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이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진보 성향 여부를 떠나 각 종단을 대표하는 최고위 성직자들이 사회 이슈에 관한 이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라 주목된다.
27일 내란음모 사건 변호인단에 따르면, 최근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목사,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등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은 내란음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천주교 김희중 광주대교구 대주교, 조계종 도법 결사본부장, 성공회 김근상 주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실천불교전국승가회 퇴휴 상임대표 등도 포함됐다.
자승 총무원장과 남궁성 교정원장, 김영주 총무 목사, 도법 결사본부장, 김희중 대주교 등은 이번 탄원서에서 "나병환자들이 사람대우를 받을 수 없었던 때, 전염이 두려워 그들에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때에도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며 "누가 어떤 죄를 범했든, 도움을 요청하면 그 죄를 묻지 않고 구원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종교인의 마음과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남북분단과 이념의 갈등, 동서로 나뉜 지역 간의 갈등,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종식되고 우리 사회에 통합과 평화와 화해가 깃들기를 우리 종교인들은 염원한다"며 "소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7명의 피고인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를 따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염 추기경은 앞서 이 사건 구속 피고인들의 가족을 직접 만나 면담하고, 앞장서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은 탄원서에서 "얼마 전 '국회의원 이석기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들의 가족들을 만났다"며 "그들은 많은 고통과 아픔을 지니고 한 자식의 어머니이며 한 아내의 남편이 가정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가 법의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동시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청한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항소심 심리를 모두 마친 뒤, 2주 뒤인 다음 달 11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