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와 결혼을 했어요.
저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었으니 서로 집안은 넉넉하지 않으나 나름 장래가 밝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문제중 하나가, 저와 남편의 가정환경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는 겁니다..
남편은 완전 가부장적인 집안, 어머니가 생활을 주도로 하는 무능하고 성격 괴팍한 아버지 (집을 자주 나가는) 가 있는 가정이었고 저희는 해외생활을 한 부모님, 소위 두 분따 깨이고 교육수준도 높았어요. 단, 가정생활은 그리 화목하지 않았습니다. 부부싸움을 많이 목격했었고 지긋지긋했어요. 저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어떻게서라든지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어요. 남편은 배경이 차이나는 저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면서 본인의 아버지처럼 여자를 누르며 결혼생활을 하려 했어요.
남편은 결혼후 자기맘대로 살았답니다. 주말엔 집에 오지 않았고 골프 등등 직업이 주는 자유함과 혜택과 지위를 맘껏 누리고 화려한 음주가무의 밤생활을 했어요. 저는 두 아이를 낳고 여러 사정으로, 잘 나가던 커리어를 접어야했고 특이한 사정으로 인해 다른 이들보다는 힘든 육아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도저히 집에만 있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닌지라 집에서 하는 재택사업도 닥치며 했습니다. 육아만으로는 제 자신이 너무나 답답했어요. 하지만 풀타임 일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남편은 승승장구하고 저는 점점 초라해지고... 그러나 이때까지만해도 사는 게 이런 거지.. 그냥 받아들였어요.
아이들이 사춘기 접어들면서 연봉 빵빵한 재취업에도 성공했습니다. 살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워낙 특이한 상황이라, 그리고 아빠의 가사도움이 전혀 없고 또 아이들도 그렇게 길들여졌는지라 늘 직장와 집안 일에 치여 살았어요. 몸무게는 쭉쭉 빠지고 아이들도 여전히 엄마 손을 많이 요하고... 남편은, 처음엔 자랑스러워하다가 수가 틀리면, 직장 고만 두라느니, 집안 일에 전념하라느니 협박과 회유를 거듭했습니다.
결국 그만 두었어요. 그런데 그만 둔지 1년, 도저히 집에서만 있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이제까지 밖으로 돌아다녔던 남편이 이젠 가정적 남편 흉내를 내겠다며 사사건건 더 간섭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남편은 반찬가게에서 음식 사 먹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예요. 외식도 거의 없어요. 예전 같으면 술이다 친구다 해서 먹고 들어오는 일이 많아서 은근 좋아하려는 참이었는데 이젠 꼬박꼬박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습니다. 그것도 갖은 구박과 눈치를 주면서.
제 친구들을 다 파악하겠다고 카톡, 카스, 샅샅이 뒤져보고 전화기를 검열합니다. 급기야는 근거 없는 의심으로 카톡 끊으라고 합니다. 밤 외출은 상상도 못합니다. 낮에도 어디 있는지 수시로 보고해야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여기까지 들으면 제가 복에 겨웠다고, 남편이 얼마나 사랑하길래.. 이럽니다.
근데 그건 절대 아니예요. 이 남자는 버럭! 하는 성격에 불평불만, 여자비하를 늘 입에 담고 있는 사람이예요.
10년전에는 가정폭력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그 표정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요. 남편이 용서가 안돼요. 그 일뿐 아니라 저에게 가해졌던 언어폭력 등... 그 소름끼침이 생생한데 남편은 이제와서 좋은 남편 하겠다며 (좋은 남편도 아니고 달라붙는 편집증 남편) 저를 더욱 구속하려드니 더 더욱 싫고 거부감 듭니다.
혼자 호통치고 버럭 화내고 멋대로 집 나갔다 돌아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완전 지 내키는대로입니다. 나를 사랑 안하냐.. 나는 껍데기냐... 답변은 강요하고 채근하는데 더욱 정이 떨어집니다. 가만이라도 있으면 측은하게라도 봐 줄텐데!
급기야 남편이 혼자 제풀에 못이겨 이혼하자고 합디다.
저는 얼싸 환영!
완전 옹졸한 남편이 재산분할을 어떻게 할지 걱정은 되지만 제 나이 50이 되가건만 경제능력은 있거든요.
문제는 아이들.
한 아이는 대학 가니 한시름 놓았고 둘째아이를 누가 맡느냐.
남편은 자기가 맡겠다고 하지만 어떻게 키우나요. 아이가 불쌍해서 참... 물론 남편의 경제력으로 어찌어찌 하면 된다지만 예민하고 영리한 아이지만 여러 제약이 있는 특수한 아이라 그 점이 젤 걸립니다.
긴 글이 되었네요.
결론은, 젊었을때 잘못한 남편이 언제 그랬냐는듯 사랑과 충성을 강요하며 온갖 심술을 부린다. 급기야는 너 왜 그러냐. 너 변했다. 이럴 거면 이혼하자.. 하고 협박. 저는 내심 환영! 하지만 자식이 눈에 밟힘. 한편으로는, 혼자 살 자신감 충만으로, 내 인생 2막을 펼쳐보고 싶음....ㅠㅠ
질타든 조언이든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