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이 가진 사전적 정의를 떠나 그 안에 서린 감정은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우월감이 내재해 있단다
처음 그 구절을 접하곤 훅...뭔가에 맞은 듯한 기분...
단어 자체의 의미나 뜻을 떠나 고유한 어감이라는 게 있다
그 말이 내 안에서 소비되는 과정을 거쳐 호불호가 자연스레 매겨진다
그런 구조 안에서 "연민"이라는 단어는 애증과 겹쳐졌다
그것보다 좀더 상위인 감정...
수용하긴 곤란하지만 거부하고 외면하기엔 맘의 충동이 자제되지 않는 감정
도와주고는 싶지만 함께이기엔 알 수 없는 저항이 일어 살짝 뒤로 빠지게 되는 미묘한 당기기...
결국엔 측은함이 더해져 보듬고 감싸안아 사랑이라는 확장된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착각하게 되는 감정
언젠가 경제적 문제로 결혼에 갈등한 친구가 이혼 직전 그랬다
사랑은 모르겠는데... 연민이 생겨 짠하다고...
그 연민 때문에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속내를 그날 나는 알아챘다
그리고 밀려오는 어떤 불편함
나 또한 애매모호한 애증을 연민이라 둘러치기하며 합리화 하고 피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철저히 자신을 위하고 살면서도 그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감정적인 꼼수
그런데 단어 자체가 주는 이상한 위안과 홀가분함이 있다
이게 뭐지...곰곰히 생각하다가
그 분주한 감정적 자리다툼 끝에 불쑥 튀어오르는 명쾌한 정의 하나
단어다
그 단어를 찾는 순간 나의 맘과 행동의 변덕은 일관성 안에 들어가 잠잠해진다
그건 뭐였어 하는 중에 "연민"은 쉽게 꺼내들 카드가 못 될 것 같다
자기 면죄부부터 단속할 일이다
감정이란 생각보다 무겁고 생각 외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점 하나에 맘의 센서는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