 일으켜세웠다. 이어 ‘수도자들과의 만남’ 행사에서는 꽃동네가 준비한 대형 의자를 교황청 의전팀이 평범한 의자로 바꾸기도 했다.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주필은 “교황을 왕을 모시듯하는 군주제적인 생각에 일침을 놓은 것”이라고 했다.교황은 중증 뇌성마비를 지닌 오요한(29)씨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청했다. 한국을 떠나며 강우일 주교에게 남긴 마지막 말도 “날 위해 기도해달라”는 것이었다. 한 주필은 “교황은 나 역시 부족하기 때문에 축복을 받아야 하는 사람, 축복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교황이라는 직무를 수행할 뿐, ‘너와 내가 똑같은 보통 사람’이라는 게 교황의 뜻”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한국 천주교도 ‘권위’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들이 많다.공항 영접 때 나선 화동 선정을 두고도 아쉽다는 말들이 있다. 한복을 차려입고 교황에게 꽃을 전달한 남매는 염수정 추기경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강남 사립초등학교 학생들이다. 한 사제는 “화동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로 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가진 자 위주로 사목하는 한국 교회의 실상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했다.최고의 예우이긴 하지만,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 총을 든 의장대 사열이 포함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있다.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씨는 “교황은 아르헨티나에서 군사독재를 겪은 분이다. 그런 분에게 열병을 하게 한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