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비가 내린다.
이건 누구의 눈물일까.
흔히 위선자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하지.
그런데 너는 악어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어.
너에게 과연 감정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무수히 지는 별, 그 별과 함께 떨어지는 무수한 슬픔.
너는 이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던 걸까.
너에겐 슬픔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슬픔의 기준이 다른 걸까.
너만의 왕궁에 갇혀서
다른 이들의 세상과는 벽을 두는 방법을 배운 걸까.
너에게 눈물이라는 건
마음이 아닌 물리적인 방법으로만 흐르는 액체에 불과한 걸까.
비가 내린다.
이건 누구의 눈물일까.
비는 항상 억수처럼 쏟아지지는 않아.
어느 때는 세상을 다 잠기게 할 것처럼 퍼부었다가
어느 때는 억지로 땅에 닿는 것처럼 내리는 듯 마는 듯하다가
또 어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환한 하늘을 보여주지.
하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사라지지 않을 거야.
무수히 지는 별을 품고 있던 사람들의 두 눈에서
무수히 지는 별에 가슴아파한 다른 별을 품은 사람들의 두 눈에서
무수히 지는 별에 가슴아파한 또 다른 별들의 두 눈에서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
비는 아마 세상의 빛을 가리고 적실거야.
그런데 그런 비가 흠뻑 내리고 나면
더 밝은 별들의 빛을 보여줄 거거든.
어느 정도 내려야 그 눈물의 값을 다 할 환한 빛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환함이 눈물 없는 자들의 눈을 멀게 할 때까지
그 때까지 비야 내려주렴.
그치지 말아주렴.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려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