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대국민 호소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길,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사람들은 100일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들의 100일도 그랬습니다.
실종자들이 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열 명이나 남아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 속으로 침몰해간 진실을 아직도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진도 앞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지는 자도 없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없습니다.
우리는 4월 16일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일의 간절함 끝에 우리가 마주한 것은 경찰의 해산명령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날까지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무리한 요구였습니까.
우리는 4월부터 이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서명을 시작했습니다.
참사 이후로 온갖 관련 법 제정, 개정안을 내어놓던 국회는 특별법만은 미적대더군요.
3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간절히 바란 진실 규명의 권한, 수사권과 기소권은 아예 다룰 기색도 없었습니다.
국회 본청 앞에 자리를 잡았더니 그때서야 허둥지둥 대더군요.
형사사법체계가 흔들린다는 둥 하는 말은 새누리당이 스스로 흔들리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일 뿐입니다.
보상 운운하는 말들을 꺼내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회피하고만 있습니다.
국회 앞에서 곡기를 끊고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뉘는 것은 힘들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여‧야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다는 것을 모르고 우리 가족만 챙겨온 탓은 아닐까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러나 국회 앞에서 좌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한 약속이니까요.
진실을 밝히고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의 시작이 특별법입니다.
100일이 되도록, 참사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을 예감할 수 있는 약속 하나 못하는 나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도 너무나 당연합니다.
특별법이 제정되지 못한 채 100일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가 헛되지만은 않았습니다.
국민 여러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팽목항에서 100일을 함께 맞겠다며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진도를 찾아준 분들이 있었습니다.
안산에서 서울까지 거리거리마다 저희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함께 걸어준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가 아직 떠나지 못한 4월 16일의 팽목항, 그 곳에 우리만 외롭게 남겨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호소 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을 확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4월 16일을 떠날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해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오늘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2일째,
그리고 유가족들의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한 지 13일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못한 채,
유병언이라고 불리는 백골의 시신만 텔레비전 화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온갖 소재들을 끌고 와서 국민들의 눈을 막고 관심을 돌리려고 합니다.
그 목적은 오직 하나, 국민들을 ‘가만히 있게 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희생자들은 방송 스피커에서 나오는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따랐습니다.
그 명령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고 믿었기에 어이없는 참혹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젠 국민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정부가 내리는 이 명령이 우리를 구해줄 것이니 믿으라고 선동합니다.
하지만 저는 못 믿겠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숱한 말과 행동들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진의를 밝혀내야겠습니다.
304명(그보다 더 많을지 모를)의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당해야 했던 이유를 알아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특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진실을 알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이런 어이없고 참혹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수사권, 기소권 있는 진상규명 특별법 촉구’를 위한 국민촛불 집회가 열립니다.
가족들이 호소합니다.
행진이 멈춘 자리, 광화문으로 와달라고요.
그래서 ‘82 엄마당’은 오늘 광화문 광장에 뜹니다.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서 ‘82 엄마당’의 플랭카드와 깃발을 들고 기다리겠습니다.
세월호의 불행이 지금은 내 일이 아니지만, 언제든 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