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화병
지난 4월 16일에 일어난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로 생존자와 사고 관련 가족,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정신적, 육체적 충격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충격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탈영(脫營)과 실정(失精)
한의학에서는 급성 스트레스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탈영’‘실정’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외부의 사기(邪氣)라고 불리는 나쁜 기운, 현대적으로 말하면 세균, 바이러스, 기후의 변화와 같은 것이 아닌, 마음에서부터 정신적인 충격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설명하는 말이다. 탈영, 실정은 귀한 신분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그 기위를 잃거나, 갑자기 화를 당하여 정신적 충격과 갈등이 원인이 되어서 생겨난 병증을 말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혈 중에 혈은 걱정으로 줄어들고, 기는 슬픔 때문에 감소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슬픔 때문에 기운이 약해지고 걱정 때문에 체력이 소모되며, 몸의 면역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에 나타나는 증상은 불안하고 답답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안정이 되지 않으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또, 열이 자꾸 치밀어 오르면서 화가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입이 마르며 눈이 잘 충혈 된다. 식욕도 떨어지기 때문에 적게 먹게 되고, 자주 식사를 거르기 때문에 몸이 수척해질 뿐만 아니라, 매사에 의욕을 잃고, 피로감과 권태감이 심해지게 된다.
화병
급성 스트레스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해결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면 화병으로도 진행이 된다. 화병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나 속상함 등을 제때 표현하거나 분출하지 못하고, 장기간 참아서 생기는 병이다. 화병이 있는 사람은 ‘속에서 열이 치밀어 오른다’‘소화가 안 된다’‘한숨이 절로 난다’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한의학에서 화병이란 이름 그대로, 몸소겡서 오행 중의 화가 제대로 풀리지 못하고 화가 뭉쳐져서 울화병으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뭉쳐진 화를 푸는데 중점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
화병을 예방하는 방법
⓵ 화병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의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이다. 즉, 주변사람들은 진실하게 말을 들어주고 격려를 해줄 수 있어야 하며, 자기 자신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서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⓶ 화가 날 때는 화를 바로 폭발하는 것보다는 일단 마음속으로 상황을 정리한 다음, 표현할 것은 명료하게 표현하고 참을 것은 참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⓷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무조건 상대방을 내 식으로 고치려 하면 화가 더 쌓이므로,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⓸ 수다, 운동, 취미활동, 일을 바쁘게 함으로써 자신만의 화를 푸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하루에 햇빛을 30분 이상 쪼이면 우울증이 예방된다.
⓹ 화가 날 때에는 명상, 요가 등 이완요법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⓺ 술, 담배, 카페인 음료 또는 약물 등은 화를 잊는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나, 연속되면 의존성이 커지고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지기 쉬우므로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 화병에 좋은 대추차와 녹차
⓵ 대추차
사람들은 비쌀수록 그 효과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해도 그 효과가 뛰어난 약재가 있는데, 스트레스와 화병에는 대추를 소개하고 싶다.
중국 속담에 ‘대추는 밤에 우는 아이를 멈추게 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대추는 불안하고 예민한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대추의 은은한 단맛이 갈락토오스, 수크로오스, 맥아당 등의 당분이 체내에서 진정 작용을 하기 때문에 불안증, 우울증, 스트레스, 불면증 해소의 효능이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부작용 없는 ‘천연 신경 안정제’역할을 하는 식품이 대추인데, 동의보감에서도 대추를 주재료로 한 감맥대조탕을 불안증, 우울증, 스트레스, 불면증 치료제로 처방하였다. 또 대추는 사포닌이 많이 들어있어, 정신적인 긴장을 풀어줄 뿐 아니라 체력을 보강하는 작용이 있다.
대추를 반으로 썰어서 씨를 발라낸 다음, 꿀이나 흑설탕을 넣고, 보름정도 지나서 우러나온 진액을 뜨거운 물에 타서 하루 2~3잔정도 마시면 좋고, 그렇게 준비하기가 불편하시면 그냥 마셔도 좋다.
⓶ 녹차
녹차에 대한 얘기는 참 많다. 달마가 수행 도중 잠을 쫓기 위해 떼어버린 눈꺼풀이 녹차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불교문화와 함께 녹차를 처음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차에 함유된 카페인은 뇌신경을 활성화시켜서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력과 기억력을 증진시켜준다. 특히 비타민C가 레몬보다 5배 이상 함유되어 있어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그 외 동맥경화와 고혈압, 비만 등 성인병 예방의 효과가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된 이들은 하루 4잔정도의 녹차를 꾸준히 마시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화병에 좋은 음식
⓵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
비타민 C가 풍부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스트레스와 화병에 좋다. 특히 비타민 C는 ‘항스트레스 비타민’이라 불릴 정도로 스트레스 완화와 피로 회복에 필수적인 비타민이다. 비타민C는 브로콜리, 감, 귤, 오렌지, 레몬, 사과, 토마토, 샐러리, 시금치, 고구마, 감자, 파슬리, 당근, 양파, 연근 등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다.
⓶ 죽순
스트레스와 화병에는 죽순이 좋다. 세종대왕도 말년에는 스트레스와 울화가 많이 쌓여서 당뇨와 안질환이 심해져서 고생했는데, 한의학에도 조예가 상당히 깊었던 세종은 자신의 병증에 대한 처방을 직접 내리고, 또 중국에서 온 명의에게 하문했는데, 바로 그 처방이 대나무가 주재료인 ‘죽엽석고탕’이다.
대나무는 시원한 외모처럼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정신을 편안하게 진정시키는 작용이 아주 뛰어나다. 이런 대나무의 싹인 죽순의 씨로신 성분은,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며 머리가 무겁고, 우울감, 불면증 등이 있을 때 도움이 된다. 또한 조선 왕실 궁중에서 왕자들의 두뇌발달을 위하셔 죽순을 애용했을 정도로, 죽순에는 머리를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
⓷식초
식초도 스트레스, 화병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 인간이 만든 최초의 조미료가 식초이고, 히포크라테스는 식초에 꿀을 타서 감기를 치료하였으며, 노벨 의학상을 세 번이나 타게 한 것이 식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리 몸에는 젖산이라는 피로물질이 생긴다. 특히 급격한 스트레스는 어깨와 목의 근육을 뻣뻣하게 굳게 만들어서 심한 통증을 유발시키는데, 그것은 바로 근육에 피로물질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식초는 피로물질을 빨리 배출시켜서 근육을 부드럽게 해주고 통증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산소와 헤모글로빈을 잘 결합하게 해서 우리 몸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스트레스 해소에는 식초가 들어간 음식이 아주 좋다.
출처: 역사와 문화를 깨우는 글마루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