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김대중 등 거침없이 朴대통령 비판, 레임덕 이미 시작
보수진영에서 30일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큰 화제가 됐다.
이날 오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말 그대로 융단폭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대표적 극보수인 김 논설위원은 박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 재임명으로
자신의 "무능력"을 시인했다면서 현상황을 "레임덕 진입부"로 규정했다.
그는 또한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시각,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등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있다"면서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호된 쓴소리를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박 대통령에 대해
"여성대통령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는 여성비하적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으며,
"대통령 자리의 중압감이 심해진 것 같다"는 냉소적 분석도 빠트리지 않았다.
자사 주필 출신인 문창극 후보 낙마후 <중앙일보>의 박 대통령 비난공세가
전례없이 강화됐다고는 하나,
김 논설위원의 박 대통령 비난은 그 강도나 표현에서 보수진영의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 보수인사는 "김 위원의 강도높은 비판 자체가 이미 레임덕이 왔다는 증거"라며
"특히 자사 <JTBC>도 있는데 <TV조선>에 나와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을 보니,
보수 종편들 사이에도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실제로 <중앙일보>만이 아니었다.
1일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그 바통을 이어받아 박 대통령에 대한 집중포화를 쏘아댔다.
<조선일보>의 간판급 논객인 김대중 고문은 이날자 칼럼
<"대통령, 더 이상 이러시면 안 됩니다">를 통해 최근의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을 거론한 뒤,
"60%대를 넘나들었던 지지율은 박 대통령을 오판하게 하거나 착각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을 것"
이라며
"여기에는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의 무능과 내시성(內侍性)도 크게 작용해왔다는
비판이 드세다"며 박 대통령 주변 참모들을 '내시'로 규정했다.
김 고문은 이어
"덮어놓고 박 대통령을 옹호하고 비호한다는 것이 대통령을 고립과 무원으로 이끌고
있음을 세상은 다 아는데 그들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고 힐난한 뒤,
"박 대통령은 '혼자'를 즐기다가 그야말로 '혼자'가 되기 직전"이라고
박 대통령과 참모들을 싸잡아 질타했다.
그는 "더 이상 이대로 가는 것은 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그리고 누구보다 박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온 지지층에도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며
"민심은, 지지 세력은 이제 박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동아일보>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벙커(bunker)’에서 나와야 산다”며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서강대 김병주 명예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서강학파' 대부로 불리는 김병주 명예교수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의 대표 원로로,
지난 대선때 박 대통령 도왔던 멘토중 한명이다.
그는 박 대통령의 대선 때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
지난 29일 올린 글을 통해
"문제의 핵심은 비선을 필요로 하는 심리, 즉 벙커심리에 있다.
주위가 적이거나 비우호세력으로 포위되어 있다는 상황인식,
그래서 신뢰할 수 있고 만만한 소수만이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라는 생각,
거세 보이는 낯선 사람들은 멀리하고 싶은 생각이 자신을 벙커 속으로 몰아넣는다"며
"벙커에서 뛰쳐나와야 본인도 살고 나라도 산다"며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김 명예교수는 <동아>와의 인터뷰에서도
박 대통령의 '벙커 심리'에 대해 “역대 대통령 모두 그런 심리가 다 있지만
박 대통령은 더 그런 것 같다. (아버지를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박 대통령을 핍박한) 전두환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쓰라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오래 교제했던 사람들만 믿을 수 있는 심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더라도 국정을 맡으면 당차게 적진으로 뛰어들어서 적들도 만나야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야당의 거물 박순천 여사와도 대화하고,
당시 가장 존경받는 철학과 교수이면서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학계의 거두 박종홍 서울대 교수를
설득해 함께 일했다”고 고언을 했다.
그는 “수십 개 조각으로 나뉘어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데 지도자가 벙커심리를 갖고 있다면 이 벽을 깰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나이 많은 사람의 충언”이라고 덧붙였다.
조중동은 이와 별도로 1일 사설을 통해서도 전날 박 대통령의 정홍원 유임 강변을 질타했다.
<대통령의 '총리 유임' 해명, 이 정도로 충분하겠나>(조선일보),
<기자회견을 두려워 하는 대통령>(중앙일보),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 해명에 '내 탓'이 없다>(동아일보) 등,
제목만 봐도 비판의 강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조중동의 거침없는 보수 대통령 융단폭격, 이미 레임덕은 시작된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