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새벽 일찍 일어나면 초저녁잠이 쏟아지기 때문에 어젯밤 골아 떨어져서 자다 깨서
화장실 갔다 오는데 딸내미가 책상앞에서 울고 있더라고요.
놀라서 물어보니 수학이 어렵다고.....
잠결이라 그랬는지 인생이 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겨....(이건 뭔 뜬금없는 얘기인지..)라고
등 툭툭 쳐주고 전 바로 다시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 생각해보니 엄마가 되어 가지고 도움은 못줄망정...ㅉㅉㅉ
얼마 전에도 지 방에 들어 갔다 거실로 나오더니 문제 엄청 틀렸다고 한숨 푹푹 쉬고 있던데
안그러던 아이인데 요즘 들어 갑자기 그러는게 좀....제가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몰라서
친절한 82 선배님들께 의견 여쭤 보려고 이렇게 글 올립니다.
원래 영어는 제가, 수학은 남편이 담당이라 초5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란 거 시작했구요.
감사하게도 초5, 6학년때 담임 선생님들을 기똥차게 잘 만나서 (두 분다 20대 젊은 선생님)
사교육이 하나도 필요없다고 아이 스스로 얘기할 만큼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학원 같은데는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입학했고
중1때만해도 영수 선생님 너무 좋으셔서 수학 모르는 거 있어도 본인이 수시로
교무실 가서 여쭤보면 손목도 잡아가며 웃으면서 명쾌하게 잘 가르쳐 주시고 했는데 그 분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셨습니다.
중2 와선 영어 선생님은 같은 분이라 대만족인데 안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선생님 험담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수학 선생님이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진도는 시험 한달 전에 직즉에 다 나가고 (설명을 제대로 안하고 그냥 진도만 쭉쭉~)
그 이후론 문제만 푸는데 아이들한테 문제 풀고 설명까지 시킨다는데 아이가 첨엔 작년 선생님처럼 이해 안되는 문제
교무실 가서 여쭤봤다 다신 안가야겠다 생각하게 됐다고 하네요. (그냥 설명없이 풀이 쫙 써주고 이해됐지? 얘기하고 끝)
그런데 이런 불만이 저희 아이만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어떤 학부모가 교장실에 찔러서 불려가서 엄청 혼이 난 이후로는
좀 나아졌다고 하는데 원래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나아진다고 천지개벽하듯 확 변할 수는 없겠지요.
어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이제까지 그렇게 좋은 선생님들만 만나고 학교 생활을 했으니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로 고심하는 학생들이 어디 주위에 한 둘이겠습니까?
새삼 5,6학년때 선생님이랑 그만두신 작년 선생님께 감사한 맘이 들더라고요.
문제는 예전엔 가끔가다 모르는 거 남편한테 물어보고 가르쳐 주면 잘 알아듣고 따라해서 별 문제 없었는데
작년 말부터 남편이 직장일로 엄청 바빠져서 야근에 치여 매일 자정무렵 퇴근인지라 얼굴 보기도 힘들어
아이가 묻고 싶어도 물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저번 주말에 간만에 가르쳐보니 남편이 얘 왜 이렇게 됐냐고 갑자기 소릴소릴 지르네요.
맨날 버럭거리는 저와는 달리 둘이 맨날 알콩달콩 깨볶듯 잘 해왔었는데 왜 갑자기 저러는건지...
아이는 친절했던 아빠가 변했다고 이젠 안 물어본다 입이 댓발 나와 있고
정 그러면 학원이라도 다니라고 얘길 해줬는데 문제는 아이가 학원은 절대 싫다고 버틴다는 점입니다.
자기 딴에는 친구들한테 들은 얘기가 있는데 그 얘기들이 부정적으로 다가왔는지
거기 다녀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얘기하는데 저는 그렇게 버티는 아이를 이해를 시켜 풀고 싶지
강제로 끌고 가서 등록하고픈 맘은 없거든요. 제가 학원을 다니게 하고픈 이유는 거기 가서
실력이 확 느는게 아니라 남들은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같이 어울리면서 한 번 느껴봤음 하는 맘이 더 크거든요.
아이는 정 그러면 학원 보단 개인 과외를 시켜달라고 하는데
제 생각엔 혼자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보려는 그 힘든 과정을 쉽게 해결하려고
벌써부터 과외맛(?)을 들이면 앞으로도 쭉 계속해서 과외를 시켜야되는 건 아닌지 그 부분이 걱정스럽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 정도 되면 그땐 시킬 수밖에 없지 않느냐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이렇게 당겨지는 건 금전적으로도 상당히 아깝단 생각이 드는게 제 솔직한 속내구요.
여기 글 읽어 보면 아이 어릴땐 사교육비 들이지 마라. 나중에 돈 아깝다 후회한다.
중학생땐 특목고 갈 거 아니면 영 수에 치중하란 말씀 참 많이 읽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여기 계신 분들 말씀 항상 새기면서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보긴 아이는 공부하려는 의지는 있습니다. 학원은 절대 싫다고 합니다. 그렇담 과외만이 답인가요?
아님 이렇게 울면서라도 문제 풀면서 힘든 과정을 극복하는 시기를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다면
본인에겐 나중 더 큰 소득이 될 수 있으니 가만히 저는 옆에서 지켜봐줘야 할까요?
여러분의 어떤 의견이라도 달게 받겠사오니 지혜 좀 나눠주세요.
저말고도 다른 분들중에도 같은 고민 가지신 분 분명 계실 거 같은데 고견 달아주심 큰 참고가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