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월호 100일 - 71) 제 자리에서...

동참 조회수 : 847
작성일 : 2014-07-24 05:45:54
처음엔 아무것도 하질 못했습니다.
하루종일 기사를 읽고, 퍼나르고, 이역만리에서 할 수 있는일이란게 고작 뉴스 보고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동포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 광고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보여줄 수 있는일이 또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라 밖에서 한마음으로 걱정하고있다는 표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뜻을 모은 분들과 광고 내용을 만들고, 모금을 하고 그 광고가 지면에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좋질 않았습니다. 저는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일도 하고 이리저리 모여서 광고도 내고 하지만, 이제 시간이 멈춰버린, 피어보지도 못하고 진 생명들이 아까워 광고가 나온날 처음으로 엉엉 울었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면 좀 나을까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갔습니다. 노란 종이배를 접는 아이부터 마이크를 잡고 울먹이는 여사님까지..생각보다 많은 분들을 뵈었습니다. 잊지 말아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어느덧 100일째 입니다. 100일전 이 시간, 저는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이 침몰했지만 전원 구조 라는 기사를 보고 퇴근준비를 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그 이후 하루도 마음이 가볍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무거운 마음이 점점 가벼워지는게 느껴져 두렵습니다. 그래도 평생 잊지 말아야지, 그 아이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합니다. 얼마전 여러 나라를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평생 해외여행이라곤 한적 없는아이들과 같이 하고싶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이태리를, 그리스를, 터키를 돌았습니다.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 배도 타고, 이슬람 사원도 가고, 맛있는 케밥도 먹고, 그렇게 낭만적이라는 산토리니도 가고, 고대 유적이 있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도 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요. 돌아와서 보니 일이 많이 밀려있습니다. 아.이걸 언제 다하나 싶다가도 평생 직업이라고는 말잘듣는 학생이었던 아이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어 책상에 노란 리본을 달고 하나, 둘, 일을 처리해 나갔습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제 책상에, 가방에 노란리본이 달려있다는 사실조차 잊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특별한 날, 100일, 1년, 2년, 10년, 그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는 나이가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회의 구성원이다가 노년층이 될 때 까지 마음으로 같이 살아보려고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제 자리에서 제가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IP : 167.246.xxx.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7.24 5:50 AM (175.223.xxx.39) - 삭제된댓글

    아이들이 떠난지 100일 이네요.
    머나먼 이국에서 고국에서 들려 오는
    안타까운 소식에 얼마나
    가슴 아프셨겠어요...
    가여운 아이들....

  • 2.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14.7.24 9:17 AM (222.237.xxx.231)

    이역만리 동포들도 가슴을 치며 거리로 나와 행동하시는데,
    옆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자들이 유족들 뒤통수를 치네요.

    이 악마들에게 뒤통수 맞을 다음 차례가 분명 남은 자들일건데
    ,
    내일이 아니다라고 믿고있는 우매한 백성들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4734 월병을 선물 받았는데요 5 어쩌나 2014/09/07 1,802
414733 30명정도 야유회 음식 준비 22 어차피 2014/09/07 10,816
414732 못돼 처먹은 막내글 사라졌네요. 1 . . 2014/09/07 2,002
414731 혼자 사는 나이 많은 미혼은 살림을 아주 잘해야 하나요? 12 ,,, 2014/09/07 4,742
414730 친척어른 환갑에 용돈 드리는 것이 맞나요? 4 조카 2014/09/07 2,590
414729 제가 속이 좁은건지 울화가 치밀어요.. 9 아이구.. 2014/09/07 3,410
414728 루시 영화 볼만 한가요? 8 지루해 2014/09/07 2,470
414727 라마다호텔남대문인데요 와이파이 사용하고싶은데 어찌해야 하나요.. 4 2014/09/07 1,557
414726 여자 혼자 갈만한 여행지 추천해주세요 4 ㅇㅇ 2014/09/07 1,757
414725 안꾸미고 다니는 여자는 남자한테 관심없는 거래요 25 ... 2014/09/07 16,177
414724 오늘사온 전,송편 어떻게 보관하나요 2 queen2.. 2014/09/07 1,929
414723 선물셋트를 보니 저자신의 가치를 알겠네요 47 2014/09/07 16,424
414722 급)독일보쉬인덕션에서 독일에서 2014/09/07 983
414721 며칠전에 자동차 로고 모양 질문이 있었는데 5 궁금 2014/09/07 1,313
414720 잡채에 고기 처음 넣어보는데요. 5 .. 2014/09/07 1,936
414719 ㅎㅎ이거 웃어야하는거죠? 6 김흥임 2014/09/07 1,830
414718 깡패 고양이 십년 감수 11 깡패고양이 2014/09/07 2,642
414717 북경 싼리툰, 다산쯔, 난러구샹 서로 많이 먼가요? 6 --- 2014/09/07 1,004
414716 10월말 동유럽 가요 12 날씨가..... 2014/09/07 4,982
414715 겨울에 어떤 부츠 신으세요? 9 참고차 2014/09/07 2,813
414714 마트에서 대체상품으로 온 블루베리가 너무너무 맛없어요 베리베리해 2014/09/07 1,242
414713 리세양이 23세..운명은 정해져있나요 47 ㅠㅠ 2014/09/07 27,030
414712 정말 성형한 얼굴이 이쁘다고 생각해서 성형하시는 건가요? 47 ........ 2014/09/07 15,009
414711 큰평수 아파트 도우미 얼마드리면 적당할까요? 3 ******.. 2014/09/07 2,276
414710 성형후 다이어트 해도되나요? 4 ㄴㄴ 2014/09/07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