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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강물은 구름 밑 산자락에
멱살만 남겨놓고
어디론가 흘러갔어요
쌀 독 깊이 파고들던 쌀벌레들이
몸이 추워, 쌀독 밖으로 기어 나오고
사춘기를 갓 지나던 내 청춘은
찬바람이 정의하던 시대를 거슬러
마당가 붉은 흙을 녹이던
햇살 한줌으로 머물고 싶었어요
무언가 멱살이 필요하던 시대
나무들은 바람에게 멱살을 잡혀
사정없이 흔들리다
우수수 이파리들을 모두 떨구며
제 뿌리를 아파했어요
거리마다 말들은 무성했으나
그것은 단지 행방을 알 수 없는 낙엽이거나
휴지조각이 되어가던 채권일 뿐
좀처럼 멱살의 정체를 알 수 없었어요
겨울바람은 그 때 나에게
구름의 멱살을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요
어느 순간 하얀 쌀밥이 되었다가 돌연
글썽글썽 눈물이 되어 떨어지던 구름은
한순간, 바람에게 멱살이 잡혀 끌려 다니다가
끝내 멱살만 남곤 했어요
그 때부터 일기장을 채워가던 내 안의 말들은
스스로 알 수 없는 행렬을 갖추더니
번지를 알 수 없는 멱살이 되었어요
시가 되었어요
내 청춘의 일기장엔 끝내
멱살만 남았어요
- 박남희, ≪멱살만 남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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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7월 1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7월 1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47296.html
쉬운 일 어렵게 하기 참으로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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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그것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 키에르케고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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