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립니다.
그래서 오늘도 ‘82 엄마당’이 청계광장에 뜹니다.
이번 한 주 동안 안녕히 지내셨는지요.
이제는 ‘안녕히’라는 단어를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로 너무도 수상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인 6·10항쟁 기념일을 강제 진압과 연행이란 퍼포먼스로 장식하는 닥그네의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참담한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국민 참극 문창극 선생의 주옥(--+)같은 발언들은 우리에게 분노를 넘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어쩌다 우리가 일본 극우들의 환영과 지지를 받는 총리 후보까지 봐야 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는지... ㅠ.ㅠ
혹시 닥그네 정부가 온갖 닭짓을 무한 반복하는 목적이 우리가 슬픔과 분노에 지쳐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이르도록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아마 이러한 의도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사람을 다스릴 때 ‘채찍과 당근’이 효과적인 방법이듯, 독재정부가 국민을 다스릴 때 가장 주효한 방법이 ‘공포심과 무력감’이라고 합니다.
공포심과 무력감...
이 두 가지야말로 분노 대신 냉소를, 저항 대신 포기에 이드로고 만드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니까요.
간혹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옵니다.
‘우리가 이래봤자 소용없어요. 저 30%의 콘크리트는 끄떡도 하지 않는데요.’
언뜻 보면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글의 의도가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서 그에 맞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자는 것일까요?
그렇기보다는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을 주저앉히고 무력감을 주기 위한 의도가 더 강하다고 봅니다.
‘해도 소용없다’ 이것만큼 사람을 자포자기하고 회피하게 만드는 데 좋은 문장이 없으니까요.
두 달 가까이 매주 열리는 세월호 참사를 위한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이런 무력감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해야 할까?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쩌면 우리는 닥그네가 허락해준 범위 안에서 뱅뱅 돌며 분노가 터지지 않도록 수위 조절만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회의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인간의 속성은 똑같은 짓을 세 번 이상 반복하면 무의미함과 싫증을 느끼게 마련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요.. 인간의 속성과 집단의 심리가 처음과 똑같은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무의미한 짓이라고 생각되어도 회의와 싫증이 물밀 듯이 밀려와도 같은 짓을 지치지 말고 계속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 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계란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면,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울 수밖에 없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싸움에서 지는 게 패배가 아니라 싸우는 걸 포기하는 게 패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역사,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는 이런 마음으로 싸워온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로 발전해왔습니다.
잔인한 공포의 시대를 거쳐 민주정부 10년이란 기적 같은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름 없는 그들이 지치지 않고 싸워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진도 앞 바다에는 12명의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수장되어 있습니다.
사고도 사건도 아닌 학살이나 다름없는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과 유족들의 한과 슬픔은 단 1그램도 해소되지 못한 채 쌓여있습니다.
그들의 한을 풀어줄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 한 군데 속 시원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이만 이 지겹고 답답한 상황에 눈을 돌리고 관심을 꺼버려야 할까요?
‘잊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나도 모르게 망각해가는 기억을 그냥 내버려둬야 할까요?
여기서 멈추면 우리는 결국 저들이 원하는 대로 지는 것입니다.
개콘을 능가하는 희대의 뻘짓으로 비웃음만 사고 있는 닥그네 정부의 뜻대로 되는 마는 것입니다.
우리가 저들의 뜻대로 되지 않고,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지 않는 것은 계속하는 것입니다.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의지를, 그 마음을 우리는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의 분노와 의지가 여전히 변함없이 여전히 펄펄 살아 있다는 것을 청계광장으로 나와서 보여 주십시오.
82엄마당은 그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가려니 망설여지시는 분들,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가해보지 않아 걱정하는 집회 초보자분들,
주위에 같이 살 사람이 없어서 주저하시는 분들,
그럼에도 혼자 가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왠지 두려우신 분들,
이런 분들을 위해 오직 촛불집회를 위해 만든 것입니다.
'당'자가 붙어서 정당, 혹은 어떤 단체라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서 그냥 이렇게 이름을 붙인 겁니다. ^^;
'82 엄마당'의 목적은 오직 하나,
촛불집회에 혼자 오신 분들을 모아서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집회가 끝난 후 커피 한잔하며 같이 슬픔과 분노를 글이 아닌 말로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정형화된 모임도 아니고, 상시적인 단체도 아닙니다.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장터가 아니라 오직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만 잠깐 뜨는 모임입니다.
그러니 아무 부담 가지지 마시고, 82 엄마당으로 와주십시오.
모임장소는
오늘 집회가 열리는 청계광장 입구 오른쪽(광장을 정면으로 보고), 동아일보 건물 맞은편에 있는 큰 빌딩 모퉁이의 계단입니다.
제가 5시 30분부터 6시 반까지 ‘82 엄마당’이라는 플랭카드를 들고 기다리겠습니다.
82의 자랑스러운 님들의 얼굴을 꼭 보고 싶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여자가 나서면 세상이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