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 100일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과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길다면 긴 이 시간 동안 사고의 원인과 300명이 넘는 꽃 같은 목숨들이 수장된 이유는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는 열 명,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지 모를 시신이 그곳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다리며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 채로 지금 세월호 참사 국면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는 2라운드를 맞이했습니다.
지금 유가족들은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치권과 알바들이 유포하고 있는 유언비어와 흑색선전과 선동 때문에 이 법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배상문제나 의사자 지정 같은 사소한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진실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것입니다.
원인을 알아야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고,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유가족들의 뜻대로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이 법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적폐 중의 적폐인 정경유착과 관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줄 전환점이 되어 줄 겁니다.
이번에 국정조사를 지켜보면서 속 터져서 돌아가실 뻔한 분들이 많으셨을 겁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행하는 국정조사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방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거대 정당들이 담합해버리면 소득 없이 하는 척만 하다 끝내버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사권 자체가 수사권에 비해 강제력이 적기 때문입니다.
특별법에 의해 조사위원회가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 그야말로 성역 없는 수사, 자료를 빼돌리거나 안 내놓는 행위에 대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와 알바들이 이 특별법에 대한 언론플레이와 유언비어를 유포해서 막으려는 이유도 이 수사권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사권만큼 중요한 게 기소권입니다.
제 생각엔 기소권 요구가 이 특별법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에 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오직 검찰에게만 부여하는 것이지요.
이 제도가 언뜻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안정성이 온갖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범죄에 대한 유죄와 무죄의 판단은 오직 재판부의 판결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범죄에 대해 기소 자체를 안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재판에 회부되면 유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범죄이지만, 검찰이 아예 기소를 하지 않으면 죄 자체를 물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유죄와 무죄를 판단할 필요가 없이 ‘없던 일’이 되어버립니다.
즉, 검찰의 기소권만 좌지우지할 수 있으면 죄가 죄가 아니게 되니 이 얼마나 깨끗하고 담백한 방법입니까?
지금까지 군사독재정권을 비롯해서 전 정권과 지금의 정권이 검찰을 손아귀에 넣어서 개처럼 부리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검찰만 손에 넣으면 모든 문제가 간단해지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인권위원회 등에 기소권을 주지 않습니다.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이런 기관에 기소권을 줘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이니까요.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니 하는 개소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선 안전한 룰을 흔드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선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독점을 깨어야만 수십 년간 이어온 정경유착과 관경유착, 요즘 유행하는 마피아들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등 무수히 많은 대형 사고와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책임의 무게에 따라 정확하게 처벌된 적이 있었을까요?
한 번도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이유도 모른 채 몇 푼의 보상금만 받고 입을 다물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억울하고 슬픈 마음이 모자라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길과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은 지금 그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뜨거운 7월의 폭염 속에서 먼 길을 걷고, 목숨을 건 단식으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길이고,
아직 이런 불행을 겪지 않은 저 같은 사람들에겐 이렇게 참혹한 불행을 미연에 막기 위한 보험 같은 길입니다.
사실 그 분들은 자신들보다 국민들을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대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그 과실은 그분들보단 국민과 대한민국에게 돌아갈 혜택이 더 많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시청광장에서 치러질 집회가 중요합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이 참사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
또 세월호 특별법이 가진 막중한 의미를 알리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시청광장으로 나와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7시부터 시청광장 5번 출구에서 ‘82 엄마당’의 플랭카드과 깃발을 들고 기다리겠습니다.
엄마당의 목적에 대해선 앞에 글에 많이 밝혔으니 여기선 더 이상 쓰지 않겠습니다.
엄마가 나서면 세상이 바뀝니다.
내 아이를 진짜로 위하는 길은 내 아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런 사회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많은 엄마들이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7시에 시청광장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