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과 함께한 독도 여행기
제한된 공간에서 단 30분밖에 머물 수 없는 곳, 하지만 대한민국 군민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섬. 대한민국 최동단에 있는 국토의 막내, 독도다. 운 좋게 기자는 동북아역사재단 산하 독도체험관에서 주관한 ‘외국인 역사아카데미’ 수강생들과 독도여행을 함께 했다. 외국인 눈에 비친 독도는 어떤 섬일까.
독도체험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에서 중급 이상이 되는 유학생을 선발해 15주간 매주 두 시간씩 ‘동북아 속 한국역사’를 주제로 강의한다. 교육과정 중 독도탐방이 포함됐다. 이번 탐장에는 중국, 일본, 타이완, 몽골, 스페인, 불가리아, 우간다 학생 18명이 참가했다.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 소식에 온 나라가 침통한 분위기였다. ‘프로그램이 취소되지는 않을까’ ‘독도와 울릉도로 가는 배가 과연 뜰 수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강원도 동해로 가는 버스 안에서 세월호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실종자들이 모두 살아 돌아오길 바랐다.
다음 날 동해 묵호항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올라탔다. 흐린 날씨가 전날부터 이어지고, 세월호 침몰 소식이 계속 이어졌지만 항구와 여객선은 울릉도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회색 구름이 두꺼웠으나 바다는 잔잔했다. 선실 안에는, TV에서 전해지는 세월호 소식에 탄식이 끊이질 않았다.
3시간 하고도 조금 넘게 바다 위를 달려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다. 바다 안개로 뿌옇긴 했지만 봄을 알리는 연둣빛 색에 울릉도는 수줍어하는 봄 처녀 같았다. 외국인 수강생들 역시 섬의 자연경관에 탄성을 자아냈다.
울릉도의 봄은 아름답다
4월 17일 울릉도에서 독도 동도로 가는 배가 만선이란다. 일정을 바꿔 울릉도 탐장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런데 30분이 더 지나도록 우리는 도동항에서 멈춰있었다. 수강생 중 일본인이 있다는 이유로 해양경찰 측에서 탐장을 보류한 것이다. 혹여 한국에서 독도로 들어간 일본인이 “다케시마는 일본 땅”을 외쳐 한일 간 외교문제로 이어질까 하는 염려에서였다. 다행히 해경은 동북아역사재단 측의 설명을 듣고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고 판단해 울릉도, 독도 탐방을 허락했다.
통구미에서 나리분지까지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걸어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을 정도의 절경이었다. 나리분지에서는 울릉도의 전통가옥을 구경했다.
흐린 날씨가 아쉬웠다. 해가 구름 사이로 간간이 얼굴을 내밀었지만, 울릉도의 완연한 봄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온 섬에 내려앉은 연둣빛과 노란빛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짧은 만남
다음 날 아침, 바람이 불었다. 바다의 일렁거림이 전날보다 거셌다. 사동항으로 갔다. 도동항이 뭍에서 오가는 배를 정박하는 곳이라면, 사동항은 독도행 배가 오가는 곳. 9시도 채 안 된 이른 시간, 상인들은 ‘독도는 우리 땅’임을 알리는 수건 등 기념품을 팔았다.
독도행 여객선은 울릉도행 여객선보다 규모가 작았다. 게다가 전날보다 물결의 일렁거림이 크고 잦아 대부분 멀미로 고생했다. 배에서 1시간 30분간 힘겹게 버티니 독도에 도착했다. 독도에 들어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날씨 때문에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여객선이 들어가지만 파도가 높을 때는 접안하지 못한 채 뱃머리를 돌린다.
독도체험관 정영미 관장은 자신이 이끈 탐방팀은 독도에 들어가지 못한 저기 한 번도 없다고 했는데, “3대 선조들의 은공 덕분”이라고 했다. 힘겹게 와서인지, 막상 독도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독도는 울릉도와 같이 화산섬이다. 동도는 경비대가 주둔하며, 서도에는 주민이 거주한다. 현재는 주민이 살고 있지 않다.
동도와 서도 주변으로 89개의 작은 섬과 암초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북에서 내려오는 한류와 남에서 올라가는 난류가 만나는 지점이라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멸치, 꽁치 등 회유성 어족이 많다. 지하자원으로는 석유, 천연가스와 더불어 해저면의 인광상, 메탄수화물 부존이 확인됐다. 독도의 경제적 가치는 약 12조 550억 원에 달한다. 독도는 보물섬이다.
TV에서 봤던 것처럼, 섬에는 괭이갈매기가 많았다. 솜처럼 하얀 몸을 가졌지만, 부리와 눈은 매섭다. 동도에서 내려 짧은 거리에서만 광광할 수 있다. 철계단이 있는데 바람이 매서워 독도경비대원들이 출입을 통제했다. 수강생과 관광객은 부두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곳까지 왔다 갔다 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독도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30분. 뱃고동이 울리자 다들 아쉬워하며 배에 올랐다.
독도에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자 멀미가 가라앉았다. 오염되지 않은 순도 백퍼센트의 신선한 공기를 배 안에 싣고 오고 싶었다. 외국 학생들은 자그마한 독도안내 책자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독도는 귀에 닳도록 들은, 작지만 사랑스러운 섬이다. 독도는 그리운 사람처럼 늘 그렇게 우리들을 반겨 주고 또 떠나보낸다. 사랑하는 만큼, 결코 놓쳐서도 빼앗겨도 안 될 소중한 가족 같은 섬. 우리에게는 그토록 애잔하고 사랑스러운 그 작은 섬이 외국인들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우리들이 벅찬 감동으로 찾고 떠나온 그 작은 섬이, 그들의 가슴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았을까.
출처: 역사와 문화를 깨우는 글마루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