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음식을 쟁여두고싶은 이유

지금의 나 조회수 : 2,443
작성일 : 2014-07-04 09:32:27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쓰신 어느 분의 이야기를 읽고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라요.
저는 알게 모르게 음식을 사모으고 쟁여둬요. 
냉동실이 헐렁하면 불안하고, 아이 간식거리가 떨어져가면 졸리다가도 장보러 나가고 싶어져요.
특히 과일, 좋은 양념류, 커피...

생각을 해보니까, 어릴때 기억과 관계가 있는것 같아요.

아버지는 행시출신 공무원이셨고 요즘 기준으로 개천용이에요.
저는 사남매중 첫째에요. 엄마도 전혀 친정 도움 받지 못하시고, 오히려 상당 기간 외할머니를 모셨어요.
전업주부 적성이 아니고 공부하는 재능을 타고난 엄마는 까다로운 남편과 아이 넷, 시집식구들에 친정 식솔까지 합쳐
늘 힘들고 짜증이 묻어 있었어요.
아무도 직접 나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유치원 다닐 즈음 부터 엄마 기분을 살피고 눈치봐서 동생들 통솔했어요.
아마 외할머니가 같이 살면서 우리에게 지나가는 말로 돈 얘기를 하신듯 해요.
아빠 혼자 버는데 이 비싼 과일을 어찌 매일 달라하냐...생선 많이 없으니까 조금씩 먹어라...
사위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그러셨을 거에요.

근데 둘째는 그런데 전혀 신경안쓰고 먹고싶으면 점심대신 복숭아로 배를 채우고,
우리 몫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고 아빠한테 또 사달라고 하고...

조금 큰 이후로는 집에서 간식 먹을때 항상 사람수 대로 나눠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래서 양이 적으면 그냥 내 몫을 포기하기도 하고요.
동생이 말을 안들으니까 나라도 엄마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나봐요 ^^

그렇다고 엄마가 우리 먹는걸 소홀히 하신것도 아닌데 저는 그 기억이 오래 가나봐요.
글 쓰다보니 살짝 마음이 아리기도 하고, 또 그 나이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걸 알게 해준 그 상황이 고맙기도 합니다.

그 때 누나들에게 치이고 구박당한 막내에게 커피쿠폰 보내줘야겠어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IP : 59.24.xxx.16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신참회원
    '14.7.4 9:37 AM (112.184.xxx.154)

    그 때 누나들에게 치이고 구박당한 막내에게 커피쿠폰 보내줘야겠어요222222

    원글님 인생의 정답을 아시는 현명하신 분, 사랑스러운 분 이십니다~

    행복하세요^^

  • 2. 음식
    '14.7.4 9:41 AM (14.55.xxx.30)

    저하고는 반대시네요.
    전 먹을거리가 많이 있으면 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가 밀려와요.
    텅텅 비워 놓고 살고 싶은데 늘 꽉꽉 챙여 있는 게 힘들어요.

  • 3. 행복한 집
    '14.7.4 9:47 AM (125.184.xxx.28)

    그 분위기상 알아서 기었다는게 맞는거 같아요.
    어린아이가 그 말로 표현 못하는 분위기에 알아서
    주변사람들에게 폐끼칠까봐 알아서 스스로 그 주변사람들에게 을을 자처하며 살았던거죠.
    저도 그 분위기에 알아서 숙이며 살았던게 억울해요.
    그냥 서럽죠.

  • 4. ㄱㄴ
    '14.7.4 10:01 AM (115.140.xxx.74)

    나이대가 어떻게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엔 대부분 가난했죠.
    저희집도 너무 가난해 동사무소에서 쌀, 밀가루 타다먹고 그랬어요.

    신혼초엔 잠깐 쟁여두고 그랬는데
    살아보니 버리게되고 묵은것들이 싫고
    그래서 그뒤론 바뀌더라구요.
    저위댓글처럼 식재료가 쌓이면
    해야할 숙제처럼 머리가 무거워져요.

    냉동실엔 마늘, 고추가루 선물받은김 냉동식품 두어봉지 , 자주먹는 피자치즈정도..
    김도 없애려고 열심히 먹고 있구요

  • 5. 첫째라
    '14.7.4 10:16 AM (1.217.xxx.252)

    어떤 감정인지 이해 되네요
    근데 저도 냉장고 꽉 차고 박스채로 있는 식재료
    답답해서 진짜 싫어요 ㅎ
    오히려 냉장고가 텅 비어있으면 살림을 잘 한 느낌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3839 시진핑은 어떤 능력의 소유자인지 3 2014/07/04 1,513
393838 몸이 늙는 것 보다 마음이 늙어간다는 것이. 3 마음 2014/07/04 1,713
393837 임병장 얼굴 모른 채 수색..군 대응 논란 일파만파 1 손석희뉴스 2014/07/04 1,164
393836 동물농장 재방송을 봤는데요 1 ㅇㄷ 2014/07/04 1,014
393835 초등학교 엄마모임 조언부탁드립니다. 12 .. 2014/07/04 10,173
393834 과체중이신 분들 걱정안되시나요? 3 보라미 2014/07/04 1,950
393833 급 포도밭을 하나 팔았는데요 (부동산 관련하시는분 좀 봐주세요).. 7 급급급 2014/07/04 1,598
393832 말느린 초2 남아와 같이 볼 드라마 추천해 주세요 2 풍맘 2014/07/04 882
393831 스위스여행궁금해요 3 아줌마 2014/07/04 1,258
393830 500만원정도 하는 중고차 안사는게 차라리 나은가요? 13 중고차 2014/07/04 4,493
393829 얼마전부터 계속 물러요 화장실 2014/07/04 856
393828 목동 근방 소아 청소년과나 아동 상담 심리 상담센터 추천 바랍니.. 알사 2014/07/04 1,259
393827 300여명 아이들 생명보다 VIP가 중요 어이상실 4 세월호 2014/07/04 1,154
393826 우리 맞벌이 하자는 남자 찌질해 보이나요? 41 .. 2014/07/04 6,363
393825 사고당일 구조헬기..해수부장관 의전용으로 빼돌리고 거짓말 3 진실은 2014/07/04 971
393824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7/04am] "관피아 말고 국피.. lowsim.. 2014/07/04 766
393823 우리나라 남자들은 참 인터넷을 잘 이용하는것 같아요 5 대한민국 남.. 2014/07/04 1,568
393822 얼굴 흉터 어쩌나요.. 1 아아아 2014/07/04 1,621
393821 내가 전업주부임이 한스럽게 느껴질때 35 전업 2014/07/04 12,213
393820 고추장물이 뭐예요? 6 오아 2014/07/04 3,227
393819 저도 피부 하얀 여자로 살고 싶어요 8 까만여자 2014/07/04 5,204
393818 알뜰한 전업에 대치되는 말이 머가있나요? 13 ... 2014/07/04 2,296
393817 20대초로 다시 돌아간다면 뭘 젤 하고 싶으신가요? 14 20 2014/07/04 2,293
393816 펑합니다. 42 .. 2014/07/04 5,595
393815 동영상 찾아요 2 행인 2014/07/04 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