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꼬물 꾸물해서인지...
꽤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마음의 빚을 지워준 사람들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고물상 집 딸이었던 제 짝꿍은 가끔씩
보도 듣도 못한 희한한 장난감(?)들을 몰래 하나씩 들고 와 저에게
줬드랬습니다. 근데 전 그 짝꿍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다른 아이들이 제 짝궁이 지저분하다고 하니 저도 어린 마음에 대놓고 좋아라 하진
않았었죠. (고물상 집 딸이니... 지저분하다고, 당시엔 넝마라고 했던 것 같아요)
중, 고등학교 다닐 땐 그림을 정말 잘 그리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말도 안 되는 꾸며낸 이야기) 옆에 앉아서 슥삭~ 슥삭~ 4B연필로
제 이야기 중 가장 결정적인(?) 장면을 즉석에서 그리는 친구였습니다.
정말 둘은 환상의 한 조였죠 ㅎㅎㅎ
근데, 어떤 이유로 무슨 사연으로 그 친구와 한 순간에 멀어졌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대학 다닐 때...
연극 동아리 지도 교수(저희 땐 동아리에도 지도 교수가 있었답니다 ㅋ)가 생각나네요.
그 땐 매일 매일 살벌한 시위, 집회가 아침, 저녁으로 있었던 80년대 후반, 90년 초반...
그 지도교수님 다른 건 기억 안 나는데 딱 한 번 가정방문을 ㅋㅋ왔었습니다.
그때 엄청 분해(?)마구 쏟아붓던 제게 약간 얼굴이 붉어져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집에 못 들어가면 집에 전화는 해 드려라!"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살며... 빚을 지고, 빚을 갚고 빚을 지고 잊어먹고
우째 우째 살아온 인생
82에서 잊을 수 없는 마음의 빚을 안겨 주시는 분들, 잊을 수 없는 분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알게 된 익숙한 닉네임들
(무무는 이런 글 쓸 때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ㅎㅎ)
잊지 않겠습니다.
어릴 적 잃어버린, 잊어버린 친구들을 이렇게 불현듯 생각하는 미련함을 자책하며
세월호도, 아이들도... 4월16일도...
하염없이 마음의 빚을 듬뿍듬뿍 안겨 주시는 82엄마당의 뜨거운 아줌니들 잊지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