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 박예슬양 전시회에서 도종환님의 시

다은다혁맘 조회수 : 2,418
작성일 : 2014-07-10 06:22:25
직면하기 힘든 아픔이더라도 글 한편 공유합니다.
단원고 희생자 고 박예슬 양 전시회에서
도종환 시인이 낭독하셨다는 시...

엄마 - 도종환

엄마!
내 목소리 들려요?
나는 엄마가 보이는데, 엄마도 내가 보여요?
엄마, 나 이제 여기를 떠나요.
너무 놀랐고, 너무 무서웠고, 순간순간 너무 견디기 힘들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를 소리쳐 불렀어요. 내가 이렇게 사고를 당한 것 때문에 엄마가 마음 아파할까봐 미안했어요. 아빠한테도요.
내가 아직 따뜻한 몸을 가지고 있던 그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어나며 엄마를 생각했어요. 매일 잠에서 나를 건져내던 엄마의 목소리. 내 어깨를 흔들던 엄마 손의 보드라운 감촉, 매일 듣는 엄마의 달콤한 꾸지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던 봄바람, 내 살에 와 닿던 바람의 천 자락, 냉이 국이 끓는 소리, 햄이 프라이팬 밑에서 익어가던 소리, 계란이 노랗게 몸을 바꾸는 냄새, 그리고 부엌에서 들리는 딸그락 소리, 그것들이 아직 생생하게 제 몸에 남아 있어요.

엄마,
엄마가 그동안 나 때문에 너무 울어서, 나 엄마가 흘리는 눈물 속에 있었어요.
엄마의 눈물 속에 섞여서 엄마 얼굴을 만지고, 엄마의 볼에 내 볼을 부비고, 엄마의 손등에 떨어져 엄마 살갗에 스미곤 했어요.
나도 엄마를 떠나기 싫었어요. 이제 내 영혼은 더 이상 지상에 머물지 못하고 엄마 곁을 떠나야 해요. 그러나 자주 엄마의 눈물 속에 섞여서 엄마 곁으로 돌아오곤 할게요.
엄마가 나를 잊지 못하듯, 나도 엄마를 잊을 수 없어요.
내 영혼의 나이는 이제 열여덟. 언제나 열여덟일 거예요. 세월이 흐르고 엄마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엄마가 되어도, 나는 열여덟 살로 있을 거예요. 언제나 엄마의 아들, 엄마의 딸로 있을 거예요.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고마웠어요.

우리는 결국 꽃 피는 사월의 제주에 가지 못했어요. 어느 생에 다시 몸을 받아 이곳에 오게 된다면 그때도 유채꽃 노랗게 핀 사월이면 좋겠어요. 제주로 가는 푸른 바다가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다림의 끝이 환하게 터지는 웃음이면 좋겠어요. 성산 일출봉이, 올레길이, 수선화가 그때도 저와 제 친구들을 기다려주면 좋겠어요.
같은 배를 탄 어른들이 정직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믿을 수 있고, 정의롭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때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되어 있길 소망해요.

엄마 이렇게 떠나야 해서 정말 미안해요.
바다에서 몸을 잃어, 몸은 여기 없지만 엄마가 기도할 때마다 엄마 곁으로 올게요. 엄마 눈물 속에 눈물로 돌아오곤 할게요. 사월 아침 창가에 새벽바람으로 섞여오곤 할게요. 교정의 나무들이 새잎을 낼 때면 연둣빛으로 올게요. 남쪽 바다의 파도처럼 엄마에게 밀려오곤 할게요. 엄마가 팽목항으로 오시는 날이면 나도 빨간 등대 옆에 바닷바람으로 먼저 와 있을게요.
엄마 이렇게 떠나지만 나도 매일매일 엄마가 보고 싶어요. 엄마의 소리, 엄마의 향기, 엄마의 그늘 옆에 있고 싶어요.
내가 얼마나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지 엄마가 더 잘 알잖아요.
엄마! 보고 싶은 엄마!
엄마라는 말은 안녕이라는 말이기도 해요.
그래서 안녕이란 말 대신 내 마지막 인사는 엄마에요.

엄마!
IP : 180.231.xxx.17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7.10 6:52 AM (125.179.xxx.36)

    아침부터 울고 있어요. ..

  • 2. 나무꽃
    '14.7.10 6:53 AM (124.197.xxx.2)

    어엉엉 울어도울어도 분이납니다
    어떡해요 이 아깝고 귀한 아이들을 ..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 ㅜㅜ

  • 3. 휴..
    '14.7.10 8:08 AM (1.243.xxx.190)

    휴.. ㅠㅠ

  • 4. terry
    '14.7.10 8:15 AM (125.131.xxx.8)

    또 웁니다.

  • 5.
    '14.7.10 8:16 AM (1.245.xxx.10)

    마음 아파 끝까지 못 읽겠어요.

  • 6. 11
    '14.7.10 8:18 AM (121.162.xxx.100)

    아.........................

    평생을 잊지 못할 그 봄날의 세월호......

  • 7. ㅇㅇ
    '14.7.10 8:21 AM (61.254.xxx.206)

    ㅠㅠㅠㅠ
    엄마......

  • 8. ㅠㅠㅠ
    '14.7.10 8:28 AM (117.111.xxx.193)

    아파서 끝까지 못읽었었는데 보게되네요ㅠㅠㅠ
    하......불쌍한 울아가들ㅠㅠㅠㅠ좋은곳에서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ㅠㅠㅠ미안해아가들ㅠㅠㅠㅠㅠ

  • 9. ㄹㅁ
    '14.7.10 8:36 AM (175.223.xxx.99) - 삭제된댓글

    출근길인데...
    아.. .휴우....
    숨이 막힐것 같아요.
    엄마...엄마... 엄마..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나 애타게 불렀을지
    생각하면 미칠것 같네요.

  • 10.
    '14.7.10 8:55 AM (183.99.xxx.117)

    눈물이 옷깃까지 내려와 적시네요 ㅠㅠㅠ
    아! 슬픔을 주체할 수 없는데 예슬어머님은 어떨까요?

    그 천진한 아이들이 왜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야 했는지 ㅠㅠㅠ
    그 이유라도 알아서 꽉 막힌 속이라도 조금 뚫리면 좋겠네요 ㅠㅠㅠ

  • 11. ㅠㅠㅠ
    '14.7.10 9:02 AM (39.118.xxx.96)

    왜이래야만 했는지ㅠㅠㅠㅠ미안하다 얘들아 미안해ㅠㅠ

  • 12. 울어도울어도
    '14.7.10 9:41 AM (1.232.xxx.77)

    도대체 왜.... 그 예쁜 아이들을 그렇게 보냈는지...
    왜 우리에게 이런 아픔과 슬픔은 준 건지...

    아....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엄마가 보고싶었을까요.

    정말 그날 이후 하루도 눈물 쏟지 않는 날이 없네요.

  • 13. 콩콩
    '14.7.10 10:12 AM (218.48.xxx.155)

    좋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으로 만들도록 노력할게...
    꽃같은 모습으로 다시 오렴...

  • 14. 82
    '14.7.10 12:03 PM (121.188.xxx.121)

    눈물이 앞을 가려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3631 습관성 유산 경험하신분들 좀 도와주세요 4 네번의유산 2014/09/03 1,770
413630 꽃꽂이를 익히는데 도움되는 블로그나 사이트 있나요? 2 2014/09/03 1,063
413629 클라리소닉 쓰시는 분(리플 좀 달아주세요) 4 ... 2014/09/03 1,974
413628 택배 좀 여쭤요. 9 ㅇㅇ 2014/09/03 1,037
413627 현실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어요.. 7 떠나 2014/09/03 1,296
413626 입주도우미 중간정산 맞는지 계산 확인 부탁드려요 9 계산 2014/09/03 1,176
413625 "역대 변협 회장단 '과거' 보니 오히려 편향적&quo.. 2 샬랄라 2014/09/03 631
413624 레이디스코드 사고는 뒷바퀴가 빠진게 원인인가봐요. 1 흉기차 2014/09/03 2,666
413623 샤넬 면세쇼핑은 어디가 좋을까요? .. 2014/09/03 1,008
413622 친오빠가 결혼하는데 축의금은 누구에게 줘야할까요 14 poporo.. 2014/09/03 3,464
413621 시내버스 환승시간.. 2 걷기 2014/09/03 3,619
413620 탈모효소 사용후 효과 보신분 있나요? 6 슬이맘 2014/09/03 1,786
413619 대전이나 논산쪽에 중성화 수술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곳 있을까요.. 1 길고양이 2014/09/03 2,413
413618 아로나민 씨플러스 어때요? 2 피곤 2014/09/03 2,017
413617 사람사는 세상 맞나요? 8 최악 2014/09/03 1,367
413616 주가와 거래량과의 상관관계 좀... 21 주식 2014/09/03 1,608
413615 9개월 아기가 하루의 반은 책만 들여다보는데요. 제가 못놀아줘서.. 13 애엄마 2014/09/03 3,248
413614 리버를 아츠 칼리지가 학비가 저렴한 편인가요? 3 ... 2014/09/03 1,539
413613 화재 우려 때문에 아파트 고층 피하시는 분 있으세요? 6 가을비 2014/09/03 2,375
413612 은근 짜증 나는 시댁 3 짜증 2014/09/03 2,604
413611 이런 증상 혹시 틱 증상인가요? 1 ........ 2014/09/03 803
413610 추석때 시댁에 안내려 가는데.. 전화로 뭐라고 인사 드리나요??.. 5 추석인사 2014/09/03 2,569
413609 권리세 어떻게 됐나요? 17 샤론 2014/09/03 13,276
413608 디지탈피아노 추천 부탁드립니다 5 ... 2014/09/03 925
413607 명절음식 적게 먹고 살안찌기 힘들어요 8 개대 2014/09/03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