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82쿡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받은 유민아빠 단식철회에 대한 어머니들의 간절한 메시지를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거리 집회에서 뜻이 같은 이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중에서 20대 젊은이들의 참여가 제게는 의미깊었고, 아직도 지속적으로 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광화문에서 매일 3-4시간 쪽잠을 자 가면서 자원봉사로 현장일 돕고 있는 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매일 유민아빠 옆에서 지내기 때문에 그분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보고 있는데 손편지를 서울 시청에 보내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닐 거랍니다. 편지 오면 어차피 그쪽 자봉팀에게 다 올 건데 손 들 기력도 없는 분이 손편지 읽는 게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 한답니다. 그쪽에도 현장에서 써놓은 쪽지가 매일 산더미처럼 쌓인대요.
그리고 시청광장 집회에서도 말했다시피 유민아빠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날 정도의 기력이라 여러분이 보낸 편지에 얼마나 집중과 공감을 할지도 모르겠다구요. 현장 오지 않은 채 편지와 SNS 전달 등에는 오히려 기력 빠져한다고 합니다. 교황님 시복식 이후로 광화문에 오는 인원이 쫙 빠진 상태라 시간 내서 현장에 오셔서 눈 맞추고 인사하고 응원 메시지(참 애매합니다. 힘내라고 하자니 계속 하란 얘긴데... 지금 우린 그만 두게 하고 싶은 거잖아요 ㅠㅠ)를 보내는게 차라리 더 나을 거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응원은 사실 그걸로 양심의 죄 퉁쳤다 싶은 자기 위안이지, 유민 아빠에게 아무런 힘이 안 된다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그랬을지 모르나 이제는 현장에 나타나서 어떻게든 그 실체를 보여주는게 낫다 싶습니다.
또 현장에서의 느낌은 광화문에 응원도 와 주시고, 정당에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여의도 정당 사무실 앞에서 꾸준하게, 많은 숫자가 동원되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냐고 보인답니다.
그냥 철회하세요 같은 메시지보다는 구체적으로 조직을 짜서 몇명이 그 앞에서 함께 릴레이 단식을 한다든가, 분명히 대안을 갖고 이를 들이밀지 않은 한에는 현재 제시된 의견이 지난 백몇십일 동안 해왔던 의견과 큰 차이가 없어서 그 분을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답니다. 물론 구체적 대안이 나와도 움직인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지만 뭔가 더 뚜렷한 액션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네요.
예를 들어 실컷 어디로 모입시다 같은 게시글을 써도 '맘만은 함께 하겠습니다''저는 오늘은 힘들고 다음에 꼭 같이 하겠습니다''어머 어떡해요, 오늘은 정말 꼼짝할 수 없는데..' 같은 답글은 뜻은 고맙고 사정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지만 사실 맥 빠지거든요. 정말 할 마음이 있는 분이 아니면 그냥 안 달아주시는게 나을 것 같아 저는 갈 수 없으면 아예 답글을 안 답니다. 그런 것처럼 정말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 가능하면 강력하게 행동해 주시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유민아빠 건은 '입보시'로는 안 될 사안 같습니다.
유민아빠는 오늘 기자회견장에서도 죽을 각오로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제안에 참여하신 분들이 주로 경기도 쪽 분들이 많아 뜻은 고맙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일정한 인원 이상으로 움직일 수 없다면 제안은 그냥 제안에 그치지 않을까 싶어 안타깝습니다. 이게 자발적이라서 강요될 수 없는 게 저를 포함한 우리의 한계겠지요.
광화문 현장에서 매일 대책위가 욕을 들어먹으면서도 어쨌든 뭔가를 계속 하고 있긴 하고, 대학생 포함 젊은 친구들은 방학이니 그나마 괜찮은데 이제 개학하면 어찌 될지 모릅니다. 저처럼 모래알 같은 시민들은 일단 하자는대로 다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그 전체 수를 합치면 사실 시청광장에 모인 2만명 정도가 고작이겠죠? 그것도 시간 쪼개서 오신 상황이니 매일 같이 잘 조직해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장 소식이랍시고 전해 드렸는데 쓰고 나니 허탈해지네요. 82 엄마당이 많으시니 참고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단 광화문이든 어디든 가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