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페북펌] 전부터, 입진보라는 말이 유독 싫었었다.

우리는 조회수 : 791
작성일 : 2014-06-11 12:30:12
https://www.facebook.com/sori.kim.330/posts/655580067824127?fref=nf
[페북펌]

전부터, 입진보라는 말이 유독 싫었었다.
오늘 그 이유를 알겠다.
아마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찔려서였던 것 같다.

청와대로 가겠다고, 그 한 가지 소망을 가지고,
백 배는 되어보이는 경찰들에 에워싸인 채
비를 맞으며 목에 피가 터질듯 거듭 외쳐대는 말들...
"여기 모인 우리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
광주를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울면서 비명처럼 절규처럼 외치는 이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안전한 방 안에서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는 내가
함께 울고 있다고 지지한다고 손꾸락을 놀리고 있는
내가 바로 입진보라는 생각에 찔려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학교 때도 그랬다.
투쟁에 앞장서는 이들이 부러우면서도 막상 나서기는 무서웠다.
가투나 등투에도 참여했지만 발에 불이나게 뛰어다닌 탓인지
지랄탄에 눈이나 매웠지 백골단에게 맞거나 잡혀가 본 적은 없었다.
어른이 되어 참석한 촛불시위 때에도 어쩌다 방패 앞까지 밀려
버르장머리 없는 전경 녀석에게 봉으로 머리 몇 대 맞은 게 다일 뿐,
위험한 지경에 처해 본 적은 없었다. 알아서 피해다녔던 것이다.
입으로는 진보를 말하고 세상을 비판하면서도
어디까지나 내 몸 하나 안전한 범위에서만 해 왔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희생자들이 흘린 피 위에 이룩되었고
그 보상은 나같은 비겁한 이들 뿐만 아니라
희생자들을 핍박하고 모욕한 이들에게까지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지금,
더 많은 피와 목소리가 요구되고 있는 것만 같은데...
저기 저 경찰병력 사이에 버티고 선 몇 안 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현장에서 함께 할 용기가 없는 나는 연행된 이들에 대한 걱정과
장마철 둑 터진 듯 밀려드는 부끄러움으로 인해
오늘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만 같다.


IP : 124.54.xxx.66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7997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2 단팥죽 2014/06/13 1,746
    387996 매실액에 초파리가 작렬... 15 먹어도 되나.. 2014/06/13 7,307
    387995 지금 시선집중에서... 문참극의 망.. 2014/06/13 905
    387994 생리유도주사 어떤가요 2 .. 2014/06/13 5,372
    387993 2014년 6월 1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4/06/13 876
    387992 유치원 선생님께 10 진주 2014/06/13 1,770
    387991 살아야 하나 한숨 나오네요 12 이렇게 2014/06/13 4,272
    387990 앵그리맘은 왜 진보교육감을 뽑았나 1 집배원 2014/06/13 1,367
    387989 제가 왜이리 과격해졌는지..... 6 스마트폰 2014/06/13 1,963
    387988 구미 계신분들께 여쭤봅니다. 3 동글밤 2014/06/13 1,361
    387987 인간중독에서 송승헌과 같이 여자한테 그렇게 빠지는 남자가 있을까.. 6 소중한인생 2014/06/13 6,722
    387986 여자들은 결혼하면 우정이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21 결혼 2014/06/13 7,119
    387985 이병기 ‘후보자 매수 공작’사건, 단순 전달자 넘어 직접 모의 .. 9 샬랄라 2014/06/13 1,792
    387984 이 시국에 질문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결혼기념일이요 6 첫번 2014/06/13 1,340
    387983 어깨 뭉침 어떻게들 푸세요? 53 무무 2014/06/13 12,986
    387982 제가한말땜에 신경쓰다 접촉사고 났다면 제가 책임집니까? 9 ... 2014/06/13 2,441
    387981 아래 이거 보셨나요? 꼭 보세요.(내용무) 샬랄라 2014/06/13 986
    387980 근데 박경림씨를 보면요~ 40 2014/06/13 19,247
    387979 이거 보셨나요? 14 헉.... 2014/06/13 3,641
    387978 부끄러운 기억 잊는법 12 고민녀 2014/06/13 5,808
    387977 자궁경부암 원인이 무조건 HPV때문은 아니에요 17 sadnes.. 2014/06/13 10,157
    387976 뜨거운 아메리카노 젤 맛있는 커피전문점은요? 10 hsueb 2014/06/13 3,411
    387975 옷에 풀 먹이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9 셔츠 2014/06/13 5,340
    387974 중1 인데요.수학문제 푸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7 수학 2014/06/13 2,139
    387973 허삼관매혈기 책 읽으신분~ 17 후기좀요 2014/06/13 3,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