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궁핍한 여유

갱스브르 조회수 : 1,569
작성일 : 2014-07-09 05:20:47

재밌는 드라마는 무한 다시보기를 한다

그야말로 질릴 때까지...

음악 또한 그런 편식이 심하다

CD한장에 앞뒤로 똑같은 곡을 녹음해 듣고 다녔다...귀가 헤지도록

책은...

책은 한 번 읽으면 영원히 안녕이다

다신 보지 않을 깨끗한 책장 안으로 밀어버리고 그 흔적을 만족스러워 한다

가지런한 치아처럼 그렇게 줄 서있는 제목들을 쭉 훑어보면서 말이다

삐딱하게 앉아 멍하게 책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무심코 집어든 책 하나

"가난한 사람들"...

입에서 당기는 음식을 몸이 원하듯이 내 궁핍하고 팍팍한 맘이 "가난'이라는 글자에 닿았다

그 옛날 문고판 사이즈에 깨알 같은 글씨...

한두 장 넘기다 보니 머릿속에서 재해석이 필요한 매끄럽지 못한 번역

머리 지끈하게 만드는 러시아의 그 등장 인물들의 이름들...

"러시아 소설"이라는 영화 제목이 말해준다

방대하게 파고드는 인간 심리의 애매모호함이 러시아 작가 특유의 음울함과 섞이면서

도처에 깔아놓은 안개 같은 배경이 시야를 가리는 듯한 문체들...

그래도 꾸역꾸역 작가의 세계에 들어가려 버둥댔으나 머리 하나 집어넣고 마감한 책들

지나치게 담백해서 더 복잡해지는 상황

너무 정직한 ? 번역도 문제였던 듯싶다

그런 곁가지 생각으로 읽어내려간 가난한 사람들은 의외로 술술 읽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난이 주는 삶의 피폐함은 변한 것이 없구나...

그 와중에도 초라한 품위를 지키려 안간함을 쓰는 인물들의 구구절절함

같은 처지의 서로가 위안이 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로의 거울이 되어

지금의 가난을 더욱더 각성시키는 가슴 아픈 인연

인상적인 건 그렇게 힘들고 닳고 닳은 오늘 내일을 살면서도 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들이다

평생 돈과 가난에 시달렸다던 작가의 마지막 희망이 그것이었나 보다

페이지 사이사이 밑즐이며 낙서가 있다

당시.. 꽤나 심각하고 적극적으로 책을 읽은 모양이다

누렇게 뜬 책의 세월이 2014년 어느 날 다시 살아났다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책 하나 끌어안고 씨름했던 청춘이 있었다

지난 열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간혹 오늘처럼 맘에 끄달리다 불쑥 불어오는 훈풍에 나를 내놓으면 된다

통장 잔고에 신경쓰느라 맘의 잔고가 바닥인 걸 몰랐다

현실이 성에 차지 않으면 맘이 끓는다

뭐든 자신만이 채워넣을 비밀이 있어야 한다

IP : 115.161.xxx.10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무
    '14.7.9 7:52 AM (112.149.xxx.75)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책 하나 끌어안고 씨름했던 청춘이 있었다
    ------------------------------------------------------------------
    감격과 감동, 열정, 긍지... 이런 것들이 일용할 양식보다 더 중요하고 간절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 삶이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고독하기를 바라던 시절...
    세상과 맞서야 할 일에 지친 게 아니라 사실은 그런 나에게 지쳤다는 게 맞지 않을까 자문해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아직 늦지않았다고 우기고(?) 싶은 마음으로 가보고 있습니다.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6275 내년 초등학교 1학년 아이, 자전거 두발 사도 될까요 3 123 2014/07/09 1,170
396274 종교를 믿어도 될까요? 13 꾸꾸루맘 2014/07/09 1,373
396273 유쾌한 책 뭐 있을까요? 5 .. 2014/07/09 972
396272 좋은 엄마 코스프레...... 4 ㅇㅇ 2014/07/09 1,940
396271 보고보고 또봐도 질리지 않고. 일상대화가 풍부한 영화 추천요(미.. 5 123 2014/07/09 2,105
396270 멀쩡히 서있는 에어컨이 갑자기 넘어졌어요 6 세상에 이런.. 2014/07/09 2,717
396269 초5아이 책임감을 어찌 가르쳐야할지... 3 참아야해 2014/07/09 1,008
396268 못 버리는 거...혹시 정신병적인 집착증인가요?? 3 000 2014/07/09 2,603
396267 인도의 불교 성지에서 한국 기독교 청년들이 소란을 피웠다고 합니.. 22 헉 ㅠㅠ 2014/07/09 3,001
396266 전에 여기서 추천한 책요 ㄴㄴ 2014/07/09 851
396265 오지랖의 최후 5 .. 2014/07/09 2,353
396264 아이들 집에서 직접 공부시키는 분들 존경스러워요. 노하우 좀.... 5 ** 2014/07/09 2,040
396263 세월호 가족들.. '홍가혜 처벌 원하지 않아..탄원서 제출' 5 탄원서 2014/07/09 1,416
396262 '野낙마 1순위' 김명수 청문회, 어떤 해명 내놓을까 外 세우실 2014/07/09 805
396261 조카가 잘 했다니깐 제 기분이 왜케 좋죠 14 이런 기분 2014/07/09 2,374
396260 쥐가 쥐약먹고 우는소리를 들었는데... 10 ..... 2014/07/09 2,801
396259 올 겨울방학에 이사 예정인데요.. 4 이사 2014/07/09 958
396258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7.09] 중앙일보 김진에 입 연 정윤회 .. lowsim.. 2014/07/09 897
396257 어제 영화 물어본 1인인데요 --- 2014/07/09 699
396256 분갈이 좀 알려주세요. 1 ^^ 2014/07/09 1,088
396255 매미만한 바퀴벌레를 뵜어요. 처치법? 9 바퀴벌레 2014/07/09 2,693
396254 82보면 어떤 댓글러들 15 2014/07/09 1,551
396253 시험 너무 못쳐서.. 시험공부 어떻게 하면 다음시험 3 초 2학년 2014/07/09 1,554
396252 파르미지아노치즈(덩어리) 사용 후 어찌 보관하면 될까요? 5 파스타 2014/07/09 4,518
396251 아이의 진로를 과연 어떻게 6 고민 2014/07/09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