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 특히 시어머님과의 관계 때문에 82 게시판을 뒤적거린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아, 우리 시부모님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결혼 생활을 해나가다 보니 어느 정도 어른들은 비슷한 부분이 있으신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아들이 가사일 돕는 걸 언짢아 한다던가,
맞벌이 부부에게 자주 방문하길 바라시던가
명절 때 당연히 시댁 먼저 들러야 한다고 하신다던가..-_-;
전업주부로서 아이들 돌보는 시누이는 안쓰러운데 저보고는 계속 직장 다니는 것이 좋다고
거듭 얘기하시는 거라던가 등등등…
지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이슈에 섭섭하고 원망스러워 지려고 하더군요.
시부모님도 제가 친자식 같지는 않으실 거고, 저 역시 제 부모님 같이 생각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배우자의 부모님인데 미워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당돌하다 싶을 수 있지만 항상 의사표현은 분명히 했어요.
예를 들면 김장 같이 했으면 좋겠다 하실 때도 저희는 평일에는 집에서 밥을 먹을 일이 거의 없고
주말에도 주로 일품요리 해먹어서 김치가 별로 필요 없다.
그러니 어머님 드실 만큼만 김장 하시는 건 좋은데 주말에 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김장 못 도와드릴 것 같다. 주말에 쉬지 않으면 평일에 너무 힘들다. 라는 식으로요.
당연히 저는 시부모님과 살갑게 사이가 좋지는 못하지만(예의는 차리고 지냅니다..)
적어도 제 마음 속 1순위인 제 가정은 평화롭고, 남편과의 관계는 참 좋습니다.
다행히 저의 남편은 제가 시부모님과 사이 좋으려고 결혼 한 거 아니고
저에게 제 자신과 우리 가정, 그리고 남편이 우선순위이다 라는 점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입니다.
저를 통해 강제 효도하지도 않으려 하고, 제가 “도리”라는 말을 싫어하는 것도 이해해주고요.
결과적으로 살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그분들께 아쉬운 소리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 그리 살가운 자식이었다고 도움을 바라겠어요.
하지만 시부모님에게 맞추려고 휘둘리는 삶보다는 훨씬 나은 거라고 생각하며
제 선택에 적어도 후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여기서 본 무시무시한 막장(?) 시부모님이 아님에 충분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제가 이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저를 서운하게 하셨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부모님들 역시 저에게 많이 서운하실지도 모르니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현재 전화통화로 갈구시면 한동안 전화도 안하고,
오라고 하셔도 마음 안 내키거나 몸이 피곤하면 튕기고,
서운함을 표현하셔도 거의 잘 받아주지 않는 불량 며느리이긴 합니다.-_-;;
차라리 할 말 하고 미워하지 마시고,
가슴에 쌓아두지 않는 방법도 있다는 걸 그냥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누구를 미워하는 거 생각보다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되는 일이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