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창극이 인용했다는 윤치호는 누구?/한겨례

저녁숲 조회수 : 1,515
작성일 : 2014-06-13 18:24:15

문창극이 인용했다는 윤치호는 누구?

“고국 선택할 수 있다면 일본 선택…
일본 집 정결, 우리나라는 똥 뒷간”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우리 민족이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 같은 강연 내용이 윤치호(1865~1945)의 말을 인용한 것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치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윤치호는 일제 시기 시국강연 등을 통해 전시 동원에 적극협력했던 인물. 한때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신민회 활동 등으로 애국계몽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하기도 했던 그의 ‘전향’ 또는 ‘변절’ 아래에는 조선이 미개하다는 일제의 인식이 그대로 깔려있다.
 

“조선이 지금의 야만적 상태에 머무느니 차라리 문명국의 식민지가 되는 게 낫겠다.” (1890년 5월18일 일기)

“만약 내가 마음대로 내 고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일본을 선택할 것이다. 오, 축복받은 일본이여! 동방의 낙원이여!”(1893년 11월1일 일기)

윤치호는 약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조선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동화됐듯이 일본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1885년 스무살 나이에 상하이 중서서원에 유학할 때 그는 이런 글을 남겼다. “청인(중국인)의 집은 음침하기 짝이 없어 일본 사람의 정결하고 명랑한 집에 비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의 똥뒷간 같은 집이야 어찌 청인의 2층집에 비하겠는가.”

충청도 아산에서 병조판서 윤웅렬의 자식으로 태어난 윤치호는 16살 때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가서 조선의 첫 일본 유학생이 됐다. 그때부터 일본어와 영어 공부에 몰두한 그는 자신이 따랐던 김옥균과 가까웠던 후쿠자와 유키치 등과 사귀며 조국의 남루와 낙후를 뼈저리게 느꼈고 일본에 대한 선망을 키웠다. 조선 500년 역사를 “허송 세월”이라고 한 문창극 후보자가 인용했다는 윤치호는 조선을 음침한 중국보다도 못한 ‘똥뒷간’으로 인식했던 윤치호다.

1888년 말에 미국으로 건너간 윤치호는 밴더빌트 대학에서 신학과 영어를 공부한 뒤 에모리대에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공부했다. 그때 기독교도가 된 그는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더러운 중국, 악마같은 정부가 다스리는 조국이 아니라 일본을 “동방의 낙원”으로 점찍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아직 적극적 ‘친일파’는 아니었다. 그가 친일파로 ‘전향’한 것은 나라가 망한 그 다음해인 1911년 데라우치 총독 암살 미수 사건을 빌미로 일제가 조선 민족운동 지도자들을 대거 잡아들인 ‘105인 사건’으로 3년 징역을 살면서였다. 1915년 3월14일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조선 민족은 어디까지나 일본을 믿고 상호 구별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할 필요가 있다…앞으로는 일본의 여러 유신 신사들과 사귀면서 일선 민족의 행복을 위해 양 민족 동화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1운동 때 국민대표로 서명하라는 권유를 뿌리쳤고 독립운동가들을 “자신이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순진한 사람들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가는 저주받을 악마와 같은 존재”라고 혐오했으며, 임시정부 참가 요청도 거부했다. 그는 반대 이유로 파리 강화회의에서 조선 문제는 상정도 되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조선 독립을 위해 일본과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고, “약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강자의 호감을 사는 것”이라고 밝혔다.(1919년 3월 6일)

이후 그는 독립운동을 ‘맹목’적이라 비판하고, 조선 민족의 실력 양성만이 해법이라고 얘기했다. 1931년 일제의 만주 침략 이후 그의 친일 행각은 본격화했다. ‘국민정신 총동원 조선연맹 창립식’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고, 1940년 창씨개명(伊東致昊·이토 지코)을 했다. 흥아보국단·임전보국단을 조직했으며, 총독부 중추원 고문이 돼 시국강연을 다니며 전시 동원에 적극 협력했다.

광복 직전 제국의회 귀족원의 조선칙선위원이 됐고 내부대신과 경찰부원까지 맡았다.

광복 직후 김구와 이승만, 미 군정청에 ‘한 노인의 명상록’이란 이름으로 보낸 편지에서 윤치호는 “일본의 신민으로서 ‘조선에서 살아야 했던’ 우리들에게 일본 정권의 명령과 요구에 응하는 것 외에는 어떤 대안이 있었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친일파 단죄를 반대하면서 조선 민중의 무지를 질타하고, “‘해방’이란, 단지 연합군의 승리의 한 부분으로 우리에게 온 것뿐”이라며 독립운동가들을 “허세와 자만에 찬 저 ‘애국자’들”이라며 비아냥댔다.

계몽주의와 다윈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속류 사회진화론자로, 강자가 약자를 가르치고 지배하는 ‘힘에 의한 정의’를 믿었던 윤치호, 그는 결국 철저한 패배주의자요 대세 순응주의자로 전락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IP : 112.145.xxx.2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8754 중도퇴직자 연말정산 신고안하면 어케되나요? 5 ... 2014/06/16 9,826
    388753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유세차 없는 선거로 시민 마음.. 5 샬랄라 2014/06/16 1,460
    388752 남편 퇴근시 가족들이 반갑게 맞이하나요? 29 퇴근 2014/06/16 4,571
    388751 50중반 끊어졌던 생리 다시하는데 6 유월중순 2014/06/16 3,850
    388750 엄마가 공주같으면 딸이 오히려 선머슴같지 않나요? 5 꿍굼 2014/06/16 1,808
    388749 영화.......ㅠㅠ 6 ........ 2014/06/16 2,279
    388748 양념게장 냉장 보관 질문드려요.. 2 ..... 2014/06/16 2,206
    388747 보통 이사하기 얼마전에 이사업체예약하나요? 2 플리즈 2014/06/16 2,969
    388746 아래 강아지 간식이야기보고 궁금해서 6 궁금 2014/06/16 1,053
    388745 밀양할매들, 지금 서울 경창청앞이시네요 6 봄날 2014/06/16 1,631
    388744 초등4학년 여자아이 생일파티 어디서들 하셨어요? 2 파티 2014/06/16 1,336
    388743 암일까봐 겁납니다.. 22 .. 2014/06/16 4,334
    388742 아끼다 똥된다는게 이런말인가봐요... 9 진짜 속상해.. 2014/06/16 4,799
    388741 친구 부부 딸 돌 선물 뭘하면 좋을까요 선물 2014/06/16 1,165
    388740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ㅠ 11 신혼인데 2014/06/16 3,052
    388739 폴리에스테르 97면 덥나요 4 2014/06/16 2,295
    388738 ”애들 키우기 힘든 나라”..한국 출산율 세계 최하위 5 세우실 2014/06/16 1,496
    388737 3억 현금 어디에 예치하시나요? 6 .. 2014/06/16 3,632
    388736 류마티스때문에 고생하시는 분 계세요? 1 ... 2014/06/16 1,663
    388735 한달 한번, 2시간에 수당 10만원인 일자리.. 왜 다들 안하려.. 6 .. 2014/06/16 2,944
    388734 김상민 의원 "문창극 임명 강행하면 레임덕 올 .. 8 흙 속에 진.. 2014/06/16 1,677
    388733 영어는 알파벳만 아는 부모님..패키지여행 괜찮을까요?? 4 궁금 2014/06/16 1,235
    388732 단독) 교육문화수석,송광용, 제자논문 본인명의 발표 2 논문도둑 교.. 2014/06/16 1,084
    388731 개인레슨 그만두려면 언제쯤 말씀드려야하죠? 2 피아노 2014/06/16 956
    388730 키가 1년 이상 제자리면 더 이상 안 자라는 건가요? 9 키,키,키 2014/06/16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