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직해서 15년째 근속했습니다.
아이가 둘이고 어린이집 +시터 체제로 그럭 저럭 잘 살고있는데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직장을 정리하고 집에 제가 좀 있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이요..
남편은 수년전부터 전업을 주장했지만
업무량이 많지 않고.. 그거에 비하면 소득도 나쁘지 않고.. (월 400가량이요..)
이 조직에선 또 인정받는 위치이기도 하고
15년째 있다보니 회사가 집처럼 편하고 동료들과도 정말 친합니다.
그래서이니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회사 사람들이에요
친한 상사.. 친한 후배..
초중고 동창들은 여러가지 계기로 한명 한명씩 떨어져나가 만나는 이가 없습니다.
대학교 입학을 계기로 흩어졌고..
대학 동기는 또 취직 여부에 따라 흩어졌고
비슷한 직장이라고 해도 또 결혼 여부... 결혼 이후의 삶 수준에 따라 또 나뉘다보니
가끔 홈커밍데이에 나가서 수다떠는 것 빼곤 딱히 약속 잡거나 하지 않거든요.
직장을 그만두면 아마도.. 지금의 직장 사람들과 서서히 멀어질테고
전업 주부 나름대로의 인맥에서 위안도 얻고(?)
말상대도 하고 그럴텐데..
제가 너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 굳어져서인지
가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모임 가면 울렁증이 생기더라구요.
일단.. 대부분의 화제가 아이 문제, 남편.. (주로 남편 하는 일에 대해서), 혹은 쇼핑( 인기있는 아이템) 인데
쇼핑은 정말 관심이 없고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고 (사이가 안좋고 이런게 아니라 프라이버시라고 생각되서요..)
아이 문제도.. 저는 사실 늘 아이둘을 돌보며 하루하루 아프지 않은 것...만 감사하며 살았지
한번도 아이가 뭐가 부족해서 걱정이다.. 뭘 더 시켜야할까.. 이래본 적 이 없거든요
그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은 엄마였죠 ㅠㅠ
그래서 엄마들 대화에 쉽게 끼지도 못하겠고
때로는 개인 가족사(특히 시댁에 대한 욕 ㅠㅠ)를 너무 쉽게 공유하고 그런것들이 적응이 안되고..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리를 자꾸 피하게 되고..
의도하지 않게 바쁜척하는 여자처럼 비춰진지도 모르겠어요..
회사 동료들과이 대화패턴은.. 업무에 대한 고충, 상사에 대한 불만, 맛집에 대한 수다.. 이런 것들인데요
그런 소재에만 젖어있다가
남편얘기, 아이의 발달에 관한 이야기, 시댁에 대한 불만 등이 주요 소재가 되니
빨리 집에 가고만 싶더라구요.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제가 정말 그만두게되면 8월부터는 후임자를 물색하고 3개월은 수습거쳐야하는 상황이에요.
제가 나가면 서운해하긴 해도 또 제 선택을 존중하고 후임을 뽑아주실 분위기의 회사입니다.
안가본 길은 무서운게 당연한데..
엉뚱하게도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가 가장 두렵네요...
오랫동안 일하다 전업하신분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나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