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색은 없다
한 가지 만을 고집하기엔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도 내가 모르는 색이 남이있는 까닭이다
색체심리로 점을 보는? 곳에서 알았다
선택의 심리변화조차 과학적으로 계량이 가능하단 것을...
마음 구역을 나눠 제목을 붙이고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다
고유한 정체성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나열된 예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중첩되면서
색이 가진 정서와 이해는 밀접하구나...하고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나에게 부족한 기운을 북돋아줄 거라며 몇몇 색을 추천해줬지만
워낙 취향과 거리가 멀어 작은 소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옷장을 열어보면 그 옷이 그 옷
그 색이 그 색인 옷 천지지만
내겐 모두 다르다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이 있다
우린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드러내게 돼 있다
폐쇄성을 감추려 지나친 노출을 즐기기도 하고
여린 심성을 엄숙한 옷에 가두기도 한다
확실히 색을 보고 선택하는 중심엔 자아가 있다
나를 보호하는 갑옷인 셈이다
드러내고 감추는 동기는 같다
이렇게 후텁하고 더운 날
까만 린넨 원피스에 까만 가디건을 걸친 여자를 봤다
드러난 거라곤 손목과 발목 그리고 라운드가 곱게 파진 목덜미...
평범하지만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다
젤 예쁜 사람이다
습기 찬 땀에 연신 손바람 후적이던 나와는 달리 참..시원하게 건조한 분위기의 여자
사람에게서 나오는 "오라"라는 것이 이런 건가?...
화려한 후광이 아닌 흑백사진 속 옛스런 그림이 툭 하고 튀어나온 것처럼 실체가 불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묘하다
타고난 나른함과 관능적인 분위기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싸매고 감춰도 연기처럼 흘러내리는 색이다
반바지에 민소매 ... 덜렁덜렁 감기는 내 신발
내가 더 더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