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월호 사무장 고 양대홍 씨에 대한 펌글입니다

조회수 : 2,510
작성일 : 2014-06-07 15:22:44
전영관

젖은 어깨를 두드리며

나는 그를 모른다. 

급박한 상황에 아이들 등록금 만들어놨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는 걸로 봐서 가장의 책임을 다하는 사내라는 것만 안다. 

그 통화 하나만으로도 그의 전부를 안다. 

가정에 충실한 사내가 바깥에서 사이코패스로 지내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제 가족만 챙기고 남은 나 몰라라 하는 이기주의자도 여럿이긴 하다. 

여기서의 충실하다는 말과 챙긴다는 말의 온도차는 적도와 남극이다.

당연하게도 그는 목숨을 잃었다. 

도망친 선장이 젖은 돈을 말리고 있을 시간에 그는 사람들 끌어내고 엎어진 선내를 뛰어가다가 들이닥친 물에 휩쓸렸을 것이다.

사고 한 달만인 5월 16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신체가 온전했을 리 없다. 

신원확인은 아내가 아닌 형이 했겠다. 흰 천이 씌워진 시신 앞에 서는 순간 심장은 얼음으로 변한다. 

들추는 순간 지옥문이 열린다. 그 순간으로부터 평생 벗어날 수 없다.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확인했던 안치실을 나 역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선원 가족이었기에 말 못할 아픔이 많았겠다. 

선원들 먼저 탈출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가족은 숨도 쉴 수 없었겠다.

 직무를 다했다는 증언이 나왔을 때야 비로소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겠다. 

남편이 죽었는데 순간 안도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설명할 길 없다.

혹시나 했는데 목숨을 잃은 것이 분명하니 다시 절망했겠다. 

두 아들도 아빠가 비겁하지는 않았다고 주먹 쥔 손으로 눈물을 닦았겠다.

유족은 조의금도 받지 않았단다. 

형편도 넉넉잖으면서 고인의 평소 뜻을 반영했단다. 원망스런 부분도 있었겠다. 

개만도 못한 것들이 선원이라고 배를 몰다가 도망가고 남편은 하나라도 구하겠다고 뛰어다니다가 목숨을 잃었으니 원망이 왜 없겠는가. 

다 함께 죽었다고 덜어질 슬픔은 아니다만 사람 마음이 이렇다. 

징역살이를 하는 한이 있어도 남들은 살아 걸어 다니는데 내 남편, 내 아버지, 내 동생은 목숨을 잃고 한 달이나 지나 바라볼 수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세상에 대한 원망이 없을 리 없다.

그의 주검이 발견된 사흘 후 세월호에 걸려있었을 사무장 임명장이 18km 떨어진 해역의 낭장망(囊長網)에 걸려 발견되었다.

 이승의 업무가 끝났으니 이제 천국의 유람선 사무장으로 임명됐다는 신의 뜻일까. 

나는 임명에 반대한다. 

그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물이나 남았는데 돌아왔으니 임무를 마치지 않았단 말이다. 유족들께 죄스럽지만, 이 글을 쓰는 현충일 오늘까지 열다섯이나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영혼이나마 다시 내려가 그들을 데려오라고 부탁드린다. 

얼이 빠져 허깨비처럼 팽목항을 서성거리는 가족들이 있으니 끔찍하더라도 한 번만 다시 내려가라 부탁드린다. 

그대는 사무장 아니신가. 

비겁하지 않았던 사무장 아니신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예감으로 아이들 등록금을 걱정했던 가장 아니신가. 

젖고 허물어진 어깨에 다시 짐을 올려 죄송스럽지만 양대홍 사무장, 그대가 절실하다. 

그대의 어깨를 두드리는 심정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 많은 선원 다 소용 없고 오로지 그대 하나뿐이다.


* 형편이 곤란한 분들은 할 수 없고요. 어쩔까 망설이시는 분들은 오늘 저녁 청계광장에서 뵙겠습니다.

IP : 175.193.xxx.9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문
    '14.6.7 3:23 PM (175.193.xxx.95)

    https://www.facebook.com/ykkjeon?fref=nf

  • 2. 권불오년
    '14.6.7 3:27 PM (121.130.xxx.112)

    ㅠㅠㅠㅠㅠㅠ 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ㅜㅠㅠㅠㅠ

  • 3. ..
    '14.6.7 3:39 PM (59.15.xxx.181)

    아직도 남은분들..어서 오세요...어서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 4. 처음처럼
    '14.6.7 5:19 PM (119.17.xxx.18)

    저 정말 화났던게 사고 초기 이분 형님부부와 아내분 되시는분이 나란히 서서 인터뷰 하는 장면 나온적 있었는데 형님분이 동생 마지막 통화내용을 전하시면서 사고 피해자분과 국민여러분께 정말 죄송하시다면서 고개를 숙이셨어요
    소리내 울지도 못하시고 울음을 꾹꾹 눌러 삼키시던데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이 정부에 화가 났어요
    지금도 눈물나네요....에휴...

  • 5. 의인의 생명을 제물로 지탱하는 나라
    '14.6.7 5:35 PM (122.128.xxx.24)

    식인종이 득시글대는 무서운...ㅠㅠ

  • 6. T.T
    '14.6.7 8:00 PM (223.62.xxx.56) - 삭제된댓글

    의인이신데...
    부끄럽기도 하네요 T.T

  • 7. ㅠㅠ
    '14.6.7 11:50 PM (14.36.xxx.232)

    박지영씨와 더불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분이에요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2609 40대 후반 남자 생일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8 ㄱㄱ 2014/06/30 16,841
392608 아까 아빠어디가에서 윤후가 마스코트랑 같이 한 행진... 4 ... 2014/06/30 2,831
392607 아들 셋 키우기... 4 아들셋엄마 2014/06/30 1,704
392606 홍콩영화 이야기 많이 하셔서.. 7 한여름밤의꿈.. 2014/06/30 1,554
392605 외아들 맞선 어떤가요.. 44 2014/06/30 8,771
392604 초등 영작좀 도와주세요 제발~~~ 향수 2014/06/30 1,169
392603 의료영리화 입법예고!!! [퍼온글] 링크 잘 열리나요? 1 흐유 2014/06/30 978
392602 초등 저학년들 몇시간 정도 노나요?? 5 신입맘 2014/06/30 1,508
392601 이날씨에 잘려고 전기장판 켰네요 1 나만추워 2014/06/30 1,420
392600 굶는다고 살이빠지냐? 31 사랑스러움 2014/06/30 16,182
392599 대통령의 판단력을 의심케 하는 교육장관 후보 5 샬랄라 2014/06/30 1,283
392598 여러 은행에 분산시켜 예치하는 것보다 한두은행에 몰빵해놓으면 좋.. 4 적금 2014/06/30 2,516
392597 살림에 대한 책 소개 부탁요 15 2014/06/30 2,850
392596 바퀴벌레 나오나요? 2 ,....... 2014/06/30 1,212
392595 라면두개 먹어본적있나요 32 대식가 2014/06/30 6,688
392594 Sbs 간헐적 운동 보고 생각나서 12 고정점넷 2014/06/30 4,503
392593 240사이즈는 미국에서 7인가요,7/ㅣ인가요? 9 미국사이즈 2014/06/30 1,679
392592 개콘 새코너 '닭치고" 보셨나요 ㅎㅎ 5 대박나세요 2014/06/30 3,321
392591 자동차 한 대 더 살려고 하는데요 ,,,,,,.. 2014/06/29 1,053
392590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미국이 좋아하나요? 1 sss 2014/06/29 740
392589 강아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 5 아리 사랑해.. 2014/06/29 4,625
392588 75일 ..돌아오셔야할 분들의 이름을 같이 불러주세요. 22 bluebe.. 2014/06/29 939
392587 이번 주 주말 결혼식, 마자켓 vs 블라우스 8 옷 그것이 .. 2014/06/29 1,568
392586 인생살이에 패배감을 느끼는 경우는 바로 이런 것 2 @@ 2014/06/29 2,401
392585 나에게 가장 알맞는 외국은 어디일까요? 33 나라 2014/06/29 4,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