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국이 홀대한 세계적 ‘옥수수 박사’, 중국이 냉큼 채갔다

WJDGML 조회수 : 1,686
작성일 : 2014-07-07 21:59:12
‘옥수수 박사’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은 1998년부터 59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식량난 해결을 돕고자 옥수수 생산 증대 농법을 전수해왔으나 보수정권 이래 남북교류가 막혀 누구보다 애를 태우고 있다. 사진은 9차 방북 때 평남 마옥 옥수수시험장 현장지도 모습. 사진 국제옥수수재단 제공
중국에 육종 연구 터 마련한 김순권 박사
그는 미국이 55년간 연구해 만들어낸 옥수수 교잡종(하이브리드)을 5년 만에 개발해냈다. 개발도상국에선 개발이 불가능하다던, 그리고 개발한 뒤에도 한국 땅에선 안 된다며 국내 관료들과 수입업자들마저 재배를 반대했던 그의 발명품 ‘수원 19호’는 강원도 옥수수 농사를 완전히 바꿔 놓았고,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에 충격파를 던졌다. 아프리카 농업을 폐농 지경으로 몰아간 악마의 풀 스트라이가(Striga)와 위축바이러스(MSV)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농업혁명’을 일으켰다는 찬사와 함께 노벨평화·생리학상 후보에도 여러 차례 올랐다. 그는 옥수수를 통해 남북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으며, 중국 옥수수농업 발전에도 중대한 기여를 했다.

옥수수 육종학의 세계적 권위자 김순권(69·사진) 박사.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이요 한동대 석좌교수, 벤처기업 ‘닥터콘’의 대표인 그는 중국에서 전화를 받았다.

‘수원19호’로 강원도 옥수수 혁명
중 정부가 자립도 높이려 모셔가
1년 대부분 전세계 돌며 육종

“한국, 사료용 옥수수 자급도 0.8%
관료 등 수입 이권 챙기기만 급급”

“동북3성의 지린·창춘·단둥 등에 있는 모두 1만5천평 규모의 육종연구단지들을 둘러보고, 6월 말 개막한 베이징 경제엑스포에도 가봤다. 지난해 처음 중국 곡물 생산량 1위 자리를 옥수수가 차지했다. 연간 8억~9억톤에 이르는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25%씩을 미국과 중국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동북3성은 경작지의 80%를 옥수수가 뒤덮고 있다. 나머지는 도로와 마을이 각각 10%씩이다.”

그는 10일 일단 귀국했다가 14일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한달가량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그를 외국인 우수과학자로 지정한 덕에 아파트와 연구비, 왕복 비행기삯까지 지원받는다. 중국에는 그가 연구자금 마련을 위해 2005년 설립한 벤처기업 ‘닥터콘’ 현지법인도 있다. “중국엔 옥수수 종자기업들이 6천개나 있다. 웬만한 외국 업체들은 맥도 못 춘다. 닥터콘을 중국 내 5위 안에 올려놓을 자신이 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힘이 넘쳤다. “1년의 약 3분의 2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육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정작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다.

“정부는 내 연구를 딱 3년간 지원해주곤 중단시켰다. 심지어 가축을 건강하게 키우는 기능성 사료용 옥수수의 생체 수량이 수입종보다 30% 이상 높은 육종 연구마저 중단시켰다. 연구에 성공하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이득이 되는지 뻔히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는 말했다. “연간 1천만톤의 옥수수를 수입해 70%를 가축 사료로 이용하는 대한민국에서 사료용 옥수수 자급도는 0.8%다. 육종 연구만 잘하면 남아도는 논에 사료용,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를 심어 상당량의 수입 대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가능한 일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관피아’를 입에 올리면서, 김 박사는 수입규모 연간 1천만톤, 50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옥수수 수입국인 우리나라 관료와 정치인, 학자들이 그 막대한 옥수수 수입 관련 이권 챙기기에만 골몰하며 나라 전체, 나아가 남북 민족 전체의 이익은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옥수수의 최대 수입처가 바로 농협’이고, 교수들마저 거들어 ‘교피아’라는 말도 나온다.

그는 최근 자신과 가족, 그리고 47년째 옥수수 육종 역사를 돌아보는 자서전 <하루하루가 기적이다>(상상나무 펴냄)를 냈다.

그가 3년 남짓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수원 시리즈’ 옥수수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1970년대 중반, 타이 방콕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에 참석한 그의 옥수수 관련 발표를 듣고자 당시 중국과 소련, 베트남 등 미수교 사회주의권에서도 대표단을 보냈다. 79년 아프리카로 건너가 17년을 머물 때도 계속 그의 연구에 관심을 쏟았던 중국은 84~85년 그를 특별초청했다. “열흘간 베이징과 난징, 광저우 등 4곳을 돌며 옥수수 세미나를 열고 200종의 원종 하이브리드 종자를 나눠주고 시험재배를 하게 했다. 그때 그들은 내가 농촌진흥청에 있으면서 개발한 신품종 ‘KS-5’를 자신들의 재래종과 교배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었는데, 응애가 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때 하얼빈 등 동북3성 지역에서는 수수와 조가 주곡이어서 옥수수 생산량이 미미했다.” 지금도 중국은 미국의 6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자국산 옥수수의 단위 생산량을 높이고자 그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9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 닥터콘은 5천만톤 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은 그의 옥수수 줄기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 연구도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해마다 옥수수 알곡 1억톤을 에탄올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최근 세계 식량파동이 일어 3년 사이 옥수수 값이 3배나 뛴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알곡이 아니라 옥수수 줄기(대)를 에탄올 원료로 이용하는 방안을 3년째 연구하고 있다. 알곡과 거의 같은 에탄올 성분을 함유한 줄기를 지닌 옥수수를 개발해 알곡은 알곡대로 거두고 줄기는 에탄올 생산에 이용하는 것인데, 지금 70~80% 정도는 성공했다.”

그는 이미 농약이 필요 없는 찰옥수수와 꿀옥수수 등 신품종들을 상품화했고, 캄보디아 옥수수 농사를 망쳐 온 노균병 문제도 해결했다. 러시아 남부나 몽골, 북에서 잘 자라는 냉해에 강한 품종도 개발 중이다. “특히 북한은 종자와 비료 문제만 해결되면 천혜의 옥수수 천국이 될 수 있다.” 98년부터 59차례나 찾아간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파탄나고 굶주리는 북녘 동포들을 위한 옥수수 협력 또한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현실을 그는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한겨례
IP : 61.75.xxx.24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무
    '14.7.7 11:33 PM (39.7.xxx.55)

    기사만 읽어도 너무 안타깝네요..
    왜 우리나라는 이럴까요..ㅠㅠ

  • 2. 00
    '14.7.8 8:08 AM (61.254.xxx.206)

    김순권 박사님 훌륭하시고
    나라는 썩었고. ㅠ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3584 산케이 기자 조사, 반기문 총장까지 불똥 튀나? 5 light7.. 2014/09/03 1,464
413583 눈떨림에먹는약~ 9 눈떨림 2014/09/03 3,976
413582 명절 준비 힘내라고 긍정적인 말씀 한 마디 부탁드려요~ 4 맏며늘 2014/09/03 607
413581 박경리 선생님 책 중에 짝사랑에 대한 책이 뭐예요? 10 ... 2014/09/03 2,222
413580 챗주세요 가 무슨 말인지요? 4 챗주세요 2014/09/03 2,774
413579 세월호 유언비어 표현의 자유? "가소로운 변명".. 1 샬랄라 2014/09/03 689
413578 마트에서 살만한 초대음식 14 도움주세요 2014/09/03 2,218
413577 8살 남아.. 아들어머님들 봐주세요ㅠ 11 .... 2014/09/03 10,053
413576 레이디스코드 교통사고 넘 안타까워요... 9 ........ 2014/09/03 4,853
413575 (펌) 박원순 시장 진돗개 어쩌고 저쩌고 한 동아일보 기사에 대.. 5 참맛 2014/09/03 2,422
413574 왜 청와대와 대통령은 성역이야? 8 세월호수사 2014/09/03 763
413573 담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1 싫어 2014/09/03 931
413572 소고기 산적 하는데요 5 초짜 2014/09/03 1,569
413571 어른 자전거에 애 태워다니시는 분들 어떤가요? 9 ... 2014/09/03 1,234
413570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국제 망신이네요! 2 성왕국 2014/09/03 1,339
413569 네 살아이가 자기도 꼬추 생겼으면 좋겠대요 7 2014/09/03 1,816
413568 [청와대는 응답하라] 9월3일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상식들 - .. 4 청명하늘 2014/09/03 1,134
413567 갈바닉.....이거 효과있는거 맞나요? 7 아직은 영... 2014/09/03 6,016
413566 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겟어요 1 000 2014/09/03 745
413565 천연 미백팩... 뭐가 있을까요? 1 알리자린 2014/09/03 2,237
413564 개헤엄을 터득했어요 ㅋ 11 잇힝 2014/09/03 4,164
413563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9.03] 동아일보, 오늘은 '박원순의 개.. lowsim.. 2014/09/03 867
413562 베이킹이나 스파게티에 일반우유대신 저지방우유 넣어도 되나요? 2 저지방우유 2014/09/03 1,749
413561 이병헌 얘기 그만 좀.... 7 실타시로 2014/09/03 2,317
413560 비올땐 회 사먹는거 아닌가요? 8 2014/09/03 3,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