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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개가 거의 방치되고 있어요

... 조회수 : 2,278
작성일 : 2014-06-19 14:03:36

전 여기 이사온 지 얼마 안 됐구요 옆집은 비어있고 옆집 사람은 근처에 살아요

어느 날 옆집 아줌마가 개를 데리고 와서 두고 가더니 그 다음 날 아침에 오더군요

나가서 물어봤죠 어젯밤 개 혼자 여기 있었냐니깐 그렇다네요 자기가 아침 저녁으로 올거랍니다 

와서 십여분 동안, 나가서 오줌 뉘고, 개한테 소리치고, 현관 청소하고, 이빨 닦이길 후딱 하고 가네요

떠날 때 보니 개를 현관 안에 짧은 줄로 묶어두네요 개는 주인 가고 나면 잠시 낑낑댈 뿐 내내 조용히 있고요

그날 저녁 개가 힘든지 작은 소리로 한참 낑낑대길래 아줌마 왔을 때 말했죠 

개가 많이 힘들어한다고.. 겨울까지는 여기 있어야된다는군요 

그러길 며칠.. 개는 주인 떠나면 잠시 낑낑댈 뿐 하루 23시간 30분을 쥐 죽은 듯 혼자 갇혀 있어요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하니 가만히 있겠죠

그 사이 아줌마한테 개가 많이 힘들겠다는 말을 또 해봤지만 별 반응은 없고,

저는 개가 너무 불쌍하고 걱정되는 겁니다

안되겠다 개 죽겠다 싶은 생각에 큰 용기가 솟구쳐 아줌마한테,

낮에 내가 집에 있을 때가 많으니 개 우리집에 두라고 했죠

혹시 개 키우기 힘들면 내가 분양할 데 알아볼까요 하니 그건 안된대요 딸이 운답니다

저도 개를 키우는데 아줌마 하는 말이 자기 개는 우리 개와는 다를 거라고

오줌도 아무 데나 눌 때도 있고 벽지도 다 뜯어놓고 냄새도 나고 가둬놓으면 낑낑댈 수도 있다, 됐다고 그러네요

전 그런 건 괜찮다 다만 우리 개가 싫어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긴 한데 일단은 내가 데리고 있어 보겠다 했죠

힘들면 다시 넣어놓으면 된다고 합의하고 개를 데리고 왔어요 

목줄 했다가 육각장 안에서 하룻밤 보냈는데 아직 어리기도 하고 혼자 갇혀있다가,

친절하고, 자기가 마음 드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으니 기분 좋고 마음 편해져서인지 

육각장 안에서도 엄청 정신없이 부산하게 놀더군요

물건 씹고 뜯고 꼬리 문다고 빙글빙글 돌고 방석에 붕가붕가 시늉하고.. 

내가 육각장 바로 옆에 앉아 지켜보다 일어나면 낑낑대고 잠시 밖에 나가니 크게 우네요 

그것보단 제 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고 계속 으르렁대고 짖고

밥도 안 먹고 아무 것도 안 하고 그 개만 신경쓰고 있는 겁니다 

그 개는 다음 날 육각장 밖에 풀어놓으니 화장실이고 어디고 제가 가는 데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제 개가 없으면 데리고 있을 수도 있는데 제 개 생각하니 답이 없겠다싶어 

정말 안타깝지만 다시 옆집에 혼자 갇히는 신세가 됐어요

아줌마한테 개 씹을 거리 뜯을 거리 놀 거리 주며 미안하게 됐다

내가 종종 산책 시키겠다 도어락 비번 알고 있으니.. 했죠

그날 밤 옆집 가서 데리고 나와 오줌 뉘고 그 집안에서 던지기 하며 잠시 놀아줬어요

너무 좋아하고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그래 이렇게 잠시나마 움직이고 놀고 스트레스 풀어라.. 

그러고 나왔는데 동네 떠나가라 울고 불고 난리가 난거에요 원래 자기 있던 데라 그렇게 반응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마 제가 너무 좋았고 제가 옆집에 살고 있는 걸 알아서 그러는 거 같더군요  

큰 민폐다 싶어 얼른 우리 집에 데리고 왔어요

그 다음날 아침, 개는 옆집으로 가게되고 저는 다시는 그 개와 놀아주거나 산책시키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혼자 가만히 갇혀 있는 개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무력감을 느껴요

그동안 짧은 줄은 육각장이 되고 가끔 주인이 조금 오래 머물다 가고

주인의 신경질적인 호통은 줄고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지는 등 상황은 아주 조금 나아졌달까요

아줌마가 아예 개를 버린 거라면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갈 데를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얘기해보면 보통 개 키우는 사람들 마음도 있는 거 같아 보이고 그래요

저렇게 사는 거 거리에 버려지는 것보다 나을 게 없어요 아니 거리에서 그럭저럭 적응해 사는 개보다 못하죠

지금도 내내 조용히 있지만 주인이 와서 소리만 지르다 금방 가버리거나 하면 

주인 가고나면 한동안 서럽게 울어요 이젠.. 얼마나 답답함과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소린지..

그래도 울어봤자 소용 없다는 걸 알고 크게 울지도 않고 속으로 삭이는 듯 울어요

개들이 먹는 것보다 더 절실히 원하는 게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는 건데 저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혼자 오래 놔둬도 주인이 자고 머무는 집이라면 괜찮죠 훨씬 안정감을 느낄 텐데요

내 개를 생각하니 더 비교가 되고 저 개의 삶은 뭔가 싶고 그러네요

   

  

IP : 218.236.xxx.178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cean7
    '14.6.19 2:09 PM (73.35.xxx.223)

    아..어째요.ㅠㅠ
    저도 방법은 없고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 2. ㅜㅜ
    '14.6.19 2:15 PM (222.120.xxx.19)

    어휴...
    글 읽는데도 가슴이 넘 아프네요.
    혼자서 그 긴 시간들을 어찌 보낼까요...ㅠㅠ
    무섭고,외롭고 그럴텐데 아 넘 불쌍해요.

  • 3. 반려동물
    '14.6.19 2:21 PM (39.115.xxx.106) - 삭제된댓글

    저럴거면 왜 키우는거죠? 자기딸때문에 말못하는 동물이라고, 저렇게 방치해도 되나요?
    왜 반려동물이라고 하겠어요? 개들도 다 느끼고, 생각하고, 주인이 자길 사랑하는지 아닌지
    압니다. 개도 우울증 심하게 앓아요. 다만 말을 못할뿐이지...
    몇년 같이 살던 반려견 하늘로 보내고, 아직도 산책 다니는 아이들 보면,
    너무 너무 가슴아픈데...저 개 주인이 포기하면 제가 데려오고 싶네요.ㅜㅜ
    하루종일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어요.ㅜㅜ

  • 4. ㅇㄹ
    '14.6.19 2:27 PM (211.237.xxx.35)

    아 세상에
    이게 말이 돼요?
    동물협회같은곳에 신고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동물농장에 제보해서라도 꼭 좋은 결말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그 강아지가 너무 불쌍해요 ㅠㅠㅠㅠㅠㅠ
    원글님이 좀 도와주세요 제발
    모른척 하지말고, 원글님 강아지랑 어떻게 같이 잘 지낼수는 없나요?
    제발요 ㅠㅠ

  • 5. 하루에
    '14.6.19 2:28 PM (124.61.xxx.59)

    5분정도 말로만 이뻐하면서 자긴 개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들 널렸고 저렇게 방치된 개들 많아요.
    개가 생각할줄 아는, 생명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안하고 그냥 소유물로 여기는겁니다.
    착해서 하루종일 묶어만 둬도 꼬리치고 반가워하니까 그게 고통인줄 몰라요.
    개들이 얼마나 영특한지, 나름 판단도 있고 기호도 남다르고 뭐든 기억하다는걸 안다면 저렇게 못할텐데요.
    차라리 집안에 들이시지 말지... 그 강아지가 얼마나 원글님 손길이 그립겠어요. ㅠㅠㅠㅠ

  • 6. 헐 불쌍하네요
    '14.6.19 2:45 PM (218.209.xxx.117)

    글 읽는 데 개 모습이 막 그려지고 그러네요. 원글님이 얼마나 반가웠으면 떨어질 때 그렇게 울고.. 안타깝네요.
    되게 외로웠나보네요.

  • 7. ㄹㄹ
    '14.6.19 3:19 PM (42.82.xxx.7)

    완전 동물학대고 고문이네요.

    그런인간한테 논리적인말, 이성적인말 안통해요.

    살아있는 생명을 무생물 취급하고 자기 필요할때 잠시 써먹고는 용도폐기하는 인간들.

    그 가엾은 아이... 그런인간한테서 그냥 몰래 훔쳐오듯이...탈출시켜줘야되요. 그것말고는 방법없어요 ㅠㅠ

  • 8. 글 볼 용기가 안나서 안보다가
    '14.6.19 9:04 PM (39.113.xxx.128)

    지금 읽어 봤어요.
    원글님, 착한 마음으로 옆집개를 보살펴 주시려고 했는데
    키우시는 강아지 스트레스 받아서 다시 돌려보내셨군요.
    원글님 심정도 키우는 강아지 심정도 이해가 가고 안쓰럽네요.

    하지만
    옆집 주인이 딸 마음 아플까봐 강아지 포기못하는 거나
    원글님 강아지 스트레스 받을까봐 옆집 강아지 포기하는 거나
    결국은 더 소중한 존재 때문에 방치되어 버린 강아지의 상황은 변함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제가 원글님 입장이어도 별 방법이 없을 것 같구요.ㅠㅠㅠ

    원글님,
    원글님이 강아지를 외면하면 원글님 마음에 계속 걸려서 괴로우실 거예요.
    지금 어떤 결정을 내리지말고 좀 시간을 두고 지켜보시면 어떨까요?
    원글님 강아지도 갑자기 낯선 강아지의 출현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
    상황이 반복되면 조금씩 적응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적응이 되면 조금씩 같이 있는 시간을 늘여가면 좋을 것 같아요.

    하루종일 데리고 있지 말고 가서 좀 놀아주시고
    원글님 집에 데려와서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여가는 거예요.
    그러면 기르는 강아지도 하루종일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고
    그 개도 행복한 시간을 조금씩 늘여갈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 개를 원글님 댁에 데려와 있을 때는
    원글님 강아지에게 좋은 경험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 개를 데려오면 원글님 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준다거나
    원글님 강아지와도 놀아주고 기분 좋게 해 주는 거지요.
    원글님 강아지와 대화도 많이 하구요.
    옆집 강아지가 오면 기분좋은 일이 생긴다는 조건반사적인 인식을 하게되면
    차츰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요?
    그렇게 시간을 조금씩 늘여가면 좋을 것 같아요.

    원글님
    빨리 포기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봐 주세요. 꼭 부탁드려요.

  • 9. 패랭이꽃
    '14.6.19 11:13 PM (186.124.xxx.78)

    어떤 분이 말라뮤트를 키우는데 옆집에 사는 젊은이가 말라뮤트 새끼 2개월도 안된 강아지를 분양받아서 23시간을 혼자 두었나봅니다. 그래서 원글님처럼 그 개를 자기 집에서 데리고 노는데 다행이도 둘다 잘 어울리고 좋아서 놀던데요. 같이 둬서 둘이 잘 놀도록 해주면 안될까요?

  • 10. ...
    '14.6.20 12:14 AM (218.236.xxx.178)

    네 한번씩 우리집에 데려와 놀다가도 되고 제가 매일 산책시키고 놀아줄 수 있는데요
    제가 떠나고 난 다음 개가 그렇게 목놓아 울부짖는게 너무 동네 민폐고
    개도 힘들고 저도 힘들고.. 안 되겠더라고요
    그 개 이름이 해핀데 해피 가고나서 저희 개한테 해피 말만 해도 벌벌 떨었어요 너무 싫어서..
    저희 개가 다른 개들이 공격하듯 쫓는 걸 몇번 당한 뒤로 몇년 동안 다른 개한테 관심이 없고
    개들이 조심성 없이 막 다가오는 건 극도로 싫어하는데 해피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싫다고 오지마라고 앞발로 있는 힘껏 땅을 구르고 인상 쓰고 위협을 하는데도
    해피는 신경도 안 쓰고 다가가려고 하고 정신없이 구니 저희 개가 더 화가 나고 싫었나봐요
    그것도 우리집에서..


    상황이 개한테 너무 안 좋았고 내가 개 좀 봐주겠다 했을 땐 정 안 되면 내가 키우겠다
    생각도 했었는데 결국 도움도 못 주고 개한테 미안하게 됐네요
    개 키우는 건 사람도 좋고 개도 좋으려고 키우는 건데
    저건 사람도 귀찮고 힘들고 개도 힘들고.. 왜 키우나 싶어요
    개 처음 키워본다는데 개가 좀 지랄견 성격이 있어 저렇게 내처졌을 수 있어요
    개를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알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키웠다면
    그러니깐 개가 사랑 많이 받고 제대로 훈련 받았다면 상황이 달랐을 지 모르죠
    해피가 성격이 엄청 밝아서 주인 오면 쉴새 없이 꼬리 흔들고 있어요 저희 가족 봐도 그렇구요
    칠팔개월 한창 까불고 놀 나이고 무척 똑똑해보이는 녀석인데.. 너무 안됐어요

  • 11. 패랭이꽃
    '14.6.20 1:10 AM (186.124.xxx.78)

    너무 가슴 아프네요. 칠팔개월이면 얼마나 똥꼬 발랄한 나이인가요? 주인이랑 한참 지내도 모자랄 판인데 말입니다. 저도 진돗개 키우는데 누가 슈나우져 맡겼어요. 혼자 있는게 불쌍해서 집에 데려왔는데 5년이상 저희랑 혼자서 사랑받으며 지냈던 진돗개가 슈나우져를 아주 싫어하고 책상 밑에 들어가서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개를 혼자 방문해서 산책을 시켜줬어요. 그리고 내일 이 시간에 또 온다고 말하고 훈련 시켰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조금씩 적응하더군요.

  • 12. ㅁㅇ
    '14.6.20 1:53 AM (58.127.xxx.137)

    저 윗분 말씀처럼 같이 키울때는 먼저 키우는 개를 먼저 챙겨줘서 서열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면 원래있던 개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아예 데려다 놓지말고 맡아서 키우시는건 어떠세요? 어차피 개주인은 자기가 직접 키울생각도 없는거 같은데

  • 13. 원글님
    '14.6.20 3:35 PM (39.113.xxx.36)

    옆집 강아지가 원글님 강아지에게 자꾸 다가가려 한다면
    옆집 강아지를 육각장 안에 넣어두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강아지가 나오지 못하니 원글님 강아지가 위협을 느끼지 않을것같은데요.
    그렇게 보기만 하고 접근은 못하게 두다 보면
    서로 적응되어 거부감을 덜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옆집 강아지가 아직 어려서 멋도 모르고 마구 들이댈 시기인 것 같은데
    원글님 강아지가 싫어하면 언젠간 자기도 안 들이댈거예요.
    육각장 안에 있어서 자기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생각되면
    차츰 함께 있는 시간을 덜 싫어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씩 노출시간을 늘여가는 것이 불가능할까요?

    원글님같이 마음 좋은 분마저 외면해버리면
    어느 누가 그 강아지를 보살펴줄까요?

    원글님 강아지도 다른 강아지와 어울리지 못하니
    옆집 강아지와 함께 있어도 별로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원글님 강아지의 트라우마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건데요.

    처음엔 힘들어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시도해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포기하지 마시고 두 강아지를 위해 조금 더 애써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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