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새벽
합정역에서 직행인 2200 광역 버스를 타고 파주로 달렸다
30분 만에 도착한 파주 출판 도시
처음 이곳이 생겼을 땐 자주 갔었다
책을 탐방한다기보단 그냥 그 제한된 공간이 주는 자유가 좋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에 치여 발길을 끊었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 찾았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파주의 공기와 공간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정말 그 황량한 벌판에 나 혼자 똑 떨어진 것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들어간 편의점에서 직원을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꿈이라 생각될 만큼
고요하고 바람도 조심스럽다
눈에 익은 출판사 간판과 잘 정돈된 조경 사이로
문을 닫은 까페며 극장, 음식점들이 기이한 기분을 더 부채질 한다
사람들이 훑고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지만
그냥 먼 과거의 시간여행이 남긴 흔적처럼 보일 뿐이다
다닥다닥 붙어 요란하게 살다 마주한 침묵과 정지된 시간은 맘을 느긋하고 너그럽게 한다
친구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서면 갈 곳이 없어 더 서글프다고 하소연하는데
휘리릭 파주에 한 번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단, ... 조금은 이른 시간에
그렇게 한 시간여를 발을 꾹꾹 눌러가면서 돌아다니는 사이
한두 명 씩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꼭 잡고 걷는다
나도 모르게 그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말 없는 부자의 다정함이 꼭 쥔 주먹사이로 흐른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나이 들어 한적하고 공기 좋은 데 가 사는 게 왜 셀러리맨들의 꿈인지도 알 것 같다
365일 이런 한갓진 곳에서 사는 것도 마냥 좋아라 할 순 없지만
가끔은 혼자 외떨어져 자발적 고립을 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솔직히 홀가분한 마음 저쪽엔 무서움도 있었다
알게모르게 부비며 살아온 도시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산책을 하는지 길을 잃었는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쫓아간 걸 보면...ㅎㅎ
게다가 이곳을 달리는 버스의 배차 시간도 짧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 만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