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딸입니다.
친정엄마는 거의 70세이십니다.
최근에 이가 안 좋다 하셔서 친정엄마를 모시고 저희 동네에 고객 많고 평판 좋은 치과 몇 군데를 갔습니다.
그런데 진료를 하는데 치과의사들이 다들 엄마 입상태를 보자마자 경악 수준...
대부분의 치아들이 진료하는 기구(핀셋 같은 것)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흔들흔들... ㅠㅠ 너무 놀랐어요...
엑스레이를 보는데 윗니의 잇몸 및 뼈가 전부 흐물흐물 녹고 내려앉아서.. 치아들이 잇몸뼈에서 거의 밀려나와서 잇몸 말랑한 부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수준이네요. 염증도 어마어마하게 심하다고 하고요.
아랫니는 다행히 상태가 괜찮은 편(치아도 괜찮고 잇몸뼈도 하얗게 정상적으로 보여요)인데, 윗니가 정말 엉망입니다.
의사들 말을 빌리자면 자기가 치과 하면서 본 케이스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안 좋은 상태의 환자라고 합니다. 다들 이구동성. ㅠㅠ
이 정도로 염증과 변형이 있었으면 통증이 굉장히 심했을 텐데 어떻게 참았냐고 엄마에게 의사가 물으니, 엄마는 거의 통증이 없었다고 하십니다. (그러자 의사가 드물게 그런 경우가 있다고는 하더군요...)
저두 엄마가 평상시나 식사할 때 불편을 호소하신 적도 없고 해서 몰랐네요..... ㅠㅠ
아무튼 결론은... 치과에서 하는 말이 다 거의 똑같아요.
염증과 치아 상태가 너무 심해서 그냥 단순히 염증치료로 나아질 상태가 이미 아니라고 합니다.
위 치아를 전부 빼서 일단 염증을 치료하고 잇몸뼈의 상태가 좋아지는데 1~2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윗니는 완전히 틀니를 하고 살고, 설령 임플란트를 하더라도 1~2년이 지나서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 치아를 빨리 빼야하는 이유가, 염증이 너무 심해서 이 상태를 방치하면 잇몸 상태가 더 나빠져서 나중에는 틀니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고 최악의 경우엔 염증부위의 세균이 뇌나 심장 같은 다른 부위로 들어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비슷한 경우를 본 것 같아요... ㅠㅠ)
근데 문제는 그 뒤부터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자기 원래 치아가 제일 좋은 것이고, 치과의사들이 저렇게 얘기하는 게 돈 벌려고 사기치는 거라는 생각으로 엄마는 그냥 이대로 살겠다고 하십니다. ㅠㅠ
아무리 설득하고 부탁도 해보고 언성까지 높여봐도 고집을 굽히지 않으세요.
못 믿겠으면 대학병원 가서 다시 진료 받아보자, 나중에 틀니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냥 있겠다고 하시냐, 정 불안하면 여러 군데 큰 병원 다녀보고 천천히 정하시라... 아무리 조근조근 얘기해봐도 소용 없어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막말로 돌아가실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하실 만큼 있어요. ㅠㅠ
결국은 주말에 대판 싸웠습니다. 저한테 본인이 알아서 하실 테니 신경 안 썼으면 좋겠대요.
제가 가족인데 어떻게 신경 안 쓰냐고 했더니 저렇게 말하시네요....
(직장인인데 회사 눈치 보며 며칠 동안 힘들게 치과 모시고 다녔더니 저런 소리 듣네요.... 너무 서운했어요..)
엄마가 원래 외골수에 강압적(?)으로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고, 타인에게도 자기 생각만 강요하는 분이세요.
그래서 엄마 생각을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경험상 알아요. 거의 독재자 스타일이심.
아무튼...
어떻게 해야할까요? 주말엔 아주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답답하고 제가 병나겠더니 이젠 좀 나아졌어요... ㅠㅠ
이대로 엄마의 고집을 존중하고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요? 어차피 내가 설득시킬 수 있는 분도 아닌데 내버려두자는 마음 반... 죄책감 반... 맘이 괴로워요.
앞으로 치아 상태가 정말 최악으로 변할 일 밖에 남지 않은 것인지.. 어떻게 해야할 지...
치과계통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이런 케이스로 치료 받은 분 또는 그 가족분 계시면 댓글 좀 부탁드립니다. 꼭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