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상업원전 영 셀라필드 단지
잦은 유출사고 ‘악명’ 골칫거리 전락
3년전 폐쇄뒤 정화비용 갈수록 늘어
‘서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시설’로 불리는 영국 셀라필드 원자력단지 정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영국 원전해체청(NDA)은 셀라필드 원자력단지 정화 비용이 애초 예상보다 66억파운드 늘어난 791억파운드에 달한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원전해체청은 영국 내 원자력 시설의 전체 정화 비용으로 향후 120년간 약 1100억파운드가 들 것으로 추산하는 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이 셀라필드 원자력단지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셀라필드 단지 정화 비용이 애초 예상 금액인 700억파운드를 훨씬 초과할 것이 확실하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700억파운드는 원화로는 121조원이 넘으며, 런던올림픽을 8번 개최할 수 있는 돈이다.
셀라필드 원자력단지는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에 있다. 원래는 티엔티(TNT) 폭약 공장 등이 있던 곳인데 영국이 1947년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 시설을 짓기 시작하면서 원자력단지가 조성됐다. 1956년에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소인 콜더홀 원전이 들어섰고, 이후 핵연료재처리시설 및 방사능폐기물 저장소 등도 설치됐다. 셀라필드 원자력단지는 각종 방사능 누출 사고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1957년 단지 안에 있는 원자로에서 불이 났고,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최소 21차례의 크고 작은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었다. 일부 오염물질은 근처 아일랜드해로 흘러들어갔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이 때문에 아일랜드해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바다 중 하나라고 밝힌 적이 있다.
셀라필드 원자력단지 내 원자로는 현재 가동중지 상태지만, 2011년 단지 폐쇄가 결정된 뒤에도 이 곳을 정화하는 일은 영국 정부의 골칫거리가 됐다. 영국 원전해체청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셀라필드에는 1950년대부터 쌓여온 방사능 폐기물이 콘크리트 박스에 보관되어 있다. 우리는 이 시설을 살펴보는 중이다”라며 “지금은 ‘발견 여행’ 과정이다. 정화 일정과 비용을 정확히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 원전해체청은 2008년 17년에 걸쳐 셀라필드 단지를 정화하는 작업 계약을 영국과 프랑스, 미국 업체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엔엠피(NMP)와 220억파운드에 체결했는데, 비용이 자꾸 늘어나는 통에 비판이 거세다. 셀라필드 사례는 ‘값싼 에너지’라고 포장된 원전을 폐쇄하는 데 천문학적 혈세가 들어간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업용 원전을 폐로한 경험이 없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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