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8월 7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970
작성일 : 2014-08-07 07:10:01

_:*:_:*:_:*:_:*:_:*:_:*:_:*:_:*:_:*:_:*:_:*:_:*:_:*:_:*:_:*:_:*:_:*:_:*:_:*:_:*:_:*:_:*:_:*:_

시청 앞 작은 연못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비단잉어가 산다
몰락한 귀족처럼 느릿느릿 헤엄치면
양귀비꽃 수면에 비쳐온다
우리는 그걸 주홍빛 슬픔이라 부른다
허기진 햇빛이 정수리 위에 어른거린다
메마른 광장의 오후 2시가 아가미 속을 들락날락하는
지루한 염천(炎天)의 대낮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벽을 두드려보듯 지느러밀 움직여
물의 파동을 느껴본다
배에 와닿는 물의 감촉이 따스하다
눈앞이 침침해지고부터는 소리에 집착하게 된다 좁고 가늘어진 바람소리
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
무수한 소문들이 물기를 머금고 부풀었다 사라진 벤치에
빈 종이컵이 실신할 듯 입벌리고 있다
새우깡을 무심히 던지던 손이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 무엇일까
生의 마지막 들숨을 쉬듯 물위로 솟구칠 때 무심코
돌아서던 누군가의 하얘진 귓불을 보았을 수도 그때 잠깐 흔들린 듯
눈을 깜빡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서로가 엿본 것은 아무 것도
들킨 것 또한 아무 것도 없다 다만 그 동안에도
애초에 누구의 관심거리도 아니었다는 듯
개미들이 떨어진 여치 다리를 십자가처럼 옮기고 있었고
체인을 오래 매만지고 있던 자전거 옆으로 은색 승용차가
서류뭉치를 신생아처럼 안고 급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모두 외로움을 흙먼지처럼 껴입고 있지만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벤치 밑에 조금 구부러진 쇠뜨기풀이 다시 일어서는 동안
내 어슬렁거림은 어떤 사소함에 비유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에 열중하는 순간 누구나
제 몸에 딱 맞는 표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모두 서로에게 그림 속 배경일 뿐이라는 듯
과자 부스러기들이 바람에 흩어진다


                 - 김미령, ≪흔한 풍경≫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8월 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8월 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8월 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50169.html

 

 

망해가는 게 어디 한둘이랴...

 

 

 
―――――――――――――――――――――――――――――――――――――――――――――――――――――――――――――――――――――――――――――――――――――

”용서란 죗값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 다른 게시판 댓글에서 발췌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
    '14.8.7 8:52 AM (108.14.xxx.185)

    카툰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2349 日 눈치? 독도入島시설 없던일로 세우실 2014/11/05 294
432348 운동은 피곤해도 이겨내고 해야 하는건가요?? 10 피곤해ㅠ 2014/11/05 3,282
432347 여보 나 사랑해? 21 ... 2014/11/05 3,403
432346 전세 부동산 수수료는 0.3%로 규정되어 있는건가요? 2 전세 2014/11/05 829
432345 영어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하면 뒤떨어지나요? 15 아로마 2014/11/05 2,725
432344 눈영양제. 4 .. 2014/11/05 1,643
432343 "홍준표, 선거때 마다 무상급식 말바꿔" 5 샬랄라 2014/11/05 930
432342 친정언니가 손님을 데려온 꿈 5 흐음 2014/11/05 1,110
432341 2014년 11월 5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2014/11/05 423
432340 댄스선생님이 너무나 그리워요. 3 .... 2014/11/05 1,930
432339 알바하는데 그만두기 얼마전에 말해야 하나요 11 알바생 2014/11/05 5,771
432338 천연조미료 가루중 활용도 높은건 어떤건가요? 1 궁금 2014/11/05 777
432337 나를 자꾸 속이는 고1아들 13 어유 2014/11/05 4,423
432336 건어물 한치 맛있는데 좀 알려주세요 2 겨울 2014/11/05 711
432335 한국서교환 환불? 4 미국코스트코.. 2014/11/05 503
432334 가을에 조심해야 할 우울증 1 스윗길 2014/11/05 1,143
432333 이 새벽에 혼자 소설을 써 봅니다. 13 오늘밤 2014/11/05 3,807
432332 제가 보기에 여자가 사회생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두가지인듯 4 끄적 2014/11/05 5,093
432331 마왕에겐 미안하지만..채널A mbc ytn 아주 좋아라 하네요 3 미안 2014/11/05 2,401
432330 강남구 일원동근처 아동발달센타 추천해주세요 2 나나 2014/11/05 779
432329 여아 때린 돌보미. 화가 치밀어 오름 14 mew2 2014/11/05 3,070
432328 대구로 이사가요(2) 3 답답 2014/11/05 1,263
432327 [급질] 일산사시는 분들, 중산지구 사시는 분 도와주세요 3 @@ 2014/11/05 815
432326 원래 남자들도 처갓집 어려워하나요? 8 .. 2014/11/05 1,306
432325 요리할 때 레몬과 레몬주스의 차이... 3 허리 2014/11/05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