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살짜리 강아지가 삼천판 폐쇄 부전증이래요.
말기라 치료는 불가능하고 생명연장 차원에서 투약하며 한 달 단위로 내다본다고....
모르겠어요. 병원 가기 전날까지만해도 무척 잘 먹던 녀석인데
병원 서너군데 옮겨 다니며 검사하고 집에 돌아와 약 먹기 시작하곤
점차 식욕을 잃더니 지금은 음식을 아예 거부해요.
하루 2번 심장약, 혈압약, 이뇨제, 방광염약 먹여야 하는데
밥을 안 먹으니 고기랑 현미죽이랑 갈아서 미음으로 만들어 주사기로 먹이는데
간장종지만큼 먹이는 것도 필사적으로 거부해서 전쟁이예요.
빈 속에 약만 먹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약까지 안 먹일 수도 없고요.
그냥 두면 또 다시 복수가 차서 부풀어 오를거라 이뇨제로 계속 빼줘야 하거든요.
정말 모르겠어요. 하루종일 기운이 없어서 누워있거나 비틀거리는 녀석이
밥 먹일때면 온 힘을 다해서 버티고 밀어내는 거 보면, 그러면서 억지로 음식 입에 집어넣고 있자면,
제가 강아지를 괴롭히고 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고요.
심장에 문제가 생겨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그래서 호흡에 문제가 오는 질환이라
하루 몇 번씩은 갑자기 끅끅 거리면서 숨이 막혀하는데
그럴때면 산소캔을 입에 대주는 거 밖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며칠전부턴 자면서도 몸을 부들부들 떠는 일이 많아서 수의사에게 물어봤는데
고통 때문이라기보다는 온 몸의 신체기능이 저하되면서 그런 걸 꺼라고요.
평생 뚱뚱하다는 소리 듣던 녀석이 지금은 갈비뼈가 앙상하게 살이 빠졌어요.
당장 눈 앞에서 신음을 하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식구들은 자기들 귀가했을때 그래도 비틀거리며 다가서서 꼬리 치는 거 보곤
오늘은 괜찮아진 거 같네, 좋아보이네 한두마디씩 하지만
매일 밤 데리고 자는 전 알거든요.
하루종일 심장이 얼마나 요동을 치는지.. 자면서도 얼마나 몸을 떨고
자다가도 몇 번씩이나 숨이 막혀서 깨어나는지..
차라리 병세가 더 깊더라도 먹기만 해준다면 살려는 의지로 알고 같이 헤쳐나갈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좋아하던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연어, 토마토 모든 음식을 거부하니까...
.....죽고 싶은 건가 생각도 들고...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음식을 거부하는 개에게 매일 억지로 주사기를 입에 집어넣고
약을 먹이고,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를 하고, 링거를 맞추고...
그렇다고 과연 안락사라는 선택은 정말 개를 위하는 걸까. 내가 바라보기 힘드니까 그러는 건 아닌가.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