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만나지 못해 한이 되는 가족이 있고
만나면 화를 부르는 가족도 있다
명절 때만 되면 늘상 치르던 연례행사
술과 섭섭한 저마다의 한두 마디가 더해져 끝내는 상이 날아가고 폭언이 오가야 끝났다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할머니의 다 내가 잘못했다...라는 말
어린 시절엔 할머니가 삼촌들한테 뭘 그리 잘못했기에 저러시나 했다
복잡한 가족사 안에는 늘 일방적인 희생과 사고뭉치가 있다
첫단추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간다
참 ..무서운 일이다
자식은 마지막 남은 한방울의 물까지 욕심을 낸다
아쉽고 만만해지는 가족이라는 핏줄
껴안으려할수록 서로의 가시에 찔리는 것도 모른다
사랑도 상처도 가족을 통해 배우지만
그 대가는 처절하다
밉다가...곱다가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는 정이라는 사슬에 질질 끌려가고 있음을 모른 채
서로를 원망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족들은 데면데면해졌다
그냥 아는 사람들이다
현재를 공유하기엔 이야기가 없고 못 먹고 못 살던 가난이 그나마 가족들의 추억이다
그 가난 때문에 숨도 쉬지 못했던 할머니를 옥죄던 그들이
지금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다니...
모임이 끝나고 엄마한테 투덜댔다
어쩜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엄마는 핏줄인데 그럼 어쩌냐고 하신다
내 일가를 이루지 않아 그런가...
입바른 소린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