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긴하는데 찐득하다
건물 밖 실외기 옆을 지날 때면 죽을 맛이다
무거운 공기에 땅에서 차오르는 습기가 맞물려 피부가 기분 나쁘게 물렁해진다
에어컨에 장시간 노출되면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 여운을 안고 나와야 그나마 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다
그래도 바람이다
가로수 옆은 꽤 우거지고 운치도 있어 천천히 걸으면 땀도 마르고 괜찮다
곳곳이 금연구역이라 후미진 길 곳곳에 한무리의 흡연족들이 몰래 담배를 문다
쪼그리고 앉아 한 손엔 자판기 커피를 들고 연신 뻐끔뻐끔...
그 연기가 무턱대고 날아온다
이 꾀죄죄한 바람에 실려...
웬만한 건 참자 주의인데...담배연기 만큼은 싫다
앞선 사람이 담배를 물면 재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
그 너른 공기를 향해 쫙쫙 뿜어내는 연기의 발광
컨디션이 난조일 땐 콱 쥐어박고도 싶다
죄지은 사람처럼 요리조리 피해 담배 찾을 구멍 찾아다니는 애연가들도 안됐지만
원치 않는 흡연에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고초도 크다
가뜩이나 오늘처럼 습기가 밴 무거운 바람이 신경을 자극하는 날
길거리 흡연은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