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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뜻밖의 하루

그냥이야기 조회수 : 4,114
작성일 : 2014-07-07 16:42:26

이 글을 쓰면 아마도 어떤분이 일기장이니? 할 것 같아

쓸까 말까 고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여기만한 곳이 없어요.

그리고 이 글을 쓰면 공감 해 주실 것 같아 써요.

별거는 아니고요...

 

제가 예술, 문화, 책 , 공연 이런거 참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런거 별로잖아요. 제 남편도 추가입니다.

제가 영화보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 제 의견을 조금 풀면 난리가 납니다.

그냥 보지 왜 분석 하냐고요. 아니 같이 보고 주제가 보이는데 감상평도 말 못하냐 그러면 화냅니다.

나중에 고백을 하더군요. 본인은 밥만 먹고 산 집안에서 커서 너가 그런말 할 때 열등감 느낀다고요.

어휴 ...이 답답아 별게 다 열등감이다.

 

여하튼 그러니까 제가 영화를 보고 어디 말할 곳도 없고 동호회 활동할 만큼 시간도 없어서

그냥 저냥 지내는데 제가 사는 곳에서 한시간 정도 운전 해 가면 작은 영화관이 있어요.

주로 독립영화,예술영화만 상영해 주는 곳인데요.

며칠전 일었던 일입니다.

그곳은 주차료가 아주 비싸고요. 시간상 하루 큰 마음 먹고 가야하는 곳이지요.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어서 갔던 그 날.

무척이나 뜨겁던 그날 설레여 하며 갔는데 몇번이나 가보았는데 그날따라 다른 방향으로

와서 그런지 또 헷깔리길래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그 영화관 위치를 물어봤지요.

그 학생도 마침 그곳을 가는 길 이라며 같이 가게 되었고요.

(여기서 부터 뭔가 조짐이 웃낌) 그렇게 그 여학생과 도착한 작은 영화관 입구에 메모지가 붙어 있더군요.

밥먹고 올테니 기다리라고요. 평일임에도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니 어느덧 열명이 모였는데

주인장은 전화도 안받지.상영 시간은 훨씬 넘었지.다들 불안불안해 하고 있었지요.

옆에서 보던 영화관 옆집 가게 사장님이 더운데 입구에서 그러지 말고 들어와서 쉬라고 하길래

중년의 여성분두명, 여학생(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 학생), 아이 엄마로 보이는 분 , 저 혼자 이렇게 들어갔고

그 가게 사장님 덕분에 어렵게 영화관 주인장과 통화가 이루어 졌어요.

상영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으니 죄송한데 돌아가라고요.

헉! 50분이나 기다린 우리들(?) 은 기가차고 나머지 몇몇은 포기하고 가버린 상태였어요.

저는 멀리서 오기도 했고 오기도 생기고 그 주인장 처신에 화나가서

번호 달라고 해서 제가 다시 전화 걸어서 따졌어요.

미안하다가 먼저 아니냐 왜 그런식으로 처신하냐

늦게라도 와서 영화 올려라 했더니 법대로 하라고 합니다.

영화 한편을 위해 그 멀리까지 모인 사람들의 간절함을 알아서 일까요 볼거면 니들이 숙이라 식으로 나오더군요.

분위기상 제가 뭐 손님 대표(?) 스럽게 되었고 화도 나고 협상을 어찌 할까 뭐 그런 분위기 였지요.

여하튼 결론은 우리가(?) 점심을 먹고 올테니 늦게라도 와서 그 영화를 올려라 협상은 이루어졌지요.

그 후에 다른 영화 보러 오는 손님이 있다면 그 손님을 설득해서라도 꼭 그 영화를 봐야한다고 뜻을 (?)

모으고 다시 점심을 먹고 모이기로요.

이 화나는 상황에 끝까지 기다린 다섯명의 여성들은 분위기 묘하게 그럼 다같이 식사 하러 가시죠가 되었고요.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 꼭 영화를 봅시다 하는 묘한 동지 의식이 생기면서 말이죠.
롯데리아 에서 버거를 다같이 먹으면서 다들 기가 차 하는 와중에

제가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에피소드 같다 웃으며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데

어쩜 그리 편안하면서도 재미있던지요.

서로 감동스럽게 보았던 영화 이야기와 ,감독이야기, 배우 이야기,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 우리들을 보았다면 한시간전에 처음 만났던 사람들 이라고

전혀 보이질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어요. 영화가 조금 늦게 상영 되어도 좋을만큼

충분히 흥미진진한 대화였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라는 그 작은 공통점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공유 할 수가...

앞서 말한 그 중년의 여성분들 참으로 교양있고 위트가 넘치고 여학생도 수줍게 경청하고

아이 엄마도 상황을 즐기고 저도 한 수다 하니까 세상에 그 상황 자체가 코믹하고 다들 즐기고 있더군요.

특히 그 여학생은 친구들끼리 이런 이야기 안하는데 이렇게 우연한 상황에서 영화이야기가 정말 즐겁다고 하고요.

이러다가 우리 그 영화 혹시 못 보고 피같은 주차료를 물게 되더라도 이 즐거운 시간을 즐긴 값이다.

생각하자 마무리 되었고 끝내 그 영화를 보고 헤어졌답니다.

그 영화가 생각만치 그렇게 기다린 보람만큼 재미있진 않았지만

제게는 뭔가 선물같은 하루 였어요.

배우자와 그런 대화를 못해 그런가 갈증이 심해 있을 때 시원한 물을 벌컥 들이킨 기분 이었달까요?

그분들을 다시 그 영화관에서 만날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제게 즐거운 시간을 공유해준 그 우연한 만남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이런 뜻하지 않은 우연이 저는 참 좋아요.

돌아오는 길 운전이 그렇게나 즐거웠답니다.

뭐 그냥 그랬다고요 ^^

 

 

 

 

 

p.s:참 그영화는 베스트 오퍼 였어요.

       참 힘들게 본 영화... 네에, 아주~~는 아니지만 좋은 영화 였지요.

       왜 아주는 아니었냐면 음...제 예상대로 결론이 나서요^^

IP : 112.165.xxx.25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 영화관도 있나봐요
    '14.7.7 4:45 PM (122.34.xxx.34)

    그러고 보니 무슨 한국영화였는데
    작은 영화관에서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게 되고
    남자는 감독이었나 그렇고 여자는 뭐였더라
    서울하고 지방에 각각 사는데 서로 볼일 있을때면 집 바꿔 살자 그러던 영화 생각나네요

  • 2. ...
    '14.7.7 4:46 PM (103.11.xxx.149)

    이런걸 에피소드 라고 해야죠. 유쾌한 영화같은 이야기네요

  • 3. 근데
    '14.7.7 4:51 PM (124.53.xxx.27)

    그 영화를 그리 멀리 가서 보셨어요??
    신사역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봤는데요 며칠전에..
    어쨌든 그리 공유하고 공감하며 취향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지요^^

  • 4. 베스트오퍼
    '14.7.7 4:53 PM (218.147.xxx.159)

    보고 싶었는데 대단히 재밌진 않은가보죠?
    암튼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재밌죠...저도 남편과 취향이 맞지 않아서 늘 대화에 목말라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갑니다.

  • 5. ,.
    '14.7.7 4:55 PM (221.138.xxx.211)

    우왕, 댓글달라고 로긴했어요^^
    님께는 정말 선물같은 하루였네요..
    그리고 정말 홍상수영화속의 에피소드같은 느낌.. 비유가 딱입니다요.ㅎㅎ
    예술, 문학좋아하신다셔서 그런지 글도 맛깔나게 잘 쓰셨네요^^

  • 6. 님땜에 로그인
    '14.7.7 5:00 PM (223.62.xxx.126)

    진짜 홍상수영화 에피같아요 ㅎㅎ

    예술에 대한 목마름을 벌컥벌컥 들이킨 시원한 물로 해소한것같다는 표현 굿~~~!!이요.

    저, 그 느낌 완전 알겠구요,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뜻밖의 인물과 열정적으로 소통할때의 그 뜨거운 느낌..백배 공감해요.
    님하고 친구하고싶네요^^

  • 7. 지나다가
    '14.7.7 5:06 PM (121.88.xxx.218)

    '뜻밖의 하루'란 영화 속 에피소드 이야기에, 끼고 싶퐈서 전력 질주하여 참여함, 주인공의 얘기를 엿듣는?? 스치는 등장인물로ㅋㅋㅋㅋㅋㅋ

  • 8. ....
    '14.7.7 5:08 PM (121.160.xxx.196)

    신선하네요.

  • 9. minss007
    '14.7.7 5:13 PM (223.62.xxx.11)

    듣는 내내 기대하면서 글을 읽었네요
    ^^
    좋은사람들과의
    좋은하루가 선물이셨네요 그쵸

  • 10. ^^
    '14.7.7 5:25 PM (211.46.xxx.253)

    글 읽는 저까지 기분 좋아지네요...
    지친 일상에 상쾌한 한 줄기 산들바람 같은.. 하루~

  • 11. 폴고갱
    '14.7.7 5:30 PM (115.22.xxx.135)

    참 기분좋은 이야기네요
    인생은 이래서 참 알수가 없나봐요~~
    뜻하지 않은 행운이 우연히 나타나거든요
    님이 맘 통할 상대를 절실히 바라고 있었나봐요
    저도 얼마전에 이런 주제로 자게에 글을 썼었는데요
    "이제문화생활은 혼자만 좋은거 다 즐기겠다~ 어짜피 말해도 아는사람도 없으니~ " 뭐 그런 속상함을 썼었는데,,
    님 글을 보니 제이야기의 이어지는 속편을 보는것 같아 참 기분좋네요 글도 잘쓰 시는것 같공^^
    제가 클래식 공연을 보고와서 넘 감동 받았다고 같은 학원의 피아노샘한테 얘길 하니까 자긴 딱 밥만먹고 산다고...
    그게 그 심리가 열등감 같은거였군요..^^

  • 12. 데미안
    '14.7.7 5:37 PM (222.232.xxx.47)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 13. 그 목마름
    '14.7.7 5:42 PM (39.7.xxx.200)

    뭔지 알 거 같아요~^^

  • 14. cont
    '14.7.7 5:58 PM (122.36.xxx.165)

    너무 글이 홍상수 영화 스러워서 읽는 내내 웃었어요 좋은 시간 보내셨겠어요 부럽네요 ㅎㅎ

  • 15. 쓸개코
    '14.7.7 6:44 PM (14.53.xxx.89)

    쉽게 겪을 수 없는 아주 재미난 경험인데,, 이런이야기 많을수록 좋아요!
    글도 술술술 잘 읽히고.. 이런상황 또 생기면 82에 계속 올려주세요^^

  • 16. ㅅㅅ
    '14.7.7 7:32 PM (203.226.xxx.190) - 삭제된댓글

    ㅎㅎ 단편영화 한편처럼 글을 쓰시네요 훌륭하세요

  • 17.
    '14.7.7 7:47 PM (121.147.xxx.69)

    한편의 수필같은 ..
    훈훈하네요. 미소가..^^

    으~~아,목마르다..우리 남편도 님 남편 같아요.

  • 18. 베스트오퍼..
    '14.7.7 7:51 PM (175.223.xxx.172)

    전 친구둘과 개봉일 조조로 봤었는데요. 간만에 정말 재밌게봤어요. 친구들도 그렇구요.
    점심먹으면서 서로 느낌과 감상 평애기하고 듣고...
    간만에 문화적인 허영심도 충족시키고 남주의맘도 헤아려보고... 참 좋았습니다. ^^

  • 19.
    '14.7.7 8:20 PM (121.167.xxx.109)

    그렇게 모인 분들이랑 동호회 하세요. 한 달에 한 번 혹은 격월에 한 번. 그렇게 해서 맘에 맞는 사람들 만나고 그러는 거지요 뭐.

  • 20. 글 쓰신 분
    '14.7.7 8:44 PM (119.70.xxx.159)

    제맘에 꼭 들어요.
    님같은 친구를 갈구한답니다.
    저도 한수다하거든요.
    그.러.나. 아무데서 아무하고 아무 수다를 떨지는 않구요.
    가끔 글 올려 주시면 좋아하는 친구 만난 듯 기쁘겠어요.

  • 21. ...
    '14.7.7 11:16 PM (124.111.xxx.3)

    애둘아줌마인데 똑같이 이야기하는 남편있어서 항상 서운하답니다. 영화는 물로 언제나 혼자보고요.. 취향이 안맞아서 ㅠㅠ

    결혼전엔 이리 취향이 안맞을지 정말로 몰랐어요. 음식이며 음악, 영화 등등
    저희 시댁도 밥먹고 개그콘서트보고 모여서 고스톱치고 그런 평범한 가정이고 문화생활은 전혀 안하세요. 그게 나쁜건 아니지만 가끔은 가장 친한친구인 남편이랑 같은걸보고듣고먹으며 공감하고 싶은데 공감이 안되니 참 슬퍼요.

    친구가필요해요 정말

  • 22. 삶의열정
    '14.7.8 12:16 AM (211.196.xxx.97)

    우와 오늘 하루가 영화같았네요. 무슨 잔잔한 일본 단편영화본거 같아요. ㅎㅎ

  • 23.
    '14.7.8 12:46 AM (211.36.xxx.13)

    멋져요. 읽는내내 너무부러워요

  • 24. 영화같은 이야기
    '14.7.8 5:23 AM (178.191.xxx.188)

    이 소재로 영화 한 편 만들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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