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궁핍한 여유

갱스브르 조회수 : 1,508
작성일 : 2014-07-09 05:20:47

재밌는 드라마는 무한 다시보기를 한다

그야말로 질릴 때까지...

음악 또한 그런 편식이 심하다

CD한장에 앞뒤로 똑같은 곡을 녹음해 듣고 다녔다...귀가 헤지도록

책은...

책은 한 번 읽으면 영원히 안녕이다

다신 보지 않을 깨끗한 책장 안으로 밀어버리고 그 흔적을 만족스러워 한다

가지런한 치아처럼 그렇게 줄 서있는 제목들을 쭉 훑어보면서 말이다

삐딱하게 앉아 멍하게 책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무심코 집어든 책 하나

"가난한 사람들"...

입에서 당기는 음식을 몸이 원하듯이 내 궁핍하고 팍팍한 맘이 "가난'이라는 글자에 닿았다

그 옛날 문고판 사이즈에 깨알 같은 글씨...

한두 장 넘기다 보니 머릿속에서 재해석이 필요한 매끄럽지 못한 번역

머리 지끈하게 만드는 러시아의 그 등장 인물들의 이름들...

"러시아 소설"이라는 영화 제목이 말해준다

방대하게 파고드는 인간 심리의 애매모호함이 러시아 작가 특유의 음울함과 섞이면서

도처에 깔아놓은 안개 같은 배경이 시야를 가리는 듯한 문체들...

그래도 꾸역꾸역 작가의 세계에 들어가려 버둥댔으나 머리 하나 집어넣고 마감한 책들

지나치게 담백해서 더 복잡해지는 상황

너무 정직한 ? 번역도 문제였던 듯싶다

그런 곁가지 생각으로 읽어내려간 가난한 사람들은 의외로 술술 읽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난이 주는 삶의 피폐함은 변한 것이 없구나...

그 와중에도 초라한 품위를 지키려 안간함을 쓰는 인물들의 구구절절함

같은 처지의 서로가 위안이 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로의 거울이 되어

지금의 가난을 더욱더 각성시키는 가슴 아픈 인연

인상적인 건 그렇게 힘들고 닳고 닳은 오늘 내일을 살면서도 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들이다

평생 돈과 가난에 시달렸다던 작가의 마지막 희망이 그것이었나 보다

페이지 사이사이 밑즐이며 낙서가 있다

당시.. 꽤나 심각하고 적극적으로 책을 읽은 모양이다

누렇게 뜬 책의 세월이 2014년 어느 날 다시 살아났다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책 하나 끌어안고 씨름했던 청춘이 있었다

지난 열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간혹 오늘처럼 맘에 끄달리다 불쑥 불어오는 훈풍에 나를 내놓으면 된다

통장 잔고에 신경쓰느라 맘의 잔고가 바닥인 걸 몰랐다

현실이 성에 차지 않으면 맘이 끓는다

뭐든 자신만이 채워넣을 비밀이 있어야 한다

IP : 115.161.xxx.10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무
    '14.7.9 7:52 AM (112.149.xxx.75)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책 하나 끌어안고 씨름했던 청춘이 있었다
    ------------------------------------------------------------------
    감격과 감동, 열정, 긍지... 이런 것들이 일용할 양식보다 더 중요하고 간절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 삶이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고독하기를 바라던 시절...
    세상과 맞서야 할 일에 지친 게 아니라 사실은 그런 나에게 지쳤다는 게 맞지 않을까 자문해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아직 늦지않았다고 우기고(?) 싶은 마음으로 가보고 있습니다.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3893 김해 여고생 사건을 보면서 7 김해사건 2014/08/04 3,474
403892 외식때문에 살찐 딸 2 외식 2014/08/04 2,570
403891 수원영통쪽에 한의원추천해주세요 3 삼산댁 2014/08/04 1,877
403890 유나의거리 질문이예요 6 모모 2014/08/04 2,059
403889 간만에 한 김치찌개가 쓴 맛...ㅜㅜ 1 @@ 2014/08/04 1,404
403888 가방팔수있는 싸이트 알수있을가요? 4 82 2014/08/04 1,028
403887 초등 남자애들 속옷 뭐 입나요? 6 속옷 2014/08/04 1,127
403886 위닉스 제습기 10L어떨까요? 1 조언 2014/08/04 2,311
403885 소설 토지 저렴하게 살수있는법 없을까요? 7 ^^ 2014/08/04 1,494
403884 황태 보양식으로 만들어 보려면? 5 시도 2014/08/04 1,260
403883 어학연수 다녀온신분. 조언좀 8 어학연수 2014/08/04 2,151
403882 몸살림 운동해 보신 분 10 표독이네 2014/08/04 7,125
403881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자들의 숨은 진짜이유! 5 set 2014/08/04 1,225
403880 비비만 바르다가ᆢ파운데이션ᆢ쓸까하는데요 메베추천좀해주세요 3 바닐라향기 2014/08/04 2,446
403879 북어포에 캔맥주 하나의 행복 5 라나 2014/08/04 1,145
403878 LTV,DTI 규제완화는 부동산에 어떤 영향이 있는건가요? 1 2014/08/04 846
403877 문명과 수학 1 행인 2014/08/04 799
403876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 이에요ㅠㅠ 6 걱정 2014/08/04 2,853
403875 대형병원 앞 약국에서 목격한 진상 할아버지 ㅠㅠ 70 이러지 말자.. 2014/08/04 18,041
403874 세월호2-11) 주말에 태풍이 또 와요.. 주중 안에 꼭 돌아와.. 26 bluebe.. 2014/08/04 1,904
403873 유병재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zzz 2014/08/04 2,390
403872 복도 문앞에 다들 쓰레기를 놔둬요. 1 고민 2014/08/04 1,626
403871 동유럽 25살 여자 혼자 배낭 18일 ㅜ 14 고민 ㅜ 2014/08/04 3,660
403870 몸에 좋은 단맛은 뭐가 있을까요 10 슈가 2014/08/04 2,531
403869 양파볶음 고춧가루 안넣어도 괜찮나요? 3 ㅇㅇ 2014/08/04 1,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