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10시 8분. 내가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처음 접한 시간이며, 내 인생 속에서 영원히 멈추어 버린 시간이다. 그렇다. 이 시간에 나는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며, 나의 사랑하는 둘째(아들)와 영원한 이별을 고했으니 이후 시간이 어찌 흐를 수 있으랴!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접하고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그렇게 빨리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전원 구조했다는 정부 인명구조 시스템에 깊은 찬사를 보냈다. "우리나라도 이젠 진정한 선진국이구나!"...... 생존해 있다던 아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 우리 세 가족은 진도행 고속도로 위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고창 군산 부근을 지날 무렵 불길한 뉴스를 접하였다. 또한, 진도에 도착한 후 사실상 아들과 이승에서의 인연이 이미 끝나 있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말과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최악의 형벌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마추어 정부와 해양경찰이 처음 경험하는 구조 활동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고 순조로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언론을 이용한 포장 기술과 감시활동 만큼은 대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죽을 수밖에 없었겠구나' 탄식했다
하지도 않는 구조의 답답한 현실은 우리를 미치게 하는데, 지인들과 전화통화를 해보면 그들은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나의 말은 믿지도 않았다. 오히려 미친놈 취급을 했다. "정부가 열심히 구조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그래서 우린 대통령께, 모든 국민들께 진실을 알리려고 진도대교를 넘었던 것이고, 진상규명에 대한 염원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국정조사', 어쩌면 이것은 우리 유족들이 열망하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나라 만들기'를 위한 첫 번째 관문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이 조사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 기대하는 국민과 유가족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을 위한 정부가 틀림없다면, 검찰수사와 국정조사 및 청문회에서 진실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신념이므로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무관심할 수는 없었다.
내가 이 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방청한 결과로 볼 때, 일부 의원들께서는 국정조사 개최 목적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먼저 이 조사는 세월호 침몰 전후의 상황을 명백히 조사하고, 304명의 고귀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던 것을 조사하려는 자리였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방청객들이 조사결과에 대하여 감동을 받은 사람은 확신컨대 전혀 없다.
기관(청와대 포함)을 대변하거나 변호(어떤 의원은 아예 대놓고 "청와대는 정상적으로 잘 대응 했다"라고 발언했으니 이렇게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하려는 자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면죄부를 주려고 마련한 자리 같기도 하고, 조사권이라는 칼날의 방향이 정확하거나 예리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조사과정은 또한 어떠했던가? ▲ 막말 ▲ (사소한 잘못된 발언, 하지만 곧바로 사과한 발언에 대한) 꼬투리 잡기▲ 시간 끌기 ▲ 자료 제출 거부 및 미공개 ▲ 증인 불출석 ▲ 증인들의 '모르쇠'와 "검토해 보겠다. 공감한다. 수사 중입니다.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영혼없는 답변 ▲ 편파적 진행 ▲ 위증으로 확신되는 증인들의 답변.....
아! 저들 모두가 이런 식으로 이 사건을 처리했으니, 우리 아이가 죽을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면서 탄식을 했다.
유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악성댓글'
사망한 동생이 있는 고3 수험생(안산시내 약 20여 명 추정. 아마 이들은 사망자 다음으로 최대 피해자일 것이다.)들은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소중한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가의 부실한 사고 처리로 인하여 발생한 2차 피해의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본질을 벗어난 주변의 지나친 관심 즉, 악성댓글이다. 분명 우리들이 국가에 요구한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나라 만들기'이다. 이 사건의 실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 나라에 이런 엄청나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유가족인 내가 알기로는 우리 입으로 '의사자 인정, 고3 수험생에 대한 특례 입학' 등을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 다만, 철저한 진상 규명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나머지 어려움은 약자 보호의 측면에서 국가에서 알아서 해준다면 무척 고마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를 가득 채우는 각종 악성 댓글을 보면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그 많은 글에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고......
상상해 보았는가? ▲ (사인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부검을 하고 싶을 정도로) 잠자는 것처럼 웃는 모습으로 올라온 아이 ▲ 눈, 귀, 코에서 피가 나온 모습으로 올라온 아이 ▲ 머리카락이 없고 치아가 없는 아이 ▲ 얼굴에 화상자국이 남아 있는 아이...... 그리고 저 차디찬 바다 속 어딘가에는 찾지 못한 사랑하는 우리의 가족 11명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이 이 사건이 '왜 발생했으며, 그간 구조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이 맞는지'를 이성을 가지고 판단해 주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최소 내 이웃에서 일어난 엄청난 사건 정도로는 기억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8월이 되면 청문회가 시작될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 이 한 마디에 피지도 못한 꽃으로 죽어간 아들을 위하는 맘이 내 가슴속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세상의 비난이 무서워 품위를 지키면서 가만히 있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실패한 국정조사는 기억 저편으로 밀어내고, 청문회의 성공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끝으로 나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생각과 입장으로 지면을 더럽혔다면, 독자 여러분들께 용서를 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