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네셔널지오그라픽에서 본 다큐가 있다
너무나 충격적이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체가 부패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일명 "시체농장"이라는 연구소에서는 다앙한 환경에 노출된 사체가 부패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그 연구를 통해 좀더 과학적으로 체계화된다
영상을 통해서이지만 처음 본 시신의 모습은 섬뜩했다
아직 사후 강직 전이라 표정도 피부도 생생하다
상황에 따른 추이를 위해 옷을 입고 있을 때와 벗고 있을 때를 달리해 부패의 속도와 과정을 본다
놀라운 사실은 시체의 냄새를 맞고 날아오는 갖가지 곤충들
사체의 구멍을 통해 들어가 장기에 알을 낳는 즉시 부패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사실 이 장면은...너무 끔찍해서 며칠을 밥도 못 먹고 부대꼈다
처음 알았다
구더기가 살을 파먹는 다는 사실을...
단계에 따라 달려든 곤충의 종류도 다르다
자신의 임무가 끝나면 다음 순서에 인계하듯이 차근차근 사체는 치워지고 있었다
한 방울의 수분까지 바짝 마른 사체는
얼핏 저것이 사체인지 죽은 나무 등걸인지가 파악 안 될 만큼 혐오스런 몸체는 온데간데없다
어느 연구원의 말이 인상 깊다
완벽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유병언의 사체 사진이 사실이라면
해부학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18일간 이루어진 부패치고는 흔하지 않은 경우다
과학적으로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의 수는 늘 있어왔다
한데 그 1%의 확률이 유병언이라는 사실이 문제인 거다
법의학자나 부검의들은 하나같이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 확률에 의지해 말한다
국과수 발표가 나고 유병언이라 단정 짓는데도 이번 사건은
더욱더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뻔하다
합리적인 의심이 아닌 불가사의한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아주 고약한 상황인 것이다
유병언은 죽음에 봉인됐다
아마 그 뚜껑은 십수 년은 지나야 풀릴지도 모른다
분명 암호를 쥐고 있는 자가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살아있든 죽었든지 간에
온 국민과 이 나라가 실체없는 망령에 끌려다니는 꼴 아닌가
반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