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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요즘 서울역쪽에서 일하게 되면서 노숙자분들을 많이 볼 수밖에 없는데요.

혼란스럽다 조회수 : 1,870
작성일 : 2014-06-28 07:11:59

제가 요즘 투잡을 합니다.

학교 다닐때 과제나 시험공부를 할 때도 까페에서 했던 요즘에는 그게 흔한 일이지만 암튼 전 커피나 디저트류

관심도 많고 무척 좋아해요.

나중에 내가 내 분야에서 경쟁력 떨어지고 힘 없어지면 까페를 하나 만들어서 잘 가꿔 보자 뭐 이런 생각을 가졌었죠.

암튼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제과 제빵 케잌 그리고 브런치까지 다 배웠어요.

사실 학교 다닐때 이런류의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았고 집에서 컵 한번 닦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실전이 필요해서

하루 7시간씩 바리스타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정말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몸이 힘들죠.

노동 강도라는게~~^^;; 제가 하는 일의 10배도 넘고 돈은 뭐...번다고 할 수도 없죠.

그건 상관 없어요.

더 배우고 싶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요.

 

 

각설하고 커피샵의 지정학적 위치가 서울역을 꼭 통과해야 하는 곳인데 늘 노숙자를 뵙고 행상하시는 분들을  그리고 일생에 한번 보기도 힘든 인간 군상들을 하루에도 여러번 새벽부터 오후가 시작될 무렵까지 근거리에서 쭉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건데요.

어제도 점잖고 잘생기신 60대 할아버지가 뭘 물어보시는데 그 말에 단어가 하나도 없어요.

이해하실런지 모르지만 되지도 않을 낱글자의 파편들만 쏟아내시고 엄청 괴로와 하시면서 말씀 하시는데 뭐 단어

하나만 들어도 실마리를 잡아서 도와 드릴려고 했는데 들리는 단어가 없고 해서 제가 펜과 종이를 드렸는데 엄청 열심히

쓰셨는데 보지 못한 한글을 그리듯 쓰셨구요.

그러기를 반복 자꾸 갔다가 오시길래 매장 밖으로 나가서 제가 나가서 뭘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라고 했더니

자기가 정신이 돌아왔다고 한국말로 또렷이 말하면서 전화번호 수첩을 주시는데 삼각지를 가르치시더라구요.

그래서 거기가 집이냐고 이런 말 외람되지만 제가 파출소에 연락하면 안되겠냐고 경찰이 모셔다 드리게요.

그랬더니 그건 또 싫다 하시고 그런 실갱이 끝에 주변 역사 도우미들도 자기는 모르겠다 자꾸 발뺌하고 그래서 역안을 한바퀴 정신없이 뛰어 다녀서 초소 발견하고 청원경찰 데려와서 지하철  태워드리는것으로 마무리 했어요.

미덥지 않아 찜찜했지만 집에 무사히 잘 가시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매일 보는 노숙자의 어떻게 구제할 수도 없는 비참함 때문에 하루에도 놀랄 일이 너무 많고 많은 생각이 들어요.

전에는 노숙자라고 하면 태어날 때 부터 악조건이거나 스스로가 안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겠지 그런 생각이었는데요.

정말 일반인보다 뛰어나게 잘난 포스를 풍기는 사람들 조차 있어요.

그런거 보면 인생 무너지는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한 순간 일 수도 있다는 ... 내가 믿고 있는 내가 그런 확고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런 안하던 생각을 하면서 맘이 복잡하고 그러네요.

별 내용도 없는 얘기 길게 썼다고 글고 너는 그걸 이제 알았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안좋은 모습을

너무 근접해서 자주 보게 되니 마음이 힘드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IP : 118.36.xxx.17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감
    '14.6.28 8:20 AM (180.134.xxx.113)

    원글님, 좋은 분.
    저도 Ktx 자주 타서 노숙자들 자주 보는데
    무감각해질까봐 걱정이에요.
    근데 가슴 아픈 문제를 넘어,
    그분들 그런 생활 제 정신으로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서로를 위해 사회에서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은까 싶어요.
    지날 때마다 원순씨에게 트윗이라도 할까 늘 생각만 하고 맙니다ㅜ

  • 2. ...
    '14.6.28 8:28 AM (14.91.xxx.230) - 삭제된댓글

    착하시네요...
    어렵고 힘든 사람이 너무 많아요. 앞으로 더 많이 생기겠죠.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는 님께 감사드려요

  • 3. 네 맞아요
    '14.6.28 8:40 AM (118.36.xxx.171)

    젊었을 때 세상의 좋은 자리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마음껏 누렸을 것 같아 보이는 그런 사람들 조차 그렇게
    길바닥을 뒹굴면서 온몸에 악취를 풍기고 그렇고 그렇게 여생을 마감하게 될 것 같아 보이는 그런 상황을 보면서 이 역을 바쁘게 통과하는 저 사람들도 무사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거죠.

    그리고 그렇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끼리 매일 험하게 싸우거나 피를 흘리는 그런 모습 보면 답답해서 눈물이 나요.

  • 4. imf 때...
    '14.6.28 9:13 AM (218.234.xxx.109)

    imf 때 직장 위치 때문에 출근 코스가 서울역을 관통하는 것이었는데요..
    여름 밤에 퇴근할 때 서울역 그 노숙자들 다 누워 있거나 앉아 있거나 술취해 있는데
    좀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제 갓 두세살 되어 보이는 아이가 울어대고 있고 그 아이를 품에 안으며 얼르는 아빠,
    옆에서 안스러운 듯 쳐다보는 엄마로 보이는 여자와 할머니..

    지나가는 행인이 아니었고 그 사람들 뒷편으로 큰 여행가방 두어개와 캠핑백..

    할머니와 부부 세 사람 다 얼굴 평범하지만 그럭저럭 귀티나게 생겼고
    서울역 노숙자들 사이에서 너무 이질적이라 눈길을 끌었나봐요.

    그거 보고 며칠이 우울했어요. 15년이 지나도 그때 그 장면이 눈에 선한 거 보니 제게 정말 충격이었나봐요..

  • 5. 에효
    '14.6.28 9:54 AM (124.55.xxx.130)

    그러게요....짧은 시간에 급변하고 발전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인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분들일수록 다시 자립해서 살도록 도와주려해도 피하잖아요.,
    어제인지 세상에 이런일이 에서 4년간 자동차안에서 살면서 노숙비슷하게 하던 아저씨...
    딱 방송에 나와서 말하는 것만 봐도 많이 배우고 지식이 많아보이던데 에어컨설비 쪽으로 자격증도 많고 한때 작은 회사도 운영하던 사람인데 사업이 안된다고 술을 너무 마셔서 가족들이 떠나버린 케이스던데요..
    방송국에서 병원도 데려가고 이런식으로 계속 생활하면 뇌기능 떨어진단 판정받고 다시 에어컨설비 회사에 취직하고 새출발하기로 한 모습 보고 무척 기쁘고 좋더라구요,,,,
    노숙자들을 한곳에 수용한다고 해도 저런 분들은 오히려 더 적응못할수있으니 좀 세분화해서 능력정도에 따라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거 같아요..
    물론 일부 노숙자들은 범죄자들도 있으니 이런 분들은 격리 수용해도 되구요

  • 6. ..
    '14.6.28 11:15 AM (117.111.xxx.15)

    Imf 때 쏟아져 나왔고 지금 또.. 계속 쏟아질 겁니다.
    거주지만 간신히 확보한 빈민도 엄청나게 늘고 있구요
    가계 부채는 유례없이 천 조가 훨씬 넘어가는 판국에
    갚아야 할 취업자 절반의 임금은 100 만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라는 통계도 나왔고
    노숙자 분들 미래가 멀지 않은 한국의 미래 같아 암담합니다.
    나라 전체가 활기를 잃고 쉬운 대책조차 시행하지 않네요.

    뭘해야 할까요.. 분명 해야할 일은 넘치는데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 7. ....
    '14.6.28 11:23 AM (222.232.xxx.47)

    차관까지 지내신분도 아들 사업 뒷바라지 하시다 노숙자로 전락한 경우도 있어요.사람이 먹고 산다는게 어떨때는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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