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7월 1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874
작성일 : 2014-07-01 07:29:21

_:*:_:*:_:*:_:*:_:*:_:*:_:*:_:*:_:*:_:*:_:*:_:*:_:*:_:*:_:*:_:*:_:*:_:*:_:*:_:*:_:*:_:*:_:*:_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 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
우리집 처마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너무 애지고 막막하여져서 사립을 벗어나
먼 발치로 바리때를 든 여승의 뒤를 따라 돌며
동구밖까지 나섰다
여승은 네거리 큰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뒤돌아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얼굴상을 지었다
(도련님, 소승에겐 너무 과분한 적선입니다. 이젠 바람이 찹사운데 그만 들어가 보셔얍지요.)
나는 무엇을 잘못하여 들킨 사람처럼 마주서서 합장을 하고
오던 길을 뒤돌아 뛰어오며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에
마구 흙바람이 일고 있음을 알았다.
그 뒤로 나는 여승이 우리들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절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따금 꿈속에선
지금도 머룻잎 이슬을 털며 산길을 내려오는
여승을 만나곤 한다.
나는 아직도 이세상 모든 사물 앞에서 내 가슴이 그 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시를 쓴다.


                 - 송수권, ≪어느 해 봄날이던가≫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7월 1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7월 1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7월 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44890.html


 


우리가 시작했지만 뭐 어쩌라고.... 나 박근혜라능!!!

 

 

 
―――――――――――――――――――――――――――――――――――――――――――――――――――――――――――――――――――――――――――――――――――――

”인생은 과감한 모험이던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다.”

              - 헬렌 켈러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7.1 11:05 AM (180.227.xxx.92)

    잘 봤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2907 빌라 사서 월세 놓기 11 한국빌라 2014/07/01 4,292
392906 노유진(노회찬,유시민,진중권)의 정치카페 6회 / 시사통 (7월.. lowsim.. 2014/07/01 1,150
392905 세련된 문양의 쿠션, 저렴히 구입할 수 있는 곳은요? 1 절약하자 2014/07/01 1,069
392904 믿고 있던 시터에 대한 얘기 들었던 엄마 후기에요. 8 워킹맘 2014/07/01 5,065
392903 엑셀 잘 하시는 분~ 도움부탁 드려요 3 궁금 2014/07/01 1,349
392902 자전거 오랫만에 타려니 빡빡해요 2 자전거 2014/07/01 911
392901 쌀에 노란 가루 생긴거 곰팡이인가요? 2 쌀자루 2014/07/01 4,171
392900 연금 알려주세요 3 비프 2014/07/01 1,303
392899 혹시 82에 글 잘 쓰시는 분 추천부탁드려요. 4 교정 2014/07/01 951
392898 임플란트/브릿지 두가지 다 해보신 분 2 치과 2014/07/01 1,839
392897 매복사랑니 수술발치 했는데 별로 안아프네요. 4 발치. 2014/07/01 3,611
392896 중국산 스텐 조리도구는 왜 싼걸까요? 10 살까말까 2014/07/01 7,283
392895 朴대통령 ”국민 눈높이 맞는 분 없었다”.. 인사시스템 개선 의.. 13 세우실 2014/07/01 2,267
392894 with fbf의 뜻 3 호텔 예약시.. 2014/07/01 1,426
392893 40넘어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주부님들 7 40 2014/07/01 3,839
392892 오늘 길에서 서명 받을 건데 응원 좀 19 라라라 2014/07/01 1,615
392891 2014년 7월 1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1 세우실 2014/07/01 874
392890 아이스백 추천 부탁드립니다. 2 아이스백 2014/07/01 1,405
392889 불 안켜지는 가스오븐렌지 방법은? 7 네모네모 2014/07/01 2,258
392888 몸무게가.....ㅎㄷㄷ 2014/07/01 2,262
392887 현관 번호키 번호가 잠시 생각이 안났어요 12 건망증 2014/07/01 4,554
392886 올해 대운이 들었다는데 싹 망한ㅠㅠ 6 강물처럼 2014/07/01 4,451
392885 국민tv 17 뚜벅네 2014/07/01 1,481
392884 종종 남편이 버는건 다 예금적금하고 아내가 버는걸로 생활비 하는.. 9 ㅇㅇ 2014/07/01 3,894
392883 매사에 뛰어난 딸아이의 절친 12 ,, 2014/07/01 4,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